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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책보도 '0.38%'... 유권자를 위한 보도는 없다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보고서] 2월 지상파 3개사-종편 4개사 보도 분석

등록 2022.04.01 09:54수정 2022.04.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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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지역방송 모니터링단은 SBS, KBS, MBC 지상파 3개사와 TV조선, JTBC, 채널A, MBN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2월 대선보도를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단은 정책보도와 의제보도 비율을 확인하기 위해 총 1028건의 대선 관련 보도를 '보도종류'와 '의제 언급 유무'라는 기준을 두고 분류했다. 또한, 의제보도로 분류된 보도를 대상으로 의제의 종류를 구분했으며, 어떤 보도종류에서 지역의제를 많이 다뤘는지 판단하기 위해 보도종류별 지역의제 언급량도 체크했다.

1. 정쟁에만 집중한 선거보도, 실종된 정책보도

보도종류 분류의 경우, 한 보도를 하나의 종류로 분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구분은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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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종류 구분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대선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위해 특정 지역을 방문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후보동정'으로 분류했다. 선거유세에서 후보자들이 발언한 공약에 관해 언급이 있는 보도의 경우, '후보동정'으로 분류한 뒤, 언급된 공약의 의제 종류를 따로 체크했다.

또한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위해 방문한 지역에 관한 내용'보다 선거유세에서 후보들이 서로를 비판했다는 네거티브적 내용이 주를 이룬 보도는 '후보동정'이 아닌 '선거전략'으로 분류했다.

그 외에 여론조사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 경우를 '여론조사' 보도, 후보자 관련 논란에 대한 언론사들의 검증 보도를 '후보검증' 보도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후보자들의 단순 공약 소개가 아닌 공약 및 정책에 대한 후보의 입장이 충실히 들어간 경우에만 '정책보도'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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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도 종류별 비율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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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종류별 보도 건수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모니터를 시작한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지상파 3사 및 종합편성채널의 전체 선거보도는 1028건이었다. 이 중 정책보도는 59건으로 총 보도의 6.1%를 차지했다.

보도종류별 분류 결과는 ▲선거전략(34.2%) ▲후보 동정(27.6%) ▲후보 검증(26.2%) ▲여론조사(6.2%) ▲정책보도(6.1%) 순이었다. 가장 많은 보도량을 기록한 선거전략 보도(352건)는 후보자 토론회 및 선거유세 현장에서 서로를 비판하거나 후보자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간 단일화 논쟁이 오간 것 역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한 보도는 후보 동정, 후보 검증 보도로 각각 284건, 269건이었다. 후보 동정으로 분류한 보도에서는 단순히 후보자의 일과를 요약하거나 행선지를 나열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후보 검증 보도는 후보자 개인의 논란, 후보자의 배우자 관련 의혹, 후보자 발언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이뤄진 경우였다. 선거 한 달 전임에도 정책보도가 다른 보도종류에 비해 낮은 것으로 비춰볼 때 언론의 정책검증 역할이 충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방송사별 전체 선거 보도 중 정책보도 비율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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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 중 정책보도 비율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KBS, SBS가 상대적으로 보도량이 적었음에도 정책보도 비율은 10%를 넘겼고, 종합편성채널의 정책보도의 비중이 적었다. 정책보도 중에서도 어떤 의제에 대해 언론이 주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체보도를 의제보도와 비의제보도로 구분하고, 각 의제에 따라 구분했다.

2. 지역의제 1순위? 착시효과에 불과

비의제보도와 의제보도를 분류할 때는 의제 언급의 유무만을 따졌다. 전체 의제보도 안에서 의제 종류별 비율을 분류할 때에 한해, 한 보도에서 여러 종류의 의제가 언급된 경우 중복 체크했다.

전체보도 중 의제보도는 20%로 높지 않았다. 의제별 비율은 지역의제가 41.4%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외견상 지역의제가 많았을 뿐 후보자 동정 따라가기가 대부분이었다. 후보자가 지역을 도는 만큼 그 지역에 대한 공약 보도도 나오기 마련이다. 지역의제 중 후보동정이 87.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책보도의 비율은 4.6%다.

전체 선거보도 중 제대로 지역의제를 다루고 있는 정책보도는 불과 4건, 0.38%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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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제의 보도종류 비율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지역의제는 정책보도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충분하면서도 쉽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럼에도 후보동정에서 다뤄진 지역의제는 각 후보자가 선거 유세 지역에 방문해 단순 언급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역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파악한 공약이 아닌 경우가 다수였다. 7개 주요방송을 모두 확인한 유권자가 단지 4건의 제대로 된 지역의제만을 확인할 뿐이라면, 지역의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자신이 뽑을 후보를 정할 수 있을까?

물론 지역총국 또는 민방 네트워크 체제의 지상파는 그나마 지역소식을 더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도 많지 않았다. 2월 한 달 동안 KBS대전 뉴스9의 지역의제 관련 대선 리포트는 7건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전국방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허울에 갇혀 지역관련 보도는 지역에서만 심층적으로 다뤄도 된다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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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 중 의제보도별 비율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다음으로는 지역의제로 언급된 지역별 편차를 살펴봤다. 다만 지역별 구분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후보동정에 지역의제가 언급된 수준의 보도이기 때문에 후보의 선거유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 세부적으로 지역을 나눌수록 한눈에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전국을 총 6개 지역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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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을 묶어서 보도한 1건 제외 ⓒ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위 표에 따르면, 영남 및 호남에 대한 보도가 다수이며 충청과 강원 지역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보도의 문제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언론사 자체의 의제설정 노력이 부족했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3. 내실 없는 지역의제 보도

2월 한 달간 정책보도 수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는 22대 대선에서 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언론은 대선 후보가 정치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성찰 없이 대선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을 중계하기만 했다.

언론이 먼저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 경우는 손에 꼽히며 후보들의 꽁무니만 뒤쫓아 가기 바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이 어떠한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했지만 외면하거나 회피했다.

언론은 유권자와 후보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유권자의 축제가 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정작 시민의 의견을 등한시했다. 선거 유세 행보와 정책을 단순 전달하는 리포트 기사가 월등히 많았으며 시민 인터뷰가 들어간 보도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언론은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알리며 대선 후보가 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언론은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지역방송 모니터링단으로서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하며 지역의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대선 후보와 언론사 모두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예상보다 지역의제를 다룬 보도량은 많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니 내실 없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에 대해 후보와 언론 모두 무관심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족한 인프라, 지체되는 성장 동력, 줄어드는 인구와 활기. 이런 지역민의 목소리를 불평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날이 언제 올까?

분석 및 작성: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권나연, 김윤아, 도효정, 송수경, 이용태, 전진화, 최수아
덧붙이는 글 지역방송 모니터링단은 대전 시민들이 모여 지역방송을 보고, 비평하는 모임입니다. 2021년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지역방송 모니터링단 교육을 받고 만들어져, 202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으로 대전·세종·충남 주요 방송 3사 메인뉴스 및 아침뉴스 모니터링 등을 진행했습니다.
#대선보도 #대통령선거 #보도모니터링 #모니터링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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