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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꽂힌 MZ세대, 그들이 선택한 이유

10∼30대 이용자 전체 70% 차지, 타인 시선 탈피 일상 기록 활용

등록 2022.03.25 15:58수정 2022.03.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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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비롯한 '개방형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직장 동료, 지인들의 일상부터 유명 인사의 하루까지 게시글이 초 단위로 쏟아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팔로우(SNS에서 특정 사람이나 계정을 즐겨찾기 하는 것)를 하고 있다면 이들이 내뱉은 말을 소화하는 것은 이용자 몫이다.

이처럼 개방형 SNS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잉 연결에 지친 이들이 한물간 SNS로 여겨졌던 블로그로 모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1020세대가 있다. 이들은 자극적이고 광고투성이인 SNS를 떠나 비교적 타인 시선에서 자유로운 블로그에 정착했다.


2019년 1월 블로그를 시작한 직장인 이호경(24·부산)씨는 한때 인스타그램 팔로어(SNS에서 특정 사람이나 계정을 즐겨찾기한 사람)가 50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팔로어가 늘어나면서 재미로 시작했던 SNS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썼고 어느 순간 억지로 게시글을 올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결국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앱을 켜면 타인의 사진과 글이 가장 먼저 보인다"며 "나보다는 타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 게시글을 올릴 때도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게 돼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로그에 쓰는 글은 완벽할 필요도, 특별할 필요도 없다"며 "오로지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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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픽사베이

 
실제 블로그 이용자 가운데 청년층 비율은 늘고 있다. 네이버가 공개한 '2021 블로그 리포트'를 보면 이용자 70%가 10~30대였다. 10대는 전년 대비 이용자가 3.4% 증가했고 20대는 0.6% 올랐다.

블로그는 특히 Z세대(1996년 이후 출생~2000년대 중후반 출생자)에서 인기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전국 만 15~25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이들 가운데 31.2%가 일주일에 1회 이상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게시 비율(24.4%)보다 높은 수치였다.

블로그 6개월 차에 접어든 대학생 이민지(22·창원시 의창구)씨는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꾸준히 일기 쓰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써도 매번 작심삼일로 끝났는데 블로그는 접근성도 좋고 가볍게 일상을 남기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며 "내가 쓴 게시글을 접하는 사람들도 다른 SNS보다 제한적이라서 안심하고 글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블로그를 일상 기록과 함께 자기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7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정우준(27·창원시 성산구)씨는 사진·영상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작업했던 결과물이나 사진, 영상, 미술 등에 관련된 글을 올린다.


그는 "홍보를 하려고 쓴 글은 아니지만 게시글을 보고서 작업 의뢰나 강연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다"면서 "블로그에 쓰는 글이라도 제대로 된 형식만 갖춘다면 자신을 알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통 MZ세대라고 하면 디지털 문화 최전선에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오히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익숙한 디지털 문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희소성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로그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휘발성 강한 정보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찾는 것"이라며 "일상을 기록하더라도 그 속에 개개인 삶이 녹아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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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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