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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알리지 않았던 '팀 킴' 선수들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경기 마치고 감염 사실 밝혀 "여기까지 올 수 있어 영광"

22.02.22 16:07최종업데이트22.02.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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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팀 킴' 선수들이었다. ⓒ 박장식

 
지난 1월 22일 열렸던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팀 킴'의 미디어데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팀 킴' 선수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어려움을 겪으니 동등한 조건"이라고, "국내 실업팀이 도움을 주시니만큼 훈련에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바 있었다.

그저 올림픽에 앞서 코로나19 탓을 하면 안 된다는 의연한 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팀 킴' 선수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숨어있었다. 선수들 중 일부가 코로나19에 확진되어 훈련도, 컨디션 조절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까지 그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 애썼던 선수들이 감염 사실을 고백한 것은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나서였다. 김경애 선수가 "전염병에 걸렸는데도 여기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인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던 것.

올림픽 '막차' 탔지만... 청천벽력 코로나19 확진 소식

'팀 킴'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레이우아르던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라트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베이징으로의 출전권 '막차'를 탔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그랜드슬램에 나서기 위한 훈련을 준비하려 했던 '팀 킴'의 귀국길에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선수들이 한국에 귀국해서 받은 PCR 검사에서 다섯 명의 선수들 중 세 명의 선수들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당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던 초입이었기에 확진된 선수들은 시설격리 조치가 되었고, 예정되었던 훈련은 물론 국외훈련 역시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선수들 역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리길 원치 않았다. 대한컬링연맹의 관계자는 "선수들이 코로나19 감염 소식으로 응원하던 분들께서 동요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아 했고, 연맹에서도 선수들이 코로나19 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론이 생겨나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팀 킴'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그랬기에 확진 소식이 알려지면 큰 파장이 끼칠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일. 

대한컬링연맹을 비롯해 후원사도 선수들을 돕고 나섰다. '팀 킴' 선수들의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난처한 상황에서도 보안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올림픽 최종 예선 통과 직후 잡아놓았던 언론·방송과의 인터뷰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아야 했기에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눈물의 고백
 

올림픽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팀 킴'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 박장식

 
특히 선수들의 확진 사실을 알게 된 취재진들 역시 해당 사항을 보도하지 않는 등 협조를 이어갔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선수들이 코로나19 감염이 알려질 걱정 없이 휴식과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선수들은 큰 증상이나 후유증 없이 완치되면서 다시 아이스 위로 돌아왔다.

특히 완치된 선수들의 반응 역시 선수들의 성격이 보이는 듯 했다. 미디어데이와 같은 언론 인터뷰 기회에서 코로나19 변수에 대해 묻자 확진에 대한 '핑계' 한 마디쯤은 얹을 수 있음에도 "코로나19 상황은 모두가 똑같은 것"이라고 의연히 대처했고, 올림픽 기간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말은 한 마디도 얹지 않았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올림픽 레이스가 끝나고서야 확진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올림픽 마지막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경애 선수가 울먹이며 전하던 말을 통해, 그리고 한국에 귀국해서 경과보고를 했던 윤홍근 선수단장의 입을 통해서였다. 사실 그런 뒤늦은 확진 소식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선수들은 신중했다.

여러 어려움과 함께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섰던 '팀 킴' 선수들이었다. 높은 정신력을 보여준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력도 선수들을 기록하는 한 페이지에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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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팀 킴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코로나19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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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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