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발효어워즈 2022 시상식2022년 2월25일 오후 서울 인사동 KOTE
노광준
올해로 3회째인 '참발효어워즈'는 공장식 발효식품에 가려 사라져가는 전통 발효식품을 걱정하던 먹거리 운동가들이 우수한 국산 발효식품을 발굴하고 소비자들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발효식품 전문 시상식이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장은 다양한 콩의 나라이자 발효의 나라인 우리가 어느새 패스트푸드의 나라가 됐다며 시상식 취지를 설명했다.
"발효음식은 슬로푸드의 핵심이고 우리는 발효의 나라인데, 외국 사람들은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한국 음식인 줄 알아요. 우리 스스로 먹는 발효식품도 패스트푸드화 됐습니다. 무늬만 발효인 식품기업의 간장이 더 맛있다고 느끼고 대학도 대기업 간장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이런 현실에서 이제는 진짜 발효가 무늬만 발효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발효식품의 패스트푸드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장만 해도 그렇다. 메주를 띄워 몇 개월 간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치면 걸쭉한 장이 되는데 여기서 건더기만 거르면 된장이 되고, 걸러진 맑은 국물은 간장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사먹는 간장들은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 '양조간장'은 메주 대신 탈지 대두박과밀 등을 양조장에서 빠르게 발효시켜 만든 일본식 개량간장으로 '왜간장', '일본간장'이라고 한다. '혼합간장'은 염산 등을 써서 콩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분해시켜 만든 '산분해간장'에 왜간장으로 불리는 양조간장을 섞어 저렴하게 만든 간장이다. 이런 간장들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며 해외에서는 '한국의 맛'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조선간장으로 불려온 진짜 한식간장은 '짜다' 혹은 '품질이 들쑥날쑥하다'라며 시장에서 외면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저희가 현장을 다니면서 놀란 것은, 제대로 만든 한식간장은 절대 짜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때 먹던 어머님의 손 맛이랄까, 굉장히 고급진 풍미와 감칠맛이 돌아요. 그렇게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발효가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어요. 그걸 알리고 도와야겠다는 뜻을 모아 시상식을 만들었죠."
김원일 슬로푸드 문화원 이사장의 말이다. 먹거리 운동가들은 무엇보다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표 아래 깐깐한 맛 평가과정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와 막걸리, 목장치즈 등 모두 5개 분야에서 출품 접수를 받은 뒤, 125명의 시민 맛 평가단과 2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관능평가위원단의 심층적인 블라인드 관능평가를 거쳤다. 또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통해 해당 제품이 환경보호와 지역사회에 이로운 영향력을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ESG 가치 평가'를 통해 가점을 부여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강순아 호서대 교수는 특히 현장실사가 가장 보람있으면서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이 직접 수많은 현장을 다니면서 국내산 재료를 엄수해서 쓰고 있는지, 그 지역의 농민이나 지역사회와 얼마나 단단하게 연계하고 있는지, 문화전통 및 발효여부 등을 정말 꼼꼼하게 검증했습니다."
그렇게 간장 3점, 된장 5점, 고추장 2점, 막걸리 7점, 국내산 목장치즈 6점, 모두 23점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작이 발표되고 수상자들의 소감을 만나보는 시간, 먼저 간장, 된장, 고추장 심사를 총괄한 전통장 전문가 김지영씨가 장류 분야 올해의 심사평을 요약해 말했다.
"매년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흐뭇한 일입니다. 전통장의 매력은 집집마다 장 맛이 다르다는 건데요. 만든 이의 개성이 담겨지면서도 그 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품질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농사도 발효도 하늘과 동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