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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출신 배우가 깨준 '금발 편견'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리즈 위더스푼의 출세작 <금발이 너무해>

22.02.07 11:56최종업데이트22.02.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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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 월트 디즈니는 1990년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실사화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이미 <정글북>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뮬란> 등 여러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고 그중에는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대박'을 친 작품들도 적지 않다. 월트 디즈니는 앞으로도 여러 작품들을 실사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2023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이 영화는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를 주인공 에리얼 역에 캐스팅한 <인어공주>다. 원작에서 백인여성이던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바꾼 것은 '원작 훼손'이라는 의견과 흑인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제 관건은 디즈니가 흑인 주인공을 앞세운 <인어공주> 실사판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처럼 집단이나 인종, 외모적 특징에 대한 편견들은 사람들 사이에 비교적 뿌리 깊게 박혀 있는데 서구 사회에서는 금발 머리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바로 금발 머리를 가진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다. 로버트 루케틱 감독이 연출한 2001년작 <금발이 너무해>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가진 여성 엘(리즈 위더스푼 분)이 편견을 이겨내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유쾌한 법정 드라마다.
 

<금발이 너무해>는 금발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며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타임지 표지 장식한 여성배우 겸 기업 설립자

14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을 정도로 일찍 배우의 길에 들어선 리즈 위더스푼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영역을 넓혔다. 일찌감치 연기자로 활동했으면서도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위더스푼은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했지만 배우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학업을 중도에 그만뒀다. 위더스푼은 1999년 <일렉션>을 통해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그저 예쁘기만 한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2000년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을 펼친 <아메리칸 사이코>에 조연으로 출연한 위더스푼이 본격적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품은 2001년에 개봉한 <금발이 너무해>였다. 위더스푼은 <금발이 너무해>에서 남자친구를 따라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는 금발소녀 엘 우즈를 연기했고 1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금발이 너무해>는 세계적으로 1억 4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금발이 너무해>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한 위더스푼은 <스위트 알라바마>와 <금발이 너무해2>에 출연하며 로맨틱 코미디 전문배우로 명성을 높였다. 그러던 2005년 위더스푼은 <조커>로 유명한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앙코르>에 출연했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열연을 펼쳤다. 위더스푼은 <앙코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의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위더스푼은 2010년 <에브리씽 유브 갓>에서 폴 러드, 오웬 윌슨과 삼각관계, 2012년 <디스 민즈 워>에서 크리스 파인, 톰 하디와 삼각관계 연기하며 다시 로맨스 전문배우로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머드>에 출연했고 2015년에는 <와일드>로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작가주의적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위더스푼은 2016년부터 여성 위주의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회사 '헬로 선샤인'을 설립하며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입지를 넓혔다. 그리고 위더스푼이 설립한 헬로 선샤인은 작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202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에 선정됐다. 이에 위더스푼은 작년 5월 여성배우가 아닌 여성 미디어 회사의 설립자 자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거를 대사가 없는 엘 우즈의 명언 모음
 

리즈 위더스푼은 <금발이 너무해>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젊은 여성배우로 성장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고 학업성적도 뛰어나며 옆집엔 패리스 힐튼의 동생이 살고 있는 재력가의 딸 엘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금발미녀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 워너(매튜 데이비스 분)는 30세에 상원의원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엘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에 충격 받은 엘은 자신이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 끝에 하버드 로스쿨에 합격한다.

하지만 화려한 금발머리의 엘은 학교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옛 남자친구 워너에게 새 약혼자가 생겼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그렇게 모두에게 무시 당하던 엘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승부욕에 불타 다시 학업에 집중하고 차츰 교수의 신임을 얻으며 캘러핸 교수(빅터 가버 분) 로펌의 인턴에 합격한다. 엘은 변호 실습 과정에서 남편살해혐의로 피소된 모교 여학회 선배 브룩(알리 라터 분)을 만났고 그녀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기로 한다.

증인이 성소수자임을 알아낸 엘의 활약으로 브룩은 위기를 넘겼지만 캘러핸 교수는 엘을 성희롱하려 한다. 충격을 받은 엘은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런 인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친다면 내가 너를 잘못 본 거지"라는 스트롬웰 교수(홀랜드 테일러 분)의 충고에 용기를 얻어 다시 법정으로 돌아간다. 결국 엘은 피해자 딸의 증언에서 허점을 찾아내 브룩의 무죄를 밝혀냈고 2년 후 하버드 로스쿨 졸업식에서 대표로 축사를 하며 변호사가 된다. 

영화 속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엘의 겉모습만 보고 그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지만 사실 엘은 만점에 가까운 학업성적에 최고의 재원들만 모인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돋보이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실제로 엘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거죠", "사람을 한번 믿어봐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거에요", "전 위험한 쪽을 택할래요. 도전이 두렵지 않으니까요"처럼 영화 내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명언들을 수시로 내뱉는다. 

<금발이 너무해>는 2003년 속편이 개봉해 세계적으로 1억 2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595회나 무대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금발이 너무해> 뮤지컬은 2007년 토니상 시상식에서도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수상에는 실패). 한국에서도 지난 2009년 아시아 최초로 <금발이 너무해> 뮤지컬이 공연됐고 소녀시대 제시카를 비롯해 김지우, 바다, f(x)의 루나, 에이핑크의 정은지 등이 엘 우즈를 연기했다. 

연적에서 조력자로 변신한 비비안
 

워너의 정혼자였던 비비안(왼쪽)은 엘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금발이 너무해>는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엘 우즈의 편견 깨기와 성공담을 다룬 영화지만 그녀의 성공에는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중 엘의 하버드 로스쿨 선배이자 훗날 남자친구가 되는 에멧은 오웬 윌슨의 동생으로 유명한 루크 윌슨이 연기했다. 에멧은 초반 하버드 로스쿨에 적응하지 못하는 엘에게 교수들의 특징을 설명해줬고 결정적인 순간 법정에서 판사에게 변호사 교체를 요구하며 엘에게 힘을 실어줬다.

워너의 새 여자친구이자 워너와 정략 결혼한 약혼녀 비비안 역은 <헬보이>에서 리즈 셔만을 연기했던 셀마 블레어가 맡았다. 처음엔 평범한 파티를 코스프레 파티라고 속이는 등 엘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엘이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지켜주겠다는 말에 동의하며 서서히 엘과 가까워진다. 후반부에는 엘과 캘러핸 교수와의 사이를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내 오해를 풀고 엘이 변호사로 법정에 돌아올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엘에게 '지나치게 금발'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하는 권력지향형 캐릭터인 전 남자친구 워너는 매튜 데이비스가 연기했다. 자신을 따라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엘에게 "너에게 하버드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충고하지만 알고 보니 정작 워너가 입학 대기자로 아버지의 뒷배경으로 간신히 하버드에 들어온 경우였다. 영화가 끝날 때 워너는 상장도 애인도 없이 졸업한 후 결국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에서 "미안합니다. 더 튼튼한 배를 만들지 못해서..."라는 먹먹한 대사를 했던 타이타닉호의 조선기사 토머스 앤드류스를 연기했던 빅터 가버는 <금발이 너무해>에서 캘러핸 교수 역을 맡았다. 영화 중간까지는 원칙에 충실한 법대교수로 나오지만 나중엔 엘에게 성적 호기심을 갖고 그녀를 성추행 하려 한다. 결국 캘러핸 교수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의뢰인 브룩으로부터 해고 당하고 엘이 새 변호사로 선임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금발이 너무해 로버트 루케틱 감독 리즈 위더스푼 루크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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