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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이전, 경호 프로그램 안 바꾸면 옮기나 마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 2022.03.25 15:32수정 2022.03.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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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상희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 수록 여러 가지 논란이 중첩되는 모양새다. 당초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벗어나 광화문 시대 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선 10일 만인 지난 20일 직접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방안'을 발표하며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 거의 재앙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라며 "기존에 들어가 있는 정부 기관 이전 문제라든지, 대통령 경호를 최소화한다 해도 광화문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그 빌딩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불편이 좀 세밀하게 검토가 안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안보 문제부터 이전 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집무실 이전에 대한 '법적 근거'다. 이와 관련 의견을 듣기 위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접촉면을 넓힌다는 목적으로 옮기겠다는 거죠. 여태까지 대통령 체제가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하나의 권력으로 존재해 왔었죠. 그러나 청와대 떠나 국민들의 일상에 보다 근접하는 위치로 옮기겠단 건 과거 대통령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만드는 점에서 나름 적극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보죠. 그런데 문제는 본래의 목표가 현재 집무실 이전 계획 속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조금 달리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국민들과 접촉 면을 넓히는 목적에서 본다면 광화문 체제가 가장 부합하거든요. 광화문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고, 촛불 시위와 같은 국민들 목소리가 집결되었던 공간이기 때문에 그리로 옮기는 것이 상당히 정치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용산으로 옮기고자 하니 그 이전의 취지가 반감되는 느낌입니다. 용산은 약간 고립된 상태여서 국민과 접촉하기가 쉬운 공간은 아닙니다. 거기다 집무실이 존재하는 공간만 변동될 뿐 대통령이 직무 수행하면서 국민들과 어떻게 접촉하겠다는 계획이 따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 지금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이 불가능한 위치인가요? 아님, 대통령의 의지가 없어서 소통 못 하는 건가요?
"사실 지금 청와대에서도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힐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청와대가 구석진 자리에 위치해 지금까지 국민으로부터 집권자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거든요. 이를 탈피하고 청와대를 개방해 그 부근에서 시민들이 휴식한다든지 또는 관광 한다든지 규모에 따라서는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청와대 또한 얼마든지 국민과 접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바로 그게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가지는 가장 큰 결여점이죠."

- 미국 백악관과 청와대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미국 백악관 같은 경우 대통령의 직무수행공간을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잖아요. 고함을 지르면 그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따라 백악관 경내를 관광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한다고 국민과 접촉면이 실질적으로 넓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의 집무실은 구중궁궐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 한 가운데 있고 국민들과 더불어 대통령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든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정반대로 치달아 왔습니다."

- 청와대가 경복궁 뒤에 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건 아닌가요?
"(청와대가) 경복궁 뒤에 있기 때문에 약간 구석져서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리적인 위치죠. 하지만 더 큰 장벽은 '심리'입니다. 청와대가 하나의 병영화된 요새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보니 감히 근접할 마음조차 먹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 있지요. 그래서 그 주변의 경비구역이나 출입금지 지역, 높은 담장 같은 것들을 제거하면서 국민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1968년도에 김신조라는 무장간첩이 청와대를 공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청와대 주변은 완전한 출입금지 지역이 되어, 일종의 마다카스카르처럼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형성된 대통령 경호수칙은 아직도 여전히 기본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대통령 또는 대통령이 거처하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소총의 사거리 600m의 원을 긋고 그 이내에는 대통령만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어느 누구도 쉽게 근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또 청와대 상공에 아예 조그마한 드론조차도 날아다니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 청와대를 향한 고층 건물의 창문은 아예 가려버리는 것 등 아주 폐쇄적이고 경호를 위한 경호 체계를 만들어 놓고 있죠. 이런 것들을 그 근저에서부터 풀어헤쳐서 경비의 필요성 최소한도로 줄이고 청와대를 고립된 섬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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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집무실 옮긴다고 그게 해결될까요?
"그게 문제죠. 사실 청와대라는 외진 공간을 벗어나서 광화문이든 용산이든 어디론가 옮기는 것은 권위주의적 대통령의 이미지로 점철되었던 과거와 단절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옮기면서 기존의 경비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라면 옮기나 마나 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 윤 당선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놨었죠. 일각에선 공약으론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으니, 공약 파기 아니냐는 주장도 하는데요.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공약의 핵심은 청와대를 떠나서 국민들 속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저는 용산보다는 광화문이 낫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데 용산도 설계하기 나름으로 그리고 경비 개념을 바꾸기 나름으로는 국민들과 얼마든지 접촉 가능한 부분이죠."

