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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일어난 중요한 변화들

[은밀한 맥락을 찾아서 4] 양천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록 2022.02.25 15:12수정 2022.02.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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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정인이 사건"으로 불렸던 "양천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은 2020년 10월 13일 서울시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살인 사건으로 2021년 11월 26일 2심 재판부가 양부에게 징역 5년, 양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으나 검찰과 양부모 모두 상고한 상황이다. 사진은 2021년 5월 14일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서울남부지법앞에서 시민들이 '사형'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 권우성


지금까지 세 편의 기사('양천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에 숨은 진실그들은 언제부터 '악마'가 되었을까?'어떻게' 아이를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를 통해 양천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의 답을 찾고 그 숨은 맥락을 들춰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합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한국 사회는 분노로 가득 찼고, 시민들은 대책을 요구했으며, 정치권은 입법 경쟁을 벌였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학대 관련 법률 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빠른 시간 내에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변화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가장 크고 중요한 변화로써 아동보호서비스의 '공공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공공화'가 무슨 말인가 하면, 공공 부문 즉 정부(정확하게 말하면 기초자치단체)가 아동보호서비스를 직접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청에는 아동보호전담팀이 설치되었거나 설치될 것입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이 이 팀에 배치되며,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과 동행하여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아동의 분리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들 스스로가 공무원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경찰과 동행하기 때문에 더 강제적인 권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동의 분리가 결정되면, 같은 팀에 소속된 아동보호 전담요원이 해당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제공합니다.

현재 아동보호서비스 체계에서 이 요원이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학대아동쉼터, 친인척위탁, 일반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정도입니다. 문제는 현재 상태에서 앞의 대안들을 선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결국 대부분의 아동이 아동양육시설로 배치된다는 사실입니다.

뭔가 느낌이 오십니까? 간단하게 다시 말씀드리자면,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이 원가정을 떠나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아동들을 대신 보호해 줄 수 있는 친인척과 일반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친인척은 친한 이웃보다 거리가 멀고, 선량한 일반가정도 '좋은' 아이들을 원하며, 공동생활가정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사실 (흔히 보육원이라고 부르는) 아동양육시설에도 더 이상 여력이 없습니다. '문제에 대한 대책에 대한 문제에 대한 대책에 대한 문제'의 악순환 고리입니다.

우리 사회가 준비되어 있는가

둘째,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되었습니다. 학대피해아동은 그 피해 정도와 심각성에 따라 다르지만, 그 심각성이 인정된다면 부모와 가정으로부터 분리되어 아동보호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서비스 체계에 여력이 있다면, 학대피해아동쉼터로 배치되어 아동학대와 관련된 복합적인 치료와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쉼터 거주기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위탁가정이나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로 재배치될 것입니다. 그곳에서도 아동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러한 서비스를 충분하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이 준비하고 발전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학대피해아동을 치유하고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아직 더 많은 준비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셋째, 입양가족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되었고, 예비입양부모에 대한 심사절차가 강화되었습니다. 자녀를 입양보내기로 결정한 친생부모는 시군구청의 아동보호전담요원과 상담(조사)을 한 뒤 아동보호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입양보호를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예비입양부모는 입양기관의 더욱 철저한 심사를 거친 뒤에 아동결연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입양전제위탁을 필수적으로 거치면서 가정법원의 심사절차를 다시 받고, 인용판결을 받은 뒤에도 1년 간 사후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사후관리는 가정법원 판결 후 6개월 이내에 4회의 대면 가정방문과 이후 1년 이내 추가 2회의 가정방문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1년 동안에는 입양기관이든 아동보호 전담요원이든 지속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입양부모로서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아직 완성된 대안은 아니지만,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영유아기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 대한 주기적 방문과 발달 검사 및 상담' 서비스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꼭 아동학대만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영유아기 아동의 발달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서 고려해 보자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자

어떻습니까? 충분해 보입니까? 충분한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자'는 의지의 표명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동복지 전공자와 입양분야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아마도 정답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공식적인 아동보호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철저한 감시와 심사, 관리체계를 옹호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입양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입양을 대안으로 고려하며, 실제로 일부 친생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기로 선택하기 때문에, 입양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입양 제도가 없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친생부모들은 자신이 출산한 자녀를 보호하거나 양육하지 않고, 자신의 부모나 지인, 낯선 사람, 일반 사회에 맡기기로 선택해 왔습니다. 이 현실은 부인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맡겨진 아이들에게 최선의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아동보호서비스로 배치된 아동은 대략 4천여 명이었으며, 아동학대 신고 뒤에 학대 판정을 받은 아동은 3만여 명이었습니다. 만 18세까지 아동인구가 천만 명은 되니까, 천만 명 중에서 4천 명, 3만 명이라면 많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신체적, 정서적,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임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빈곤이나 이혼 등의 이유를 빌미로 양육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입양이나 가정위탁, 시설 등의 대안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부모로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고 싶지 않거나 이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러한 부모의 결정이 아동의 삶과 복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들 중에는 어린 나이에 부모 중 한쪽 또는 부모 모두를 잃는 불행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양육하지 않기로 선택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입장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사망과 같이 도무지 불가피한 상황과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부모가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친생부모들에게 양육을 포기하는 상황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자녀를 낳고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신고의무자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탈출로이면서 이 글의 처음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우리는 '악당' 부모를 어떻게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떤 부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전까지 그 성향이 드러날 기회가 없었다면, 사실상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그들의 악마성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쁜 일이 일단 시작되고 나면, '우리'는 그들과 접촉하는 순간에 작지만 의미 있는 단서들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런 단서들에 익숙합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바로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진실기본값 이론'에 현혹되곤 할 뿐입니다.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런 단서를 찾아냈을 때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진지하게 의심하고 더 중요한 단서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육감을 동원해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비극들에 앞서 그 비극의 전조가 된 엄청나게 많은 사소한 문제들이 쌓여있었고, 그 단서들을 발견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그러했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러했고, 지역사회의 사건들이 그러했고, 조직 내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러했고, 가족사가 그러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 아이가 입양되어 그 부모의 가정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 사회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전에 주변 사람들은 그 부모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지 모르지만, 그저 특이한 사람 정도로 넘겼을 것입니다. 단서는 입양된 이후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모는 묻지도 않았는데 입양 사실을 밝히기도 하고, 아이를 입양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정작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족들의 모임에서도 그러했고, 아이도 부모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발견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상처와 흔적이 보였고, 아이의 태도와 행동도 매우 위축되어 보였습니다. 제대로 걷거나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도 않고, 심각한 상황에 놓인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지인들과 킥킥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다 가고 조사를 했는데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입양 실무자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담당자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 외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이웃집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방임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와 의료기관, 사회서비스 체계 등의 서비스 제공자들은 학대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는 것이 의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고의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아동학대만 그럴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그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더 세심한 민감성과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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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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