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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옮기면 수조원 경제 효과"... 전경련의 낯뜨거운 보고서

[주장] 제주도 연간 방문객보다 많은 청와대 방문객?...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등록 2022.03.30 17:39수정 2022.03.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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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사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의 경제적 효과 분석>
Ⅰ. 관광 증대효과(매년) +1.8조원 
Ⅱ. 사회적 자본 증대로 GDP +1.2~3.3조원

이해가 불가능한 보고서가 세상에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가 30일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윤석열 인수위'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한경연이 김현석 부산대학교 교수에 의뢰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관광수입이 매년 1.8조 원 발생하고, 사회적 자본 증가로 인한 GDP 증가효과가 최소 1.2조 원에서 최대 3.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보고서는 윤 당선인의 공언대로 "청와대 전면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외 방문객이 해외방문객 52만여 명을 포함한 연간 167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청계천 연간 방문객인 1740만여 명에서 기존 청와대 연간 방문객인 69만여 명을 차감한 수다(청와대 전면 개방 따른 순증효과만 추산). 이에 따른 관광수입은 연간 1.8조 원이다(국내 관광수입 0.9조 원, 국외 관광수입을 0.9조 원).

또한 보고서는 '사회적 자본이 증가할 경우, 정부 신뢰 증대로 정책집행에 대한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 정책 효율성과 실효성이 개선되고, 정보교류가 촉진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여 국민과의 소통이 확대된다면 상호간 정보 교류가 활성화돼 제도적 신뢰가 증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됨으로써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국민들의 제도적 신뢰가 증대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촉진됨에 따라 202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2조 원에서 3.3조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보도자료 보기). 

제주도 연간 방문객보다 많은 청와대 방문객?
우루과이 제도적 신뢰도 상승이 대통령 관저 개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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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시민들 2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같은 분석은 과대평가다.

먼저 청와대 전면 개방 시 국내외 방문객을 단순히 청계천 방문객과 동일시한 것부터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한해 제주도를 방문한 국내외 방문객 수가 1528만 명이고, 경복궁의 방문객 수는 연간 500~600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 청와대 방문객 수를 1670만여 명으로 추정한 것은 과도한 수준을 넘어선다.


방문객 추정치부터 이렇게 '뻥튀기'로 추정하니 당연히 관광수입 1.8조 원이라는 수치도 터무니없이 크게 잡혔다. 전경련의 보도자료에 첨부된 '효과 분석' 문서 어디에도 구체적인 수입 예측안이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청와대의 출입 자체는 국민 누구에게나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눈을 돌려 민간기업의 상황을 보자.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 대형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캐러비안베이 등을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사업의 매출이 약 6900억 원이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제주도보다 많은 방문객이 청와대를 방문한다고 해도 테마파크도 아닌 청와대의 개방이 2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제도적 신뢰가 증대되면 사회적 자본이 증대하고, 제도적 신뢰가 증대해 최대 3.3조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 역시도 근거가 비합리적이다. 보고서는 영국 레가툼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를 인용했다. 후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재임시절 대통령 관저를 개방한 후 레가툼연구소 발표상 제도적 신뢰 수준이 7.5단위 높아졌다면서, 이런 수준 상승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한다면 3.3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우루과이의 제도적 신뢰 수준 상승과 대통령 관저 개방간 상관관계는 확실치 않다. 설령 우루과이가 제도적 신뢰 수준이 상승한 이유가 오직 대통령 관저를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우루과이와 한국의 대통령 관저 개방 과정은 동일하지 않다. 우루과이의 경우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인수위 향한 전경련의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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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전경련의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가 반길만한 구석이 많다. 여기에는 추론 가능한 이유가 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1일 전경련 주관으로 경제단체장들과 회담을 진행했었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기업들의 자금 모금 창구, 정경유착의 고리로 드러나면서 SK·현대·삼성·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제사절단이나 경제단체장 모임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분위기 변화가 생겼다. 윤 당선자가 재계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재계 대표로 전경련을 초청해 만났기 때문이다. 전경련 입장에선 반길만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30일 <서울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당선 직후인 3월 중순 국내 경제단체 중 가장 먼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정책제안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한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제안서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과잉 규제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경련 산하 연구소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보고서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 이후 실추된 위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 가능하다.
#전경련 #대통령 집무실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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