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유성호
김씨가 정말 이 기자를 유능하게 보아 캠프로 영입할 생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전체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김건희씨는 정대택씨 관련 정보가 궁금했다.
정대택. 그는 김건희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와 19년째 싸우고 있는 인물이다. 2003년 6월께 정씨와 최은순씨는 공매를 통해 서울 오금동 스포츠플라자를 인수해 53억 1000만 원의 이익금을 남겼다. 당시 정씨와 최씨는 차액에 대해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투자약정서를 작성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 법무사 백아무개씨가 이를 공증했다. 하지만 이익금 앞에 최씨는 '정대택씨와 협업을 한 적 없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씨는 최씨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이에 최씨는 '정씨가 투자에 관여한 바가 없고 투자약정서는 강요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검찰도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씨를 기소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증을 섰던 법무사 백씨가 돌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 이로 인해 정씨는 법정구속돼 징역까지 살게 된다.
2005년 9월 법무사 백씨는 양심선언을 통해 '최씨의 뇌물에 눈이 멀어 모함을 했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백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진술 번복 8일 만에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고 2년 옥살이를 한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백씨는 2008년 8월, 자신이 정대택 사건에서 '모해위증 했다'며 자수했고, 정씨는 이를 근거로 최씨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김건희씨 등을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사건 모두를 불기소 처리하고 오히려 정씨의 고소 내용이 허위라며 4차례나 무고 혐의로 기소해 다시 실형을 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옥살이를 두 번이나 한 정씨는 이후에도 사문서 변조, 모해위증과 모해위증 교사, 위증고소, 뇌물공여, 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최씨를 고소한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송사에서도 정씨가 고소한 사건들은 대부분 불기소됐다. 정씨는 이 과정에 김건희씨와 관계가 있는 양아무개 전 검사와 검찰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개입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제기된 윤 후보 처가 일가의 각종 의혹들은 정대택씨 입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소리>는 2020년 초부터 정씨를 서울 영등포구 <서울의소리> 스튜디오로 불러 정기적으로 방송을 하며 관련 내용을 알리고 비평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관계가 익숙해지가 김씨는 노골적으로 정씨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이 기자에게 자료를 제공 받는다.
[9월 8일 통화]
이 "누님, 내가 뭐 좀 도와줄까? 문자로. 언론인들 돌아다니는 내용들 내가 좀 보내줘? 뭐 어떻게 할까?"
김 "아니아니 그런 건 필요없고. 정대택 그 새끼나 좀."
[10월 5일 통화]
이 "누님, 나 이거 정대택 오늘 국감에서 자료 뽑아놓은 거 있더라고. 내가 받아왔거든."
김 "아 잘했네."
이 "누나 줄까?"
김 "나 줘, 줘."
[10월 12일 통화]
이 "누나, 저기 국감 그 정대택 회장 그 자료 있잖아요. 그거 뭐 택배로 보내줘, 어떻게 뭐 내가 내일 법원 갈 일 있는데 잠깐 사무실 들러서 드릴까?"
김 "음 이쪽 근처는 오지 말고, 혹시 CCTV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 직원 내보낼 테니까 파리크라상 있잖아요. (중략) 거기서 오면 우리 직원한테 전화 좀 하세요."
[12월 2일 통화]
이 "누나."
김 "응 무슨 일이야 또?"
이 "왜요?"
김 "아니 무슨 일이 또 있을 것 같아서."
이 "내가?"
김 "아니, 나에 대해서."
이 "예예."
김 "뭐 또 정대택 이런 거 있잖아."
이렇게 두 사람은 6개월간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6개월 '적과의 통화'... 왜?

▲ 17일 오후 <오마이뉴스>를 만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김종훈
그러나 이 기자는 김건희씨와 나눈 6개월 통화 과정에 대해 지난 17일 <오마이뉴스>를 만난 자리에서 이 점 하나만큼은 분명히 했다.
"사적인 감정에 빠질까 염려돼 첫 통화부터 초심님(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에게 보고하고 취재를 진척시켜 나갔다. 그럼에도 인간이다 보니 (김건희씨의) 계속된 회유에 흔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건희씨와 통화를 나눈 초반부터 여러 언론과 취재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MBC를 통해 처음 알리게 된 거다."
김건희씨는 각종 의혹에 대해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거짓말에 가까운 발언도 이어갔다. 예를 들어 학력 의혹 관련 김씨는 해명에 나서면 다 끝난다면서 "내가 뭐 서울대 석사 나왔는데도 그거 무슨 에이엠피(AMP-최고경영자 과정)라고 학력 위조라고 뭐 난리 났잖아"(11월 15일 통화) 하거나 "나는 서울대 석사 나왔어, 경영 석사"(12월 11일 통화)라며 허위 이력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는 대학 임용 관련 이력서를 내면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EMBA)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했다. 그 둘은 엄연히 다르다. (
[검증] 모든 김건희 '허위' 의혹, 결국 서울대 EMBA 때문이었나 http://omn.kr/1wj0e)
이렇게 사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대화를 이어가며, 김건희씨는 이 기자로 하여금 정대택씨의 이후 행동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자 했다. 또한 <서울의소리>에서 하는 정씨 방송을 약화 또는 와해시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수 기자의 목적은 베일에 꽁꽁 싸여있던 김건희에 대한 접근이었다. '적과의 통화'. 이것이 김건희-이명수 6개월 통화를 관통하는 기본 성격이다.
6개월 50여 차례 통화를 통해 김건희씨는 앉은 자리에서 정대택씨를 첩보했고, 이명수 기자는 김건희씨의 목소리를 얻었다. 그렇지만 김건희씨는 원치 않는 노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이명수 기자는 취재윤리 논란과 함께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 목소리를 통해 유력 대통령 후보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배우자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판단은 유권자의 몫으로 남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89
공유하기
"텔레그램 까세요, 몰래 대화"... 김건희는 왜 이 기자와 6개월간 통화했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