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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이학주, 부산갈매기와 함께 비상할까

[KBO리그] 24일 최하늘+2차 3라운드 신인지명권과 트레이드로 롯데행

22.01.25 09:31최종업데이트22.01.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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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학주의 행선지가 롯데로 정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4일 공식 SNS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이학주를 영입하면서 작년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우완투수 최하늘과 2023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으로 보내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8월 무단 지각 등 구단 내규를 위반하며 2군에 내려갔다가 9월 17일 KIA 타이거즈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이학주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올 시즌을 대구가 아닌 부산에서 시작하게 됐다.

시카고 컵스와 템파베이 레이스 등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이학주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에 지명되며 KBO리그로 돌아왔다. 프로 3년 동안 248경기에 출전한 이학주는 타율 .241 15홈런 84타점 90득점 23도루를 기록했다. 입단 당시 삼성의 붙박이 유격수 김상수를 2루로 보낼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학주는 끝내 삼성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3년 만에 대구를 떠나게 됐다.
 

롯데는 삼성의 유격수 이학주(왼쪽)를 데려오면서 투수 최하늘과 신인 지명권 한 장을 삼성으로 보냈다. ⓒ 롯데 자이언츠

 
마차도 보낸 롯데, 다시 외부보강 선택

유격수는 전통적인 롯데의 취약 포지션 중 하나다. 롯데는 1992년 박계원(부산고 감독)과 2008년 박기혁(KT 위즈 수비코치) 등 2명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선수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프로 입단부터 은퇴할 때까지 오직 롯데 유니폼만 입고 18년 동안 1025경기에 출전했던 문규현 역시 리그에서 손 꼽히는 정상급 유격수의 성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9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신본기(KT)가 121경기에서 타율 .256 1홈런 26타점 43득점에 그치자 롯데는 2020 시즌을 앞두고 베네수엘라 출신의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아이오와 컵스)를 영입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172경기에 출전한 마차도는 2020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12홈런 67타점 79득점 15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안치홍과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시즌이 끝난 후 롯데와 1+1년 총액 145만 달러에 재계약한 마차도는 2021년에도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5홈런 58타점 83득점을 기록했다. 홈런숫자가 절반 이상 줄긴 했지만 2020년 10실책에 이어 2021년에도 실책 11개에 그치며 2년간 21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LG트윈스)도 최근 2년 동안 28개의 실책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마차도가 얼마나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마차도가 내야 수비의 안정을 가지고 왔음에도 지난 2년 동안 7위와 8위에 머물며 성민규 단장 부임 후에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무엇보다 마차도의 존재가 토종 유격수 자원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롯데는 2022년 80만 달러에 해당하는 마차도에 대한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최소 수 년 동안 롯데의 내야를 책임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토종 유격수 자원을 육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1년을 기준으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10경기 이상 선발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배성근(14경기 선발출전)뿐이다. 하지만 배성근 역시 162.1이닝 동안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율이 .946에 머물렀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김민수 역시 2021년 시즌 유격수로 단 6경기(선발출전 2회) 밖에 출전하지 않았을 정도로 유격수 포지션이 낯선 선수다. 결국 롯데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학주를 영입하며 외부 보강을 선택했다.

2년간 부진 씻고 롯데에서 부활할까

삼성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이학주를 지명하면서 붙박이 유격수 김상수를 2루로 보냈다. 그만큼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던 '유격수 이학주'에 대한 깊은 신임이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학주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해 하비에르 바에즈(컵스), 카를로스 코레아,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등 오늘날 메이저리그의 스타가 된 내야수들과 경쟁했던 선수다.

삼성은 물론 야구계 전체의 주목을 받으며 KBO리그에 선을 보인 이학주는 3년 동안 출전했던 248경기 중 97.58%에 해당하는 242경기를 유격수로 출전했다(선발출전 213회). 부상으로 빠진 기간을 제외하면 1군에 있던 모든 경기에서 유격수로 출전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이학주가 보여준 기량은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다녀온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학주는 한국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9년 타율 .262 7홈런 36타점 43득점 15도루로 '호타준족 유격수'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이학주는 2년 연속으로 시즌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할대 초반의 타율과 5개 미만의 홈런에 머물렀다. 특히 작년에는 66경기에서 11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결국 24일 1군 등판 경험이 2경기에 불과한 신예 투수와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의 반대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 롯데 이적은 이학주에게 그리 나쁠 게 없다. 삼성에는 한 해 한 해 발전을 거듭하는 유망주 김지찬과 프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강한울, 오선진이 있다. 하지만 롯데의 유격수 후보 배성근과 김민수는 1군 출전 경험이 이제 100경기를 갓 넘긴 신예들인 데다가 당연히 풀타임 유격수 경험도 없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주전경쟁을 한다면 당연히 이학주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1990년생으로 한국나이 33세가 된 이학주는 KBO리그의 스타가 된 허경민(두산 베어스)과 안치홍(롯데), 오지환, 김상수 등과 동갑이다. 이제는 KBO리그에서의 위상이 동기들과 제법 차이가 나는 편이고 현실적으로 이들이 오른 위치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학주가 이대로 '풍운아'로 잊히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그 어떤 야구팬도 원치 않는 일이다. 과연 이학주는 롯데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올 시즌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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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트레이드 이학주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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