- 근데 선거 과정에선 광화문 시대 열겠다고 했지 집무실을 어디든 옮기겠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선거 과정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까요?
"저는 그 부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떠난다는 데 방점을 둬야지, 굳이 특정한 장소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거죠. 그래서 공약 파기 여부는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용산에 가더라도 집무실 부근 600m 이내에는 접근금지 또는 집무실 앞에 새로 만들려는 공원에서는 집회 금지, 등의 식으로 하면 그게 바로 공약 파기지요."

-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지금 청와대에 있더라도 법 바꿔서 청와대를 개방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게 하면 공약 파기가 아닌 거죠?
"그것도 가능한 거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하여 광화문 시대 열겠다고 공약해 놓고도 '기술적'인 이유로 공약을 포기했는데,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청와대를 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플랜 B를 해서 윤 당선자처럼 용산이나 다른 곳을 생각하든지 아니면 아예 발상 전환해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여 광화문 시대와 같은 효과를 도모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지요."

-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건 헌법이나 법률에 안 나오나요?
"전혀 규정이 없어요. 사실 우리나라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할 때 그 외형은 대통령에 관한 법률이 거의 없다는 점으로 드러납니다. 법치국가임에도 대통령의 집무실은 물론 직무수행방식이나 절차,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절차 등에 대해서조차도 법률 규정이 없습니다."

- 왜 그런 건가요?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인데 국회가 어떻게 법률로써 대통령에게 명령할 수 있느냐는 관념 때문이죠. 대통령은 규율대상이 아니라 절대 권력으로 국민을 규율하는 권력의 주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법률이나 헌법에 집무실 규정이 없으면 5년마다 새 대통령이 집무실 옮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규범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다른 것이 청와대 이전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사항이라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위헌 결정이 나서 좌절되었습니다만. 심지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는 법률까지 제정했었지요. 이 점에서 보기 나름으로 윤 당선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인 정당성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반면 지금 옮기고 5년 후에 차차기 대통령이 나도 옮기겠다면 법률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곤란해지겠죠."

- 법률로 만들어야겠네요?
"저는 가능하면 법률로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실에 관한 법률' 등의 이름으로 집무실을 포함하는 대통령 공관의 위치와 구성을 비롯하여 비서실 등의 참모기구도 지금처럼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로써 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규정은 총괄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되어야 하고 또 제·개정의 과정에 대통령의 의지를 적극 반영하여야 하겠으나 그래도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를 스크린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 지금 인수위와 청와대의 갈등은 어떻게 보세요?
"신구 정권의 교체기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경우에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너무 미숙하고 조악합니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 임기 만료하기 전 70일 내지 40일 전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라 명령한 것은 한두 달에 걸친 업무인수인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신·구 대통령 사이의 협력과 합의에 기반한 정권 이양을 명령한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의 상태는 인사권 행사를 중심으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두 주일이 지나도록 상호 회동도 하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임명권의 행사는 하나의 정치 관행으로 정착시켜야 할 부분인데 아직도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한심한 일입니다. 생각건대, 감사위원의 경우는 그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전 정권이 임명한 감사위원으로 다음 정권을 견제하도록 한다는 일종의 권력분립 측면도 있으니 현 정권이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반면에 나머지 인사의 경우에는 차기 정권의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만큼 서로 충실한 협의를 거쳐 시행하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세요?
"제가 그 답변을 할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니까 언젠간 해결이 될 겁니다. 다만 그 과정이나 기간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업무가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갈등에서 절충이나 합의로 나아갈 때 어떤 형식으로든지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는 과정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 윤석열 당선자는 정말 청와대 안 들어갈까요? 문재인 정부 압박용일 수도 있지 않나요?
"통의동에서 직무 하겠다고 공헌한 판에 들어가면 이상하잖아요. 저는 안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것이 윤석열 개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주변에 비서실장, 수석비서, 비서관, 행정관 등등 일련의 참모조직이 '대통령'이라는 직위 안에 다 포함되어 있지요. 그러다 보니 통의동의 공간을 임시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런 조직은 여전히 청와대의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청와대 안의 관저라든가 대통령 혼자에게 할당한 집무공간 등은 이용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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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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