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오줌발이 약해졌다. 위기의식을 느꼈다.

[마흔이 서글퍼지지 않도록] 건강하게 살아 보려는 노력

검토 완료

남희한(raintouch)등록 2022.03.03 10:22
요즘 어깨와 무릎이 말썽이다. 괜찮다 싶다가도 뻑뻑해지고 조금 무리하면 미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몇 군데 병원을 다녀봤지만 무릎은 원인을 알 수 없다 하고 어깨는 염증이 생겼다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한동안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또 재발이다.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갑자기 훅 늙어버린 느낌이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괜찮아 질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1년이 넘게 지속되니 조금씩 불안해진다. 다행히 아직 내과상 소견은 별로 없는데, 외과상 소견으로 몸을 소극적으로 움직여서인지 예전만큼 먹지 못하고 소화도 더딘 것이 속도 점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눈도 침침해졌다. 난시가 있긴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는데 요즘은 더 흐릿해지고 쉽게 시리기까지 하다. 회사든 집이든 조명이 어둡게만 느껴진다. 어릴 적 지나친 이어폰 사용으로 가는귀도 어두운데 눈도 어두워진 것 같아 속이 좀 상한다. 고요하고 흐려지는 세상과는 반대로 내 속은 걱정에 시끄럽고 날이 선다.
 
언제나 그래왔듯 '아직은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다독이려는데, 신경 쓰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아직은 남의 일이지만 곧 남의 일이 아닐 것 같은 발견에 마음이 불편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을 좀 했는데,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가장 적확할 듯하다. 선배들의 오줌발이 약해졌다.
  

선배의 액해진 오줌발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 남희한

 
그중 좋아했던 한 선배의 오줌발에 마음이 좋지 않다. 신입 사원 시절에 본 선배의 오줌발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항상 바쁘게 생활하던 선배의 오줌은 언제나 굵고 유속은 빨랐으며 그 파괴력은 가히 대단했다. 정말 손만 씻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괜스레 악수가 꺼려질 정도였다.
 
분명 같이 섰는데 내가 중반을 달릴 때 그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돌아 서서 세면대를 향했다. 내가 시동이 느리고 서행하는 것도 있지만 선배는 정말이지 누구보다 빨랐다. 소변 능력에 제로백이 있다면 아마 선배는 톱클래스에 올랐을 것이다.
 
그랬던 선배가 좀 많이 변했다. 한 동안 마주칠 일이 없었던 탓에 몰랐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화장실에서 조우한 선배의 소변 능력이 몇 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소리가 시원치 않았고 뒤에서 흘끗 본 소변 줄기는 약했다. 나의 가는귀와 어두운 눈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오랜 시간 서있었다는 사실이다.
 
10년 넘게 한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 알기 싫은 것도 알게 되지만 알고 싶은 걸 물어볼 수 없게도 된다. 나중에 전해들은 바로는 전립선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강인한 선배도 사람이었고 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몸은 노화된다. 팔팔하던 신체기능이 점점 활력을 잃고 고속 충전하듯 회복되던 체력과 몸의 작은 문제도 서서히 충전되고 완충과는 멀어진다. 영원할 것 같은 선배도 그랬다. 이전보다 왜소해졌고 알이 꽉 차 단단해 보이던 다리에 근육이 많이 빠졌다. 어느새 흰머리가 늘었고 손주 이야기에 표정이 밝아지는 나이가 됐다. 그리고 노화와 병이 찾아왔다.
 
선배들의 수술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대단하던 그들도 자빠뜨리는 세월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노화의 물결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해진다.
 
남 일이 아닌 내 일로
 
뭐든지 내 일일 것 같아야만 보인다. 그리고 그제야 실감한다. 어느덧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강 문제에 지난날 챙기지 않은 몸에 미안함을 느낀다.
 
그런 생각에 시작한 것이 계단 오르기와 스트레칭이다. 별거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이게 신경 써서 제대로 하면 코어 근육들이 힘듦에 치를 떤다. 가득 차오르는 아릿한 느낌과 그로부터의 개운함이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기 전이나 먹고 나서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의 계단을 두 번 오른다. 무릎에 가해지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오를 때는 상체를 세워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고 오른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하체는 뿌듯함으로 채워지고 상체엔 감격의 눈물(?)이 배어 나온다.
 
스트레칭은 늘리는 동작만을 하지 않는다. 이제껏 당기고 밀고 누르기만 했는데 유연함이 잘 늘어나는 것이 아닌 늘어난 범위에서 자유롭게 힘을 쓸 수 있는 것임을 알고부터 PIA 스트레칭을 반복하고 있다.
 
PIA 스트레칭은 외부 힘을 통해 몸을 늘리는 Passive,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과 반대 방향으로 저항하며 최대한도로 몸을 늘리는 Isometric, 외부의 힘없이 자신의 힘으로만 몸을 늘리는 Active를 병행하는 스트레칭이다. 덕분에 종종 찾아오던 허리 통증이 잦아들었고 유연함이 늘어서인지 당겨지는 듯한 무릎 통증도 줄었다.
 
잘 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식생활에도 관심을 가진다. 특히 장 건강이 면역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영상을 보고 늦은 밤 먹고 자던 버릇을 고치고 있다. 샐러드를 잘 챙겨 먹고 하루에 먹는 고기의 양도 줄였다. 한 번에 많은 양의 고기, 정확히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은 장을 혹사시키는 것이라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런 작은 변화들로 몸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매번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피곤한 날은 대충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간간히 깔딱거리기만 하는 몸놀림만으로도 이전보다는 몸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귀찮아도 계단을 오르고 잠깐이라도 몸을 늘리는 이유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일이 내 일이 아니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오래 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살아 있는 날까지는 매일매일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원할 순 없지만 영원하길 바라는 노력으로 조금 더 건강할 수 있다면 손해 볼 건 없지 싶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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