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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이정현-이대성, 오리온 국내파 '커리어하이' 풍년

[KBL] 고양 오리온,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96-91 승리... 5할 승률 회복

22.02.14 14:10최종업데이트22.02.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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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시도하는 오리온 이승현 ⓒ KBL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독특한 팀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각 팀의 에이스이자 주연 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KBL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리온은 국내 선수들이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오리온의 모기업과 유니폼의 대표 컬러이기도 한 붉은 색을 빗대어 '고추장 농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리온은 지난 13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 리그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96-9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20승 20패로 5위 유지하며 5할 승률을 회복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파워포워드 이승현이 커리어하이인 34점(3점슛 5개)을 터뜨렸고 신인 이정현도 21점 5어시스트로 지원 사격했다. 머피 할로웨이(16점 10리바운드)가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제임스 메이스는 단 2점에 그치며, 외국인 선수가 합작한 득점은 18점으로 전자랜드 외국인 듀오(니콜슨 26점, 화이트 5점)가 기록한 31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도 이승현과 이정현 둘이서만 무려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55점을 합작하는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 덕분에 가스공사와의 화력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승현은 2017년 2월 15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33점 이후 4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4쿼터에만 19점을 폭발시키며 2017년 2월 18일 KT전 2쿼터에 기록한 자신의 한 쿼터 최다 득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대학무대에서는 이미 공수 겸장으로 인정받았지만 2014-2015 시즌 데뷔 이후로는 수비형 선수로서 더 가치를 인정 받았다. 특히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도 골 밑에서 어느 정도 대등하게 버텨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빅맨 자원으로 그 희소성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승현은 이날 경기를 통하여 그동안 팀 사정상 궃은 일을 도맡아 왔을 뿐, 마음만 먹으면 득점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승현은 경기 초반부터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픽앤롤, 픽앤팝 플레이를 통하여 정확한 중장거리 슈팅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그렇다고 외곽에서만 돈 게 아니라 골밑에서도 전투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가스공사로부터 무려 8개의 파울을 끌어냈다.
 
이날 이대성 봉쇄에 중점을 둔 유도훈 가스공사 감독의 수비 전략은, 이대성을 2점(야투 1/10) 6어시스트로 막아내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으나, 상대적으로 이승현의 점프슛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공간을 내준 것이 패착으로 이어졌다.
 
오리온의 토종 선수들은 올시즌 그야말로 '커리어하이 풍년'이다. 오리온의 또다른 에이스 이대성은 불과 4일 전인 지난 10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37점을 올리며 역시 개인 커리어하이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종전 기록도 지난해 12월 24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기록한 36점으로, 이대성은 올 시즌에만 두 번이나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잇달아 갈아치웠다.
 
이대성은 올시즌 경기당 평균 16.7점,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귀화선수인 라건아(KCC)를 제외하고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라있다. 이승현은 14.1점, 5.9리바운드로 꾸준하게 활약중이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국내 선수 2인만으로 평균 30점 이상을 뽑아내고 있는 듀오는 이대성-이승현 뿐이다.
 
올시즌 새롭게 가세한 신인 이정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정현은 최근 기복을 보이며 주춤했지만 여전히 경기당 9.6점으로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까운 득점을 기록하며 올시즌 데뷔한 신인 중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대구 연고지 출신 더비'로 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가스공사와의 첫 대결에서 이정현은 개인 커리어 하이인 28점을 올린 데 이어, 13일 경기에서 또다시 21점을 올리며 가스공사전에서만 평균 16.5점이라는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오리온 국내 선수들의 놀라운 활약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 선수의 부진 때문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프 위디, 데빈 윌리엄스, 미로슬라브 라둘리차 등 오리온과 맞지 않거나 실력과 인성에서 모두 문제가 있는 선수들을 잘못 뽑아 곤욕을 치렀다.
 
현재 머피 할로웨이(14.7점, 10.1리바운드)가 그나마 분전하고 있지만, 기량은 타 팀의 외인 2옵션 수준이고 최근 코로나 확진으로 고생하며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대체 선수로 영입한 제임스 메이스는 노장으로서 노쇠화와 공백기로 인한 기량저하를 드러내며 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선수들이 메워야할 부담으로 돌아온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도 6강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 차를 극복하고 첫 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현 가스공사)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올 시즌도 5할 승률 내외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막판까지 6강 진출을 위한 험난한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대성-이승현-이정현 등 국가대표급 토종 라인업을 보유한 오리온으로서는 상위팀인 SK(자밀 워니)나 KGC(오마리 스펠먼)와 비교할 때 외국인 선수만 잘 뽑았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의 국내 선수들은 여전히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6일 동안 백투백 주말 경기를 포함하여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체력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오리온은 3승 1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지옥의 한 주를 통과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체력적-전술적으로 이승현-이대성에게 지나치게 쏠리고 있는 부담을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가 남은 시즌 오리온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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