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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메시지 담은 김보경의 골 세리머니

[주장]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과 '선한 영향력' 사이에서

22.02.28 14:12최종업데이트22.02.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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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대구 FC와 전북 현대 경기에서 전북 김보경이 골을 넣은 뒤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선수 김보경(전북 현대)의 깜짝 반전(反戰) 세리머니가 화제다. 지난 27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2 2라운드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 출장한 김보경은 후반 26분 선제골이자 자신의 이번 시즌 1호 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김보경은 골을 터뜨린 뒤 축하하러 달려오는 동료들을 손짓으로 제지한 뒤 돌연 중계방송 카메라 쪽으로 향했다. 김보경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돌연 "노 전쟁, 우크라이나"라는 말을 두 번 반복해서 크게 외쳤다. '노 전쟁'을 외칠 때는 검지를 함께 흔들며 부정의 의미를 강조했고, '우크라이나'를 외칠 때는 엄지를 위로 치켜들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쉽게 직접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김보경이 카메라에 가까이 접근하여 소리치는 입모양과 간절함이 담긴 표정과 손짓 등은 모두 정확하게 담겼다. 김보경은 세리머니를 마치고 뒤로 돌아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그제서야 동료들과 골의 기쁨을 나눴다.
 
김보경의 세리머니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한 메시지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제사회는 즉시 러시아의 침공을 성토하며 대규모 제재에 동참했고, 세계 각지에서도 전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유럽축구계는 물론이고, 스포츠 각계에서도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지는 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에선 에버턴 선수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입장했고, 맨시티의 선수들은 'NO WAR'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들이 소속되어있기에 동료의 조국에서 벌어진 비극을 위로하는데 함께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vs 애스턴 빌라, 리즈 유나이티드vs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 등에서도 각각 광고판과 플래카드를 통하여 평화와 반전을 기원하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러시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유럽 여러 구단들과 국가대표팀들이 경기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경기장밖에 개인적인 SNS 등을 통하여 반전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표방하는데 함께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보경의 세리머니가 자칫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축구장에서는 정치적인 입장 표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 강령 14조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remain politically neutral)'이란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한국역시 대한축구협회 정관 3조와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 5조 등을 통하여 '행정 및 상벌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모든 형태의 차별적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K리그 대회요강 제 40조에도 '정치적 주의 또는 주장 또는 관념을 표시하는 게시판, 간판, 현수막, 플래카드, 문서, 도면 ,인쇄물 들의 반입 금지와, 경기장 내에서 권유, 연설, 집회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보경이 순수하게 선한 의도를 가지고 세리머니를 선보였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정치적 슬로건의 범위를 어디까지 용납해야 하나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 걸쳐 이번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축구에서만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평화를 바라는 건강한 메시지조차 가로막는다면, 스포츠의 선한 사회적 영향력 구현을 강조하는 것과는 모순되는 일이다. 

한편으로 김보경의 세리머니는 이제 한국 스포츠 선수들도 세계적인 이슈와 사회 현안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언제든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만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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