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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철 "당선자가 정했으니 따라오라? 국민에 맞서는 리더십"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

등록 2022.03.28 09:35수정 2022.03.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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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대 대선이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났다. 보통 대선이 끝나면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간 회동도 이뤄지고, 새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20대 대선 이후는 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간 회동은 28일 이뤄지고, 윤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28일 리얼미터 조사결과 잘할 것 46.0%, 잘 못할 것 49.6%).

대선 후 보름, 정치권과 윤석열 당선자의 행보를 짚어보고자 지난 7일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를 전화로 연결해 현안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다음은 장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집무실 이전 문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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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잖아요. 여야 정치권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우려스럽고, 걱정됩니다. 정권 인수인계가 원만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가 지금까지도 만나지 않는 상황이 국민들에게는 불안감으로 비칠 겁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지 20여 일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윤석열 당선자를 향한 공격이 심합니다. 현재 상황은 대선 대통령선거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먼저, 격렬했던 대선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죠. 민주당 쪽에서는 너무 아깝게 져서 패배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아요. 국민의힘에선 '아니 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왜 협조를 해주지 않느냐'라는 섭섭함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명박씨 사면 논란, 청와대 집무실 이전 갈등, 감사위원 등의 인사권 문제들이 서로의 감정이 많이 상하고 있죠."

-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어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이전 문제가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면 나중에 많은 부작용과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3월 15일 (용산이) 후보지로 알려진 후에 최종 결정까지 기간이 6일 걸렸는데 과연 제대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입니다. 충분한 조사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 일이 가장 중요한 정책 의제인지도 회의적이고요."

- 국민의힘 주장에 따르면 국민에게 공개한 게 15일일 뿐 용산은 예전부터 검토했다던데. 

"용산을 이전부터 검토했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과 다른 것처럼 보여요.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뭐냐면,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이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고 청와대 이전 문제의 경우 반대 의견이 더 많다란 의견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했으니까 그냥 무조건 따라오라는 리더십은 국민과 맞서는 듯한 느낌을 주죠. 이러한 행태가 윤석열 당선자나 국민의힘에도 그렇게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보나요? 

"그렇죠. 청와대 이전이라는 건 단순한 집무실의 이전이 아니라 국가의 상징성 그리고 안보와 관련된 최후의 보루를 이전시키는 겁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국민들께서 많이 걱정을 하신다는 의견이 많잖아요. 그렇다면 '조금 더 우리가 잘 준비해서 여러 부작용 없이 이전하겠습니다'라든지 아니면 국방부라는 장소가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당선자 측에서는 국민들에게 설명을 자세하게 해줘야 하고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여요."

- 윤석열 당선자 입장에서는 선거 공약이었고 자신이 당선된 건 그걸 국민도 동의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는 중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이전해 광화문 시대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 있었지 국방부로 이전한다는 것은 당선된 후에 나온 새로운 사실이잖아요.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하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해 보여요."

- 그런데 용산 국방부 위치는 현재 청와대와 별 차이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렇죠. 국방부의 입지도 국민들이 쉽게 다닐 수 있는 그러한 장소도 아니죠. 현재 국방부 장소도 경호가 상당히 센 수준이고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적절한 지적이고 타당한 분석입니다."

- 인수위 측에서는 지금 청와대 절대 잘 안 들어간다는 거잖아요.

"안 들어가겠다면 뭐 안 들어갈 수 있지만,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국정 운영에 훨씬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안 하겠다면 어쩔 수 없겠죠."

- 지금 대한민국에서 청와대 이전 문제가 가장 급할까요?

"집무실을 이전해야 본인이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고 경영할 수 있기 때문에 윤석열 당선자에게는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을 할 순 있겠죠. 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이라는 늪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청와대 집무실 이전 때문에 국민적인 실망감이 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람과 국가를 운영하겠다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하겠다고 한다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라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사 문제에 대한 리스크가 윤석열 당선자의 초반 지지율에 큰 영향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 민생, 코로나 등 국민 불편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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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 ⓒ 장성철 제공

 
- 윤석열 당선자 지지도가 역대 대통령 당선 직후보다 낮은데, 이유는 뭘까요?

"격렬했던 대선의 후유증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죠. 마지막으론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서 국민과 맞서는 모습, 독단적인 모습에 실망한 국민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지도가 낮은 것 같아요."

- 올라갈 수 있을까요? 역대 대통령들은 80%까지 갔잖아요.

