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글로벌 OTT 경쟁 답안은 통합? 국내 업체들 속앓이 중

[기획] 인수위원회 간담회 후 국내 OTT 업계 답답한 속내 내비쳐

22.04.06 18:29최종업데이트22.04.06 18:29
원고료로 응원

국내외 주요 OTT 업체들의 로고. ⓒ 웨이브, 왓챠, CJ ENM, 넷플릭스, 애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에 이어 애플 TV까지. 글로벌 OTT 업체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영향력을 확장함에 따라 국내 OTT 업체에 대한 다양한 시선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엔 정부와 업계에서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 분위기지만, 해법을 두고선 큰 시각차를 보여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지난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는 국내 OTT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일부 언론 매체에서 정부 주도로 국내 OTT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에 업계의 우려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당시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통합 OTT 내용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OTT 관계자는 회사 임원급이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약 30분 정도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내 OTT 사업을 통합하자는 식의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날로 커져가는 글로벌 업체들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건의사항을 듣는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간담회에 앞서 지난 3월 30일 인수위에 보고 사항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이런 통합안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었다. 방통위 대변인실은 6일 오전 "구체적인 자료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일부 보도처럼 방통위가 인수위에 통합 OTT 방안을 제안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OTT 업계 "통합보다 자율등급제, 세제 지원 등 시급"

물론 국내 OTT 업체의 통합 관련 내용이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지난 2020년 7월경 열린 한 포럼 행사에 참석한 유영상 SKT MNO사업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든 서로 콘텐츠를 교환하든,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이대로 가면 1년 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있다"고 통합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또한 취임 직전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OTT 3사가 협업하고 콘텐츠 제작 자금을 펀딩해 회사를 합치지 않더라도 콘