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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 이고은 영입 페퍼저축은행, 세터 고민 해결할까

[프로배구] 3년 총액 9억 9000만원에 FA계약

22.04.01 09:29최종업데이트22.04.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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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막을 연 V리그 여자부 FA시장에서 첫 번째 이적 선수가 탄생했다.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구단은 31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FA자격을 얻은 이고은 세터와 계약기간 3년에 연봉과 옵션 포함 총액 9억 9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1-2022 시즌 도로공사에서 옵션 포함 1억 8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고은은 FA시장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단숨에 보장연봉만 3억 원에 달하는 고액연봉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 2013년 도로공사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고은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GS칼텍스 KIXX를 거쳐 2020년 도로공사로 컴백해 두 시즌 동안 활약한 후 FA자격을 얻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트레이드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팀을 옮기게 된 이고은은 페퍼저축은행과 계약 후 "제 가치를 인정해주고 관심을 보여준 AI 페퍼스에 감사하다"라며 "밝고 패기 넘치는 팀에서 솔선수범하며 팀의 성장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세터진 경험부족 드러났던 페퍼저축은행
 

작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박사랑 세터는 루키 시즌 부상으로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에서 세터는 리베로와 함께 가장 보수적인 포지션으로 꼽힌다. 경기 전체를 조율하며 '코트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그 어떤 자리보다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구단들이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고은의 친정팀 도로공사도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가 불혹이 넘은 나이까지 주전 세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9월에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린 페퍼저축은행은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낸 이현과 한 시즌을 보낸 구솔,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사랑 세터를 전체 1순위로 지명하며 젊은 선수 3명으로 세터진을 꾸렸다. 물론 이들 중 프로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루키 박사랑 세터가 부상으로 이탈한 페퍼저축은행은 이현 세터가 주전으로 나서며 장신 세터 구솔을 백업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기존 팀들에 비해 떨어지는 전력에서 경험이 부족한 세터들이 선수들을 노련하게 이끌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50%에 가까운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는 소위 '몰빵형' 외국인 선수도 아니었다.

시즌 중반에 복귀한 루키 박사랑 세터도 해법이 되진 못했다. 루키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23세트를 소화한 박사랑은 세트당 2.7개의 토스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물론 포지션 대비 신장(178cm)이 좋고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인 만큼 꾸준한 기회를 얻는다면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언제까지 유망주 세터의 성장을 기다리며 창단 첫 시즌처럼 많은 패배를 적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FA영입을 통한 세터 보강을 선택했다. 이번 FA시장에는 이고은을 비롯해 GS칼텍스의 안혜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이나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다솔까지 총 4명의 세터가 나왔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분명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페퍼저축은행은 2016-2017 시즌 기업은행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던 '꼬꼬'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10년 차 이고은, 페퍼 세터 고민 해결할까
 

프로 데뷔 후 9년 동안 3번이나 트레이드됐던 이고은은 자신의 커리어 4번째 팀으로 페퍼저축은행을 선택했다. ⓒ 페퍼저축은행

 
이고은 세터는 1995년생으로 아직 만 27세의 젊은 선수인 데다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 경험이 적은 선수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고은 세터는 2013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해 2022-2023 시즌이 되면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되는 베테랑 선수다. 선수 시절 초기였던 도로공사와 기업은행 시절에는 이효희와 김사니 등 국가대표 출신의 대선배들에게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이고은의 경험치는 GS칼텍스 시절과 도로공사 2기 시절에도 꾸준히 쌓였다. GS칼텍스에서는 안혜진이라는 걸출한 후배의 등장으로 출전시간을 나눠 가지며 두 시즌 내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이효희 은퇴 후 도로공사로 이적한 이고은은 2020-2021 시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고 2021-2022 시즌에는 이윤정이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하면서 시즌 중반 주전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2022-2023 시즌부터 광주로 연고지를 옮겨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이고은은 추가적인 선수 영입이 없다면 차기 시즌 팀 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가 될 예정이다. 상징적인 의미의 '야전사령관'이 아닌 정말 코트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3억 원의 고액 연봉선수가 된 만큼 페퍼저축은행이 부진하다면 이고은 역시 비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고은은 뛰어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코트를 넓게 활용하고 '세베로'라고 불릴 정도로 포지션 대비 최고의 수비실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밝은 성격과 강한 멘탈도 이고은이 페퍼저축은행에 심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이고은이 선수생활 내내 약점으로 지적된 것처럼 170cm의 작은 신장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낮은 블로킹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부분으로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편 지난 30일 총액 3억 5000만 원에 '최리' 임명옥 리베로를 잔류시킨 도로공사는 이고은 세터의 이적으로 전력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물론 도로공사는 2021-2022 시즌 신데렐라로 떠오른 '유교세터' 이윤정이 새로운 주전세터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프로에서 세 시즌을 보낸 안예림 세터가 이윤정의 백업 세터로 활약해 주지 못하면 도로공사는 다음 시즌 백업 세터 문제로 큰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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