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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도 공약 나오지 않아"... 대선 공약발표에 나선 이들

[현장] 이주·여성·장애·청년 노동자, 취약계층 노동정책 제시... "대선후보 공약반영하라"

등록 2022.01.27 17:01수정 2022.01.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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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장애·여성·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에게 "취약계층의 권익보장을 위한 노동정책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 참여연대 제공

 
"대선후보 여러분, 우리도 이 땅의 노동자입니다. 우리를 위한 공약도 준비해 주십시오."

섹알 마문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부위원장이 "이주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컨테이너, 조립식패널이 아닌 공공기숙사에 살며 일하고 싶다. 성희롱과 성폭력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면서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선 공약이 없었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공약을 우리가 준비했다"라며 대선후보들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임금체불과 산재 대책 마련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20대 대통령선거를 40여 일 앞둔 27일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장애·여성·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였다.

알바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 등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에 취약계층 노동자와 관련한 노동정책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분야별로 취약노동계층의 권익보장을 위한 노동정책을 제시하며, 각 대선후보의 노동 공약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언제 실업상태에 놓일지 몰라..."

이 자리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언제 실업상태에 놓일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낮은 임금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며, 취약계층 관련 공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창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 간사는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전체인구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며, ▲장애인 고용장려금 ▲장애인 의무고용률 ▲장애인 고용부담금 등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2020년 기준), 만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63%에 한참 못 미쳤다.

정 간사는 "우리나라는 장애인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제도(의무고용제)가 있지만,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들도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라면서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중 민간부문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달성하지 못한 대기업이 66곳이나 된다. 공공기관도 다를 바 없어 총 721개 공공기관 중 292개 공공기관이 의무고용률(3.4%)을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법은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 때문에 결국 장애인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건 돌봄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사회복지사·보육교사·간호사' 등 여성의 비중이 92.5%(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0)에 달하는 돌봄 노동자가 놓인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라는 재난이 발생한 이후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며 일한다"라면서 "성희롱, 폭언, 폭행에 시달리는 이들도 상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난해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541명의 돌봄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10명 중 8명이 "일하는 중에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대선후보들에게 ▲돌봄노동자의 생활임금을 보장 ▲돌봄노동자 1인당 배정된 돌봄대상자 숫자의 기준을 축소 ▲전국단위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통한 돌봄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년 노동자 역시 코로나 이후 청년들의 노동조건이 더 악화됐다며, 1주일 간 총 노동시간이 14시간인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청년들에게 남은 일자리는 1년 단위로 쪼개지는 일자리나 1년 이하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로 계약하거나 위탁·용역·외주 등을 이유로 불안정한 고용을 강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후보들에게 ▲초단시간 노동자의 주휴수당·퇴직금 차별 철폐 ▲주휴수당 기본급화 ▲1년 미만 고용에도 퇴직급 지급 등의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약 제안을 마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이제 대선 후보들이 답할 차례"라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취약노동자를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라. 우리는 언제든 대선후보들과 만나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노동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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