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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벽 끝내 뚫어낸 '무고사'의 결정력

[2022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울산 현대

22.04.04 09:44최종업데이트22.04.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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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분, 레오나르도의 왼발 터닝 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김준엽이 다리로 막는 순간 ⓒ 심재철


골 감각이 절정에 오른 외국인 골잡이들(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vs 울산 '레오나르도')의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끌어모은 1, 2위 팀끼리의 게임을 입증하듯 토요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7라운드 최다 관중(7054명)이 몰려와 박진감 넘치는 K리그를 맘껏 즐겼다.

7라운드 중에서 가장 늦게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의 스틸야드 시즌 첫 게임에 5815명의 관중들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숫자다. 게임 내용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장면들이 이어졌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자랑 무고사가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렸으니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친 레오나르도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 1 울산 현대와의 7라운드 홈 게임에서 75분에 터진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헤더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기고 승점 3점 차 선두 그룹(1위 울산 17점, 2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14점)을 그대로 유지했다.

울산 GK 조현우의 놀라운 반사 신경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두바이 어웨이 게임(UAE 1-0 한국)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곧바로 팀에 합류한 조현우가 울산 현대를 겨우 구해냈다. 필드 플레이어들과 달리 체력적인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까다로운 서아시아 어웨이 게임을 뛰고 돌아오자마자 골문을 지켰기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조현우는 역시 K리그가 자랑하는 최고의 골키퍼였다.
 

후반전, 울산 현대 골키퍼 조현우의 캐치 순간 ⓒ 심재철

 
게임 시작 후 17분만에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준엽이 낮고 빠르게 올린 얼리 크로스가 골문 바로 앞 아길라르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지만 울산 현대 골키퍼 조현우는 믿기 힘든 반사신경을 자랑하며 몸 날려 그 공을 막아냈다. 이 순간도 모자라 곧바로 김도혁의 왼발 발리슛까지 골문 구석으로 날아들었지만 벌떡 일어난 조현우가 그것마저 기막히게 쳐냈다. 

아길라르의 1차 헤더 슛이나 김도혁의 2차 발리슛 중 하나라도 막지 못했다면 A매치 휴식기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 매치(2월 27일, 울산 2-0 포항)까지 뛰고 온 울산 현대는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흐름이었기에 조현우의 연속 세이브 순간들이 어쩌면 이 게임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는 이후에도 아길라르의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 순간에도 빛났고,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송시우가 날린 왼발 중거리슛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는 벽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벽을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자랑하는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끝내 뜷어냈다.

스테판 무고사, 천금의 동점골

1위 팀 울산은 52분에 엄원상이 먼저 헤더 골을 넣으며 달아났다. 윤일록의 왼쪽 크로스가 골문 바로 앞에서 굴절되어 손쉽게 넘어온 공을 엄원상이 놓치지 않았다. 울산의 새 골잡이 레오나르도가 가담한 높은 공 다툼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김동헌과 델브리지가 뒤엉켜 넘어진 것이 엄원상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였던 것이다.

울산의 레오나르도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무고사가 펼친 간판 골잡이 대결 구도는 게임 내내 양쪽 골문 앞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울산의 레오나르도는 최근 치른 첫 동해안 더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기록(vs 포트 FC)까지 포함해서 4게임 연속골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어서 이번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도 애를 먹었다. 

32분에 엄원상의 오른쪽 끝줄 앞 컷 백 크로스를 받은 레오나르도가 오른발 돌려차기로 먼저 골을 노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동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뜻을 이루지 못했고, 81분에도 아마노 준의 감각적인 스루 패스를 받아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결승골 꿈을 꿨지만 이것도 김동헌 골키퍼의 침착한 세이브에 막혔다. 
 

75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귀중한 헤더 동점골 순간 ⓒ 심재철

 
레오나르도의 두 차례 결정적인 슛을 김동헌 골키퍼가 막아준 덕분에 기회는 스테판 무고사에게 넘어왔다. 75분에 천금의 헤더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 김동민이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향해 솟구친 스테판 무고사가 울산 수비수 이명재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스파이크 헤더 슛을 성공시켰다.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들여보낸 국가대표 센터백 김영권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판단한 무고사의 골 감각은 한 수 위였다. 

이 골이 시즌 네 번째 골이 되었기에 스테판 무고사는 조규성(5골, 김천 상무) 바로 다음 순위로 득점왕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김천 상무와의 홈 게임 1-0 승리,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 1-0 승리에 이어 3게임 연속골 기록을 찍어낸 것이다.

무고사의 이 귀중한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김동민은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일으키고 있는 돌풍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더 특별하게 보였다. 주로 쓰리 백의 가운데 자리에서 뛰면서 상대 팀의 공격 흐름을 예측하여 빠르고 과감한 공격 차단 역할을 맡았는데 이 게임에서는 이례적으로 후반전 왼쪽 측면에 서서 놀라운 연계 플레이를 만들어내 7천 명이 넘는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줬다. 무고사와 미리 호흡을 맞춘 듯 보이는 왼발 크로스는 다시 봐도 완벽한 작품이었다.

이렇게 1, 2위 팀은 나란히 승점 1점씩 나누며 이번 시즌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이유를 말해줬다. 수비 조직력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울산과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최소 실점 공동 1위(7게임 3실점, 게임 당 0.43골 실점)에 올라 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남 FC가 게임 당 거의 2골(7게임 13실점)을 내주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짠물 수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제 두 팀은 며칠 쉬지도 못하고 주중 게임을 위해 멀리 이동한다. 2위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5일(화) 오후 7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로 찾아가 6위 대구 FC를 만나며, 1위 울산 현대도 같은 날 3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만나기 위해 서귀포로 날아간다.

2022 K리그 1 결과(2일 오후 2시, 인천 전용)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울산 현대 [득점 : 스테판 무고사(75분,도움-김동민) / 엄원상(52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도혁(58분↔송시우), 스테판 무고사(83분↔이용재), 아길라르(58분↔홍시후)
MF : 민경현, 여름(83분↔강민수), 이명주(79분↔이동수),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동민, 오반석
GK : 김동헌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레오나르도, 엄원상
MF : 윤일록(77분↔바코), 박용우, 이규성, 김민준(28분↔아마노 준)
DF : 이명재, 임종은, 설영우, 오인표(46분↔김영권)
GK : 조현우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7점 5승 2무 10득점 3실점 +7
2 인천 유나이티드 FC 14점 4승 2무 1패 6득점 3실점 +3

3 제주 유나이티드 12점 3승 3무 1패 5득점 4실점 +1
4 포항 스틸러스 11점 3승 2무 2패 9득점 7실점 +2
5 김천 상무 9점 2승 3무 2패 7득점 6실점 +1
6 대구 FC 8점 2승 2무 3패 8득점 10실점 -2
7 강원 FC 8점 2승 2무 3패 7득점 7실점 0
8 전북 현대 8점 2승 2무 3패 5득점 7실점 -2
9 수원 FC 7점 2승 1무 4패 10득점 11실점 -1
10 수원 블루윙즈 7점 1승 4무 2패 7득점 8실점 -1
11 FC 서울 6점 1승 3무 3패 6득점 8실점 -2
12 성남 FC 5점 1승 2무 4패 7득점 13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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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테판 무고사 인천 유나이티드 FC 조현우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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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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