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3월 고용 현황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북한이 보는 것처럼 북미간 적대관계가 해소되기 어렵나요?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그동안 많은 사람이 얘기해 왔던 부분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 등 입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한반도 정전체제가 평화 체제로 전환이 되고 북미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많이 좋아질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외교 관계 맺는 나라라고 해서 미국이 절대 전쟁 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또, 북미간 외교 관계가 수립되도 미국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할 것이고 북한에 대한 선별적인 경제제재 등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버리지 못했다면서 반발할 수 있습니다.
북미 관계가 안정적으로 가려면 협정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원활하게 편입될 수 있느냐'입니다. 쉽게 말해, 이른바 트럼프 타워가 평양에 들어서고 미국 사람들이 북한 여행하는 데 지장이 없고, 북한 사람들이 미국 여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황이 돼야 북한이 미국과 더불어서 살아가는 데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거든요.
지금 북한의 상황을 보면 북한은 김일성 일가의 독재 체제가 너무 강하죠. 이런 상황에 외부 정보가 자유롭게 들어가면 과도하게 신격화돼 있는 김정은 유일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북한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외부 정보 유입을 강하게 차단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결국, 북한 체제가 1인 우상화 체제로 경직된 상황에서는 외부와 개방을 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러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데 한계가 있죠."
- 미국의 우드로 윌슨 센터의 항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고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 개발에 대한 결심을 한층 굳게 만들었을 것이다"고 했던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김정은 총비서 결심을 굳게 하지 않았을까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죠.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러시아가 거의 강압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했지 않습니까. 그때에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러시아가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많이 제기됐었죠.
그렇기 때문에 강대국이 옆 나라를 무단으로 침범한다는 건, 북한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면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더욱 느끼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전부터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적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을 거라고 보고 꾸준히 핵 개발을 해오고 있습니다."
- 미국이 안전보장을 해줄 수 없는 건가요?
"과거 사례를 찾아보시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는 숱하게 해 왔어요. 그런 얘기가 없었던 게 아니고요. 중요한 건 그렇게 얘기를 해도 북한이 못 믿는다는 거죠.
북한이 미국의 말만 믿을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듯, 우크라이나가 예전에 소련이 붕괴할 때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로 국제적인 합의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 합의가 그냥 휴짓조각이 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방법으로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관계 정상화 하는 것이 논의돼 온 건데, 평화협정 체결이나 북미 관계 정상화만으로는 문제가 해결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ICBM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하던데.
"그건 당연한 얘기죠. ICBM 발사는 우리보다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봐야 합니다. 결국 북미 협상을 하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협상 하자는 것일 텐데요.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 매체나 북한 외곽 매체들이 가끔 하는 얘기를 보면 '우리는 그 누구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의 관심 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핵무기를 확실히 완비해 놔야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관심 가지든 안 가지든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말인데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 중요한 것은 사실상의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가서 미국이 무시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 같습니다."
- 지금 남한은 정권 교체기인데 이건 영향 안 줬을까요?
"북한이 물론 남한의 정세를 의식하지 않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남한 정세도 북한에 중요한 고려 포인트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 북한이 계속 극초음속 미사일부터 여러 미사일을 발사하고 ICBM 발사하는 것들은 남한보다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죠."
- 이번에 솼다고 하는 화성-17형은 어떤 건가요?
"북한이 2017년 11월에 화성-15형이라는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죠. 그리고 몇 년 동안 ICBM급 미사일 발사는 없다가 2020년 10월에 화성-17형이라는 신형 ICBM을 열병식에서 공개했고요. 이번에 북한이 바로 그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군 당국이 보니까 화성-17형이 아니라 2017년에 개발됐던 화성-15형을 다시 쏜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화성-15형이든 17형이든 다 미국까지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입니다. 화성-17형이 15형보다 좀 더 추진력이 높아진 신형 제품인 거죠. 화성-17형은 탄두 부분에 핵탄두를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집어넣어서 워싱턴 뉴욕 이런 데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형태라고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습니다."
-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한 건가요?
"문재인 정부 취임 초인 2017년에 갖가지 ICBM급 도발을 하다가 2018년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무드로 돌아서서 남북 정상회담뿐 아니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하는 등 엄청난 화해의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 임기 말에 보면 다시 2017년 취임 초에 ICBM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기로 돌아갔기 때문에 어찌 보면 5년 전의 시기로 회귀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만약 하노이에서 진전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요?
"하노이에서 진전이 있었다면 조금 더 협상의 시간이 길어졌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협상에 한계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하노이 때 결렬이 되면서 교착의 시기가 좀 더 빨리 온 건 사실이죠."
"문재인 정부, 진정성 갖고 남북문제 풀려고 노력, 하지만 결과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