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성호
- 17일 발표된 전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62만 명을 기록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 맞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30만~40만 명을 한계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40만 명을 본격적으로 넘어서고 그렇게 2~3주가 지나게 되면 상당히 버거운 상황을 맞게 됩니다. 사실 의료체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지금 제일 걱정되는 영역이긴 합니다."
-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지금도 위태위태한 영역들이 나오고 있어요. 제일 걱정되는 건 중환자실 정도만 병상이 비어 있는 수준인 거고, 응급의료 체계에도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격리실 등에 코로나 확진자라든지 코로나 의심 환자가 너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보니까 열 나는 환자가 응급실에 진입 못 하는 상황이 벌써 몇 주 전부터 계속 벌어지고 있거든요. 또 분만이나 투석 치료가 제대로 안되는 문제는 여러 번 나왔고요. 그래서 진료 취약층의 진료가 계속 어려워지는 부분들이 닥친 지 오래 됐고 이러다가 중환자실까지 다 차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는 거죠."
- 근데 위중증 환자가 아니면 요즘에는 거의 집에서 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위험군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집에서 푹 쉬고 감기약 먹고 버티면 되는 수준인 것은 맞아요. 문제는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지니까 60대 이상의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 수밖에 없어요. 자꾸 퍼센트로만 얘기하니까 사람들은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 지금 60대 이상이 10~15% 정도 나오거든요. 20만 명의 15%와 60만 명의 15%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런데 의료 체계는 절대적인 숫자로 정해져 있고요. 퍼센트로 따지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확진자의 규모가 커져 버리면 절대적인 중환자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드리는 겁니다."
- 방역 당국이나 의료인들은 37만 명을 정점으로 전망했지만 훨씬 많이 늘었는데요. 전망을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거리두기 완화로 더 늘어났다고 봐야 할까요?
"수학적 모델링이 갈수록 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정부가 예전에는 겉으로는 2주 간격으로 했지만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기조를 계속 유지시켰죠. 그런데 정부가 거의 2주 간격으로 계속해서 완화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확진자가 늘어나고, 또 어쩔 수 없이 진단 체계도 계속 바꾸다 보니까 수학적 모델링 자체가 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요?
"솔직히 인위적인 거리두기로 막으려면 엄청나게 강력하게 거리두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그러나 지금이 정권 교체기잖아요. 현 정권이 그런 거리두기를 동원하자고 얘기도 못 할 거고 다음 정부도 지금 솔직히 여기다가 뭐라고 했다가 문제가 되면 정권 인수위 때부터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지금 아무것도 안 할 거거든요. 하필이면 가장 최악의 유행 상황에서 강한 정책을 펼 수조차 없어져 버렸어요."
- 뭐든 해야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자꾸 안심하는 메시지만 보내는 걸 보면 정말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냥 웬만큼 걸린 다음에 넘어가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닌가라고 지금은 오해할 수밖에 없어요."
"독감하고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
-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늘어나는 부분은 예측이 됐던 부분이죠. 지난번에 20만 명 30만 명 넘을 때 벌써 100명 넘었고 지금 지난주에 200명 넘었고 이번에 400명은 사실 주말에 전산도 문제 있어서 신고가 늦어져 2~3일 치가 몰린 일이기는 한데 어떻든 간에 하루 신고 숫자로는 제일 많은 숫자 400명이 넘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1~2주 전에 데이터라고 생각한다면 한 20만 정도일 때 확진된 사람이 이제 사망하니까 300~400명 나오는 건데 그러면 지금 50~60만 환자들이 나오는 상황에 사망자가 나오는 1~2주에서 2, 3주 이후에는 산술적으로 해도 2~3배의 확진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600~700명도 나올 수 있다는 거기 때문에 상당히 두려워요."
-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한 달간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1% 이하로 독감과 유사한 수준(0.05~0.1%)으로 떨어졌다는 정부의 분석을 들면서 '독감의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은 그만 두라'고 비판하셨잖아요. 왜 말장난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자꾸 독감이랑 비교하잖아요. 근데 독감의 전파력은 지금 오미크론의 한 5분의 1이나 7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독감은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지역사회 내에서 하루에 확진자가 40만 명 안 나와요. 나올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독감하고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얘기예요."
- 지금 확진자가 60만 명이면 감염자는 100만 명 넘을 거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맞습니다. 이렇게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 나오더라도 PCR까지 받아서 확진 판정받고 싶지 않아'라거나 또는 '그냥 집에서 몸이 안 좋으면 코로나겠거니'라며 검사에 동참을 안 하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 또한 이렇게 해서 확진자가 늘어나다 보면 환자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져요. 그러니까 매우 가벼운 증상이나 아주 증상 없는 사람들도 숫자가 늘어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좀 힘든 분도 있고 덜 힘든 분도 이렇게 환자의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까 가볍게 나타나거나 아니면 무증상인 사람은 굳이 검사를 받을 이유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해서 놓치는 사람 숫자가 꽤 늘어나게 된다고요. 그래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이라든지 아니면 증상이 가벼워서 진단을 안 받는 사람 또 의도적으로 진단을 받지 않는 분들까지 따지다 보면 실제 감염자 수는 최소한 2배에서 3배 정도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가 맞기는 맞습니다."
- 그럼 실제 감염자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나라가 그런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오미크론 지나고 피 뽑아서 자기는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따져보면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지금 외국 데이터를 보게 되면 영국만 하더라도 전 인구의 30% 정도가 확진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항체 검사하면 지역마다 50%까지 걸린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전체 확진자 규모 보다 인구 대비했을 때 한 20~30% 정도가 높을 수 있으니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죠. 우리나라가 델타 정도 때까지는 진단 체계가 제대로 운영됐기 때문에 거의 안 놓치고 잡아냈어요. 그런데 오미크론 넘어오면서부터 너무 확진자 규모가 느니까 신속 항원 검사도 동원하게 된 상황이 된 거죠. 우리나라가 절대적인 확진자 수와 그다음 실제 감염자 숫자가 벌어지기 시작한 건 거의 오미크론 때 처음입니다."
- 그럼 얼마에 걸려야 감소할까요?
"그 부분이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이나 미국 사례 들면서 전 국민의 한 30% 정도 감염이 되면 유행이 줄 거라고 예상을 많이 하긴 하더라고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을 하는데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가마다 상황이 매우 다르거든요. 국가마다 이미 이전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도 다르고 예방 접종률도 다르죠. 그리고 방역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는지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정점에 이를 때 유행이 꺾일 정도의 감염자 수를 절대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거리두기 완화하면 정점 더 늦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