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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팽현숙의 눈물, 부부의 언어에도 번역이 필요해

[TV 리뷰]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22.02.19 12:41최종업데이트22.02.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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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대표적인 희극인 커플로 꼽히는 최양락-팽현숙 부부가 오은영 박사로부터 부부 상담을 받았다. 2월 18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최양락-팽현숙 부부가 그간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부부 생활의 문제점과 위기를 고백해서 눈길을 끌었다.
 
결혼 34년 차라는 희극인 부부는 시작부터 티격태격하며 특유의 만담 케미를 드러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알아보는 사전테스트에서 최양락-팽현숙 부부는 사랑과 돈이 1,2순위라는 것이 일치했다.
 
결혼생활하면서 한번도 상담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 부부는 서로에 대하여 쌓인 불만을 털어놨다. 팽현숙은 "고집 세고 성격 급하고 대화도 안 되는 남편과 34년을 살았다. 속이 다 썩어 문드러졌다"고 주장했고, 최양락은 아내에 대하여 "공주병이 있다. 본인만 잘났다고 생각하고 나를 깔아뭉갠다. 오만하다"고 반론했다.
 
오은영은 부부상담 경험을 통하여 "60~70대 부부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젊을 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밝히며 "부부는 가까운 사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결혼생활이 오래된 사람들일수록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잘 바뀌지않으려고 한다"는 문제점을 설명했다.
 
최양락-팽현숙 부부는 방송에서 유독 자주 싸우는 모습으로 논란이 된바 있다. 정형돈은 후배 개그맨들의 시각에서는 콩트 같다고 분석하며 '쇼윈도 파이터 부부'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팽현숙은 "실제로 싸우는 건 맞다. 그런데 일방적이다. 개그계 선후배로 만나다보니 저를 하대하는 게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양락은 "20-30년전, 신혼 초의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32년 째 각방살이와 티격태격 하는 게 모두 설정 같다는 의혹에 대하여, 최양락은 "매일같이 싸우지는 않는다. 그런데 연예인 부부 중에 우리처럼 적나라하고 솔직한 부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최양락-팽현숙 부부는 잉꼬부부의 대명사인 최수종-하희라, 션-정혜영 부부를 거론하며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제기할 때는 정작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최양락-팽현숙 부부는 개별 인터뷰를 통해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털어놨다. 최양락은 아내가 여왕처럼 군림하고 자신을 애처럼 다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양락은 결혼초기때는 자신을 대접해주던 아내가 어느날 방송 출연이 많아지고 잘 나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변했고 남편을 무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결혼 만족도 검사에서 최양락-팽현숙 부부가 정서적인 소통에서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팽현숙이 자신의 성격이 달라진 이유로 "남편 때문에 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팽현숙은 최양락의 고집 때문에 출연료까지 이미 지급 받은 광고촬영을 거부하여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갚아야 했던 안타까운 일화를 언급했다.
 
반면 최양락은 아내가 자신의 의지나 성향과 무관하게 아무 섭외나 덜컥 수락부터 해서 자신을 난처하게 한 속 사정을 설명했다. 팽현숙은 먹고 살기 위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최양락은 "모든 걸 안 한 건 아니고 하기 싫은 것도 했다"고 항변하자 팽현숙은 말을 끊고 "하기 싫은 거 뭘 했는데?"라고 질타하며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보였다.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부부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오은영은 "최양락은 찰리 채플린같은 아티스트"라고 정의하며 "예술가로서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현실의 모습이 너무 다를 때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처를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팽현숙은 이에 공감하며 최양락이 밤무대에서 취객에게 곤욕을 당하고 일을 그만두면서 "예술하는 사람한테 감히!"라고 분개했던 일화를 밝혔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최양락에 대하여 "내적 긴장감이 높은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낯선 자리나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 연극과 연기는 무대에서의 예술적 행위이기에 어색한 행동도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경우에 직면했을 때는 자리를 피하거나 거부한다는 분석에 최양락도 공감했다. 팽현숙은 최양락이 한때 개그에 회의를 느껴서 삭발하고 절에 들어가려고 했던 일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팽현숙은 속마음 인터뷰에서 "최양락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 아집 때문에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감정기복도 심하여 방금전까지 웃고 대화하다가도 한번 삐지면 며칠이나 말문을 닫아버릴 때도 있다고. 팽현숙은 "이러다가 스트레스받아서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을 바꾸기보다는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최초로 하는 거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오은영은 팽현숙이 "잘 삐진다"고 정의하는 것에 대하여 "최양락은 내면이 굉장히 섬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을 자주 찾고 낯선 상황에 어색해하는 것도 모두 예술가적인 기질과 내적 긴장감이 높아서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것.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부부는 극과 극이었다. 팽현숙이 먼저 사과를 하거나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던 것과 달리, 최양락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쑥쓰러워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의 대화 특징을 '펜싱 대화법'으로 규정하며 "치고 빠지는 식의 대화법만이 두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지한 대화를 불편해하는 최양락에게 팽현숙이 방송이라는 공개 석상을 통해서나마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 팽현숙도 이에 인정하며 "단둘이 대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방송이 더 편하다.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해도 최양락이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어가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부부가 각자 잘하는 역할을 분담하는게 좋지만, 서로의 특징을 이해해야 조율이 가능하다"면서 최양락에게는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보는 것. 또한 팽현숙에게는 남편의 예술가적인 성향과 속마음을 이해해보라는 노력을 주문했다.

팽현숙이 먼저 "미안하고 고맙다. 덕분에 이 자리에도 앉았다"라고 남편에게 마음을 표현하자, 최양락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걸 알아야 한다. 사실"이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여전히 서투른 표현이었지만 상담을 통하여 부부가 서로의 의도와 진짜 속마음을 '번역'할 수 있게 되자 못다한 진심이 보였다.
 
부부가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인터뷰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팽현숙은 "이제는 저를 좀 믿어달라. 제 마음을 알지 않냐. 수고했어, 고마워. 사랑해. 따뜻한 말 한 마디 하며 살자. 돈 드는 것도 아니지 않냐. 우리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눈물을 흘리며 부탁했다.

최양락은 "팽현숙이라는 존재가 내 인생에 없어지면 정말 곤란할 것 같다. 삶이 마비가 되는 거다. 만일 다음 생이 있다면 팽현숙을 공주처럼 받들어줄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미안하다"고 진심을 고백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최양락은 속마음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 '아내가 없으면?'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내의 존재가 너무 크다"라며 돌연 눈시울을 글썽였다. 걱정하는 팽현숙에게 최양락은 돌연 손을 잡으며 처음으로 "미안해"라는 진심을 고백하여 감동을 자아냈다.
 
이어 최양락은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았다. 부족한 부분을 아내가 다 메꿔줬다"고 인정했다. 그토록 바랐던, 처음으로 들어보는 남편의 따뜻한 고백에 팽현숙은 오랫동안 맺혀온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린 듯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무뚝뚝해보였던 최양락의 진심은 부부의 지난 34년 인생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오은영은 현대에 하루에 15분 이상 대화하지않고, 다투는 것조차 포기한 이른바 '정서적 이혼' 상태의 부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부간의 문제점을 감지했을 때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하며 "최양락-팽현숙 부부의 인생과 삶을 보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며 상담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금쪽상담소 최양락 팽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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