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평화순례를 하고 있는 동백아이들
이임주
저녁에 돌아와서는 하루하루 그날의 시간을 세줄일기로 함께 나눈다.
동백학교의 새로운 가족 솔이라는 친구는 자연스레 연결된 관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오늘 드디어 올레길 첫 코스였다. 첫 날인데 무지 힘들어서 내일은 또 어떻게 걸을지 걱정이다. 지미봉을 올라갔는데 그냥 드러눕고 싶을만큼 힘들고 피곤했다. 발도 엄청 아파서 지금 발바닥 가죽이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힘들었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점점 친구들이랑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특히 태형오빠랑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재밌었다. 내일은 오늘 갔던 곳 보다 더 힘들고 길다는데 무지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보다는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형오빠, 오늘 정말 재밌었어. 나 많이 챙겨주고 맞장구 쳐 줘서 고마워. 내일 또 같이 걸으면서 많이 이야기하자."
그리고, 올해 중2과정인 우겸이는 올레길을 새로운 세상에 비유했다.
"오늘은 올레길 제 20코스를 걸었다. 우리는 19키로를 바다 옆 길로 걸어다녔다. 다들 힘들다고 얘기를 했지만 끝까지 완주을 했다. 그 길을 보면서 바다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웠다. 꼭 안 걸어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바다는 아름다웠다. 보니깐 나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어제랑 똑같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항상 올레길을 걸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현서는 함께 보고 느낀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오늘은 3월 5일, 너무 기분좋은 날이다. 사실 어제 물집을 터트렸는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절뚝절뚝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끈기있게 완주한 내가 참 자랑스럽다. 바다 옆에서 걸어서 그런지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다. 중간에 예쁜 책방과 소품샵을 만났다.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운 책방이 너무 좋다. 큰 책방보다 더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참 예뻤다. +당근니에게~오늘 너무 열심히 걸었어! 바람도 추웠는데 묵묵하게 걷는게 멋지더라!"
아이들의 짧은 나눔 속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다양한 교육적 가치가 녹아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을 걸으며 길이 안겨주는 배움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에 대해 답해 보려고 한다.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갈등이 생기면 굳이 회복하려 하지 않아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 되지만 작은 공동체일 수록 그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동백작은학교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회복적 시스템을 통해 더 깊이 관계를 맺어가고 그들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시간들을 거친다. 그러면 갈등을 통해 오히려 더 멋진 관계로서의 승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로를 더 깊이 바라 볼 수 있게 되고 서로의 다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무엇이 진정 청소년들에 필요한 교육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힘든 팬데믹 속에 우리는 그 전과 후를 바라보며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교육이란 결국 형식적인 틀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평가받기 위해 경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닐까. 그리고 자연스레 연결되는 삶의 가치를 이어가는 운동이 아닐까.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배울 수 없는, 자연스레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치유와 회복,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배우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함께 호흡하며 걸었던 아름다운 올레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관계맺기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배웠다.
아름다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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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동백작은학교를 운영하며 대안교육, 청소년, 성평등, 인권과 평화의 현장을 기록한다. 《국어, 수학, 페미니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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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시작하자마자, 아이들과 7일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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