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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무시한 치카제, 5위에게 '완패'

[UFC] 16일 UFC on ESPN 32 메인이벤트에서 캘빈 케이터에게 만장일치 판정패

22.01.17 09:22최종업데이트22.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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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케이터가 치카제를 꺾고 UFC 페더급 상위 랭커의 위용을 뽐냈다.

UFC 페더급 랭킹 5위에 올라있는 '보스턴 피니셔' 캘빈 케이터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ESPN 32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8위 기가 치카제를 5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2021년 1월 맥스 할러웨이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케이터는 1년 만에 치카제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다시 승리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지난 2019년 9월 UFC 데뷔 후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리며 페더급의 강자로 떠오르던 치카제는 옥타곤에서 처음으로 만난 상위 랭킹의 파이터에게 패하며 화려한 타격에 가려 있던 그라운드의 약점을 노출했다. 최근 '코리안 좀비' 정찬성(페더급 4위) 대신 자신이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치카제가 UFC 데뷔 후 처음으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정찬성 패스'를 주장했던 치카제(오른쪽)는 챔피언은커녕 5위 케이터의 벽도 넘지 못했다. ⓒ UFC

 
옥타곤 진출 후 무패행진 이어간 킥복서

종합격투기에서 무패 파이터들은 언제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자신이 가지고 나온 전략이 경기에서 한 번도 풀리지 않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라이트 헤비급을 평정하고 헤비급 도전에 나선 존 존스다. 2009년 맷 해밀에게 반칙패를 당한 것과 2017년 다니엘 코미어에게 거둔 KO승이 약물사용으로 무효경기가 된 것을 제외하면 존스는 옥타곤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따라서 존스는 때로는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10년이 넘도록 옥타곤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줄 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2020년 2월 도미닉 레예스전 이후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반납하고 헤비급 도전을 선언한 존스는 2년이 가까워 지도록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몸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어 격투팬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역시 얀 블라코비치와의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에서만 한 차례 패했을 뿐 자신의 체급인 미들급에서는 21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로버트 휘태커와 타이틀전을 치를 때만 해도 다소 이른 도전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아데산야는 2라운드 만에 휘태커를 눕히고 챔피언에 올랐다. 아데산야는 챔피언 등극 후 요엘 로메로와 파울로 코스타, 마빈 베토리를 꺾고 3번의 방어전을 성공했다.

킥복싱 무대에서 38승 6패 22KO의 전적을 거둔 치카제는 2015년 12월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후 9경기에서 7승 2패를 기록한 후 UFC와 계약했다. 처음 옥타곤에 입성할 때만 해도 치카제는 중소단체에서 활약하던 여러 킥복서 출신의 유럽 파이터 중 한 명에 불과했다. UFC에 입성하기 전에도 승리한 경기에서 100%의 피니시율을 자랑했던 치카제는 옥타곤에서는 좀처럼 중소단체에서 보여주던 타격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UFC 데뷔 후 브랜든 데이비스와 자말 에버스를 상대로 쉽지 않은 2-1 판정승을 거둔 치카제는 어윈 리베라와 아모르 모랄레스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으며 4연승을 달렸다. UFC에서 4연속 판정승을 기록한 치카제는 UFC 입성 전 피니시율 100%를 자랑하던 파이터답지 않게 파괴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제레미 시몬스를 1라운드 헤드킥에 의한 KO로 제압한 후부터 치카제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페더급 5위 케이터에게 일방적인 판정패

치카제는 2021년 5월 옥타곤에서 잔뼈가 굵은 파이터 컵 스완슨을 상대했다.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와도 혈투를 벌인 바 있는 스완슨은 치카제를 만나기 전 6경기에서 2승 4패로 주춤했지만 WEC시절이던 2009년 조제 알도에게 KO패를 당한 후 10년 넘게 KO를 당하지 않았던 파이터다. 하지만 치카제는 경기 시작 63초 만에 스완슨을 KO로 제압하면서 페더급에 엄청난 타격가가 등장했음을 알렸다.

스완슨을 쓰러트린 치카제는 3개월 후 자신처럼 강력한 킥을 주무기로 하는 라이트급 출신의 타격가 에드손 바르보자를 상대했다. 두 선수는 2라운드까지 박빙의 경기를 펼쳤지만 치카제는 3라운드에서 킥이 아닌 펀치로 바르보자를 KO시키며 3연속 KO승과 함께 옥타곤 7연승을 내달렸다. 어느덧 치카제는 페더급 8위로 톱10에 진입했고 일부 격투팬들은 치카제가 실질적으로는 톱5 안에 드는 실력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는 페더급 1위 할러웨이와 3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할러웨이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다음 상대로 지목했다. 이에 치카제는 16일 케이터와의 경기가 잡혔음에도 타이틀전은 정찬성 대신 자신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UFC는 오는 4월 UFC 273의 메인이벤트에서 볼카노프스키와 정찬성의 페더급 타이틀전을 열기로 결정했다. 치카제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타이틀전이 무산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치카제는 랭킹 5위 케이터와의 대결에서 체력과 그라운드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물론 경기 초반에는 장기인 바디킥을 바탕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페더급 5위의 케이터는 경기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 자신이 유리한 영역에서 치카제를 압도했다. 만약 30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케이터가 충분히 경기를 끝냈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우세한 경기였다.

헤나토 모이카노와 자짓 마고메드샤리포프, 할러웨이에게 패했던 케이터의 벽을 넘지 못한 치카제는 많은 킥복서 출신 파이터가 UFC에서 겪는 시련을 경험하게 됐다. 물론 치카제가 이대로 킥복서의 한계를 드러낼지, 아니면 이를 계기로 더욱 강한 파이터로 거듭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치카제가 자신보다 4계단이나 랭킹이 높은 정찬성을 제치고 타이틀전에 직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허풍'이었음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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