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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탈원전'으로, 한국은 '탈탈원전'으로?

[내일의 기후]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등록 2022.03.12 20:44수정 2022.03.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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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란트슈트 지구에 있는 에센바흐 원자력 발전소 이자르 2호기. 바이에른주에서 폐쇄되지 않은 마지막 원전으로 2022년 말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탈원전'이란 지금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원전)를 멈춰 세운다는 뜻이 아니다. 새로 짓지 않고, 있는 원전의 수명 연장을 자제하는 등 원전 의존도를 천천히 줄여가며 재생 에너지로 축을 옮겨간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의 에너지 정책이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10일 <조선일보>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뽑았다.

"탈원전 중단, 신재생 속도 조절…에너지 정책 바뀐다"

제목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동력을 상실할 것이며, 새 정부는 지금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의 공약은 이랬다. '탈원전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건설'.

그런데 비슷한 시간 독일 정부는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위협에도 불구하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

전 세계 5500만 명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 전문 언론 <파워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응해 독일에 대한 모든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함에도 기존 핵 시설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지난달 말 독일 정부 내에서는 독일 천연가스 수입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독일 내 원전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출된 바 있다. 독일 경제 부총리와 환경 장관은 모든 옵션을 검토한 결과 원전의 가동 비용이 '제한된' 혜택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런 발표를 했다.

"편익과 위험 요소를 모두 따져본 결과, 지금의 가스 위기를 감안해도, 남아 있는 3개 원전의 수명 연장을 권고하지 않는다."

궁금했다. 그렇다면 독일은 지금의 가스 위기 속에 뭘로 전기를 만들겠다는 걸까?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총리는 "국가 에너지 자원을 다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독일 북부 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세우는 등 가스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비상수단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유지하는 한편 재생 에너지 확대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충당하겠다."

지난달 2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40년 이전 화석 연료 의존을 없애겠다는 기존 목표를 앞당겨 오는 2035년까지 재생 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에너지 개혁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초안에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력수급의 80%에 도달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육상 풍력 에너지 용량은 최대 110GW(현재 수준의 두 배), 해상 풍력 에너지는 30GW(원자력 발전소 10개 용량)에 도달해야 하며, 태양 에너지는 지금보다 3배 늘어난 200GW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는 전력망 구축과 LNG 터미널,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테슬라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하벡 부총리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30년이면 앞으로 8년 뒤의 일이다. 그때 독일은,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함께 열어야

분명한 것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재생 에너지는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른 '탄소국경세'나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등 직간접적 기후 관세도 강화될 것이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전환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핵발전을 두고 벌어질 가짜뉴스와의 싸움도 첨예해질 게 분명하다."

대선 직후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논평 내용이다. 나는 사실 걱정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국론을 모아도 모자랄 이 중요한 시국에 한쪽에서는 원전 갈등, 다른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 동력 상실이 현실화되어 미래 경쟁력을 잃어갈 대한민국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0.7% 차이로 승부가 갈린 양대 진영의 진심 어린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이제 그만 '원전 찬양가'를 거두고 RE100이 뭐고 택소노미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문제였는지 성찰하며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대화하며 미래를 함께 열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는 보수도 진보도 여야도 따로 없다.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전준범, '[윤석열 시대] 탈원전 중단, 신재생 속도 조절…에너지 정책 바뀐다' (조선일보, 2022. 3.10)

'Germany rules out extending lifespan of its nuclear facilities' (PowerTechnology News, 2022. 3.9)

Markus Wacket, 'Germany aims to get 100% of energy from renewable sources by 2035' (Reuters, 2022. 2.28)

'[논평] 희망이 아니라 숙제만 남긴 대선, 이제 시민이 나설 차례' (녹색연합, 2022. 3.10)
#탈원전 #재생에너지 #러시아 가스위기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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