흙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사는 어떻게 할까

[짱짱의 농사일기 65] 흙의 이해 2. 흙 살리고 농사도 잘 되는 탄소농업

등록 2022.01.14 16:04수정 2022.01.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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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큐영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은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과학적인 근거로 설명하면서 현대농업을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다큐에서 중요하게 지적한 것은 농기계로 흙을 갈아엎는 경운은 토양에 저장된 탄소를 배출하여 온실가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작물이 성장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토양에 저장한다는 점이다. 흙을 갈아엎는 경운을 안 해도 농사는 잘 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농사를 할 수 있다.
  

5년동안 무경운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 오창균

 
무경운, 탄소농업

무경운 농법은 농사짓는 흙에 관심이 있는 농부는 이미 하고 있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탄소농법'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 더욱 많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경운은 퇴비와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와 곤충을 적으로 대하지 않는 '자연농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무경운 탄소농법은 자연농법의 무(無)투입 보다 조금 유연하지만, 흙을 다루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농사를 처음 시작한 15년 전부터 자연농법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무경운과 경운을 병행하는 농사를 짓고 있다. 무경운은 노동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여러 번 봤다. 나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경운 농사의 실패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농사짓는 흙과 식물(작물, 잡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경운을 하려면 농사와 관련된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먼저, 오랫동안 흙을 뒤집는 경운농사를 왜 했는지 알아야 한다.

*기사 참고: '농사 잘 되는 흙은 무엇이 다를까'
  

토마토 풀을 억제하고 수분유지와 침식을 예방하는 유기물멀칭 ⓒ 오창균

   

7년간 무경운과 유기물 멀칭으로 토마토를 재배했다 ⓒ 오창균

 
탄소의 악순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필요로 한다. 이산화탄소로 가득했던 수억년 전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양분을 만들고 산소를 배출하는 광합성을 하였다.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은 외부의 도움이 없어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과 산소를 흡수하여 양분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한다. 식물체의 몸을 구성하는 탄소의 일부는 뿌리를 통해 흙 속에 저장되었고, 다양한 토양생물들의 에너지로 쓰인다.

이산화탄소는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식물의 광합성으로 흙 속에 저장되었고 지구생태계는 탄소에너지의 순환으로 유지되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석탄과 석유의 과도한 사용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불러왔다. 산림과 농지의 훼손은 탄소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은 악순환이다.

물과 산소의 순환

광합성을 높이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식물 뿌리에서 물과 산소를 충분히 흡수해야 한다. 물과 산소가 순환하려면 흙 속에 공극이 많아야 하고,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흙 알갱이를 떼알구조로 변화시켜서 공극을 만든다. 다른 토양생물과 식물의 뿌리도 공극을 만들고 죽은 후에는 흙 속의 양분으로 순환된다.

무경운 농사가 잘 되려면 광합성을 충분하게 할 수 있도록 흙 속에 물과 산소가 순환하는 공극이 많아야 한다. 밭을 만들 때 퇴비와 흙을 갈아주고 이랑(두둑과 고랑을 합친 것)을 만든 후에는 공극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운으로 밭을 만든 후에, 공극이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은 많은 비가 내렸을 때 공극을 채웠던 물이 빠지면서 흙이 뭉치는 것이다. 점토가 많은 밭은 굵은 미사와 모래를 섞어서 물리적으로 공극을 만들어야 한다. 미생물에 의한 떼알구조의 변화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공극을 유지할 수 없다면 무경운 농사의 결과는 좋지 못하다.
  

작물의 생육에 방해가 안되는 고랑의 풀은 키운다 ⓒ 오창균

 
잡초를 함께 키워라

공극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은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 되는 풀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두둑은 풀이 없어야 하지만, 작물과 떨어져 있는 고랑 주변은 풀을 키운다. 풀의 뿌리는 흙의 침식을 막고 공극을 만들며 미생물의 활동을 돕고 탄소를 흙 속에 저장한다.

그러나 작물보다 풀이 더 크면 광합성을 방해하므로 적당한 때에 뿌리와 가까운 줄기를 베어서 그 자리에 덮어주면 풀의 2차 생육을 막고 흙 속의 수분을 유지하면서 미생물의 활동을 돕고 양분으로 순환된다.

공극을 유지하면서 풀을 억제하려면 두둑의 겉흙을 덮어주는 멀칭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낙엽, 톱밭, 왕겨, 볏짚 등의 유기물 멀칭으로 잡초를 막고, 많은 비가 내려도 완충 작용으로 공극이 막히지 않는 것이다. 덮었던 유기물은 조금씩 분해되어 흙속의 양분으로 순환된다.
  

고랑에 키운 풀은 작물보다 크지 않도록 적당한 때 베어서 그 자리에 덮는다 ⓒ 오창균

 
두둑 위에 검은비닐을 덮는 멀칭도 있지만, 무경운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내구성이 좋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초 매트를 덮는 것이 좋다.

무경운 농사는 감자와 같은 뿌리작물은 적합하지 않으므로 열매채소나 잎채소를 심는 것이 좋다. 뿌리작물을 심었다면 수확 후에 흩어진 흙을 원래의 두둑으로 빠른 시간 안에 복원시켜주면 된다.

흙 속에 퇴비(유기물)와 비료를 넣어야 한다면 두둑의 겉흙을 얕게 긁어주면서 섞어주면 된다. 농사를 끝낸 가을에는 호밀 같은 녹비작물을 파종하여 지력을 높이고, 봄이 되면 뿌리 위의 밑둥을 잘라서 그 자리에 덮는 것이 좋다.

다음편은 작물의 성장과 환경 광합성을 다룬다.
#무경운 #탄소농업 #유기물멀칭 #공극 #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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