"만약에 윤석열 당선자가 당선되고 나서 얘기했던 '국민을 통합시키겠습니다. 하나 되는 국민 만들겠습니다. 야당과 협치하겠습니다. 민생을 챙기겠습니다'라는 원론적인 말만 했으면 지지도가 높아졌을 거예요.

근데 현재 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현재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분들은 윤석열 당선자를 지지하기가 어렵죠. 지지율을 올리려면 결국에는 통합, 민생, 코로나, 유가, 물가 등의 국민이 불편해하는 일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통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세부적인 사안과 관련해서 현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은 이 이상 올라가기가 쉽지가 않다고 보여요."

- 반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높잖아요.

"저는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진영의 대통령이었다는 반증입니다. 국민 전체를 보고 통치한 것이 아니라 본인을 지지하는 지지 세력의 코드를 맞추는 정치를 했기 때문에 그 지지층에게만 환호와 박수를 받는 거죠. 이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통치 스타일이었다고 말씀드려요."

- 현직 대통령 임기말 인사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하는 게 맞다는 것 같고 윤석열 당선자는 미루라는 건데.

"청와대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죠. 적반하장의 모습이에요. 물러나는 권력이 새로운 권력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정권을 이양해 주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인사 문제예요. 물러나는 정권이 왜 새로운 정권에서 일할 사람들을 임명하고 떠나느냐죠. 이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그리고 2017년도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씨에게 '당신은 인사하지 말아라. 우리가 당선되고 인사할 거다'라고 주장했었잖아요."

"조용하고 차분한 인수 작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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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제3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 인수위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인수위의 역할은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한 정책들이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과 공약으로 잘 준비될 수 있도록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인수위의 모습은 '국가의 정책을 새롭게 정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정책은 모두 잘못됐다'는 식의 얘기가 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조용하고 차분한 정권 인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여가부 폐지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저는 폐지해야 된다 봅니다. 대통령의 당선 공약이었고 여가부가 하는 일이 과연 여성들의 인권과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정책 수단을 마련을 했느냐고 봤을 때 아니라는 평가가 더 많기 때문에 업무 영역의 새로운 조정이 필요해 보이죠."

- 어차피 업무를 없애는 게 아닌 데 폐지가 답일까요?

"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는 법무부가, 여성에 대한 노동권 보호는 고용노동부가 할 수가 있잖아요. 근데 여성가족부는 남성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고, 남성에 적대심을 불러일으키는 캠페인 같은 것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여성 할당제 등 여성 우대 정책을 계속 추진을 하다 보니까 남성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줬고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 한 것은 결국에는 여가부의 정책적인 판단이었어요. 이런 부처는 폐지가 답입니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해 주는 문제는 각 부처에서 업무를 담당하면 된다고 보여요."

- 인수위 구성이 서울대, 50대, 남성이라 '서오남'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은 윤석열 당선자가 처음부터 능력 위주로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겠다고 했으니 그걸 지켜보면 좋겠어요. 아직 인수위에서의 인재 풀이었지 청와대라든지 정부 부처의 인재 풀이 나온 건 아니니까요. 아직 그런 식으로 폄하해서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여요."

- 너무 엘리트주의 아닐까요?

"결론의 평등이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얘기하는 진정한 평등일까요. 그것이 공평한 것일까요. 기회의 평등은 있을 수 있지만, 결과의 평등은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가 있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 가는 것은 당연하죠. 공부를 못하는 사람도 좋은 대학 가야 된다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정책을 통해서 자신들을 위한 정책만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엘리트주의의 병폐가 되겠지요."

-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그걸 몰라서 그렇게 하진 않았을 거 같은데.

"예를 들면 지역 안배보다 여성 안배 같은 걸 보자고요.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여성에 대한 배려와 할당으로 국토부장관을 했어요. 결과는 어떠합니까? 나라가 엉망이 됐잖아요. 부동산은 폭등했고 국민적인 분노는 높아졌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성 할당제를 해서 장관을 여성들에게 주는 게 맞습니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그것이 오히려 더 지역 할당 여성 할당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씨가 퇴원 후 발언한 게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상당히 걱정됩니다. 왜냐하면 '나는 정치에 관심 있다. 정치에 내가 영향을 주겠다'라는 의미로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더 반성하면서 살아야지 조금이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있게 된다면 국민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탄핵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아예 없었죠.

"사과 표명도 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만 원론적으로 얘기했어야 하는데, 대구 지역을 특히 강조하면서 정치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철 #대선 #청와대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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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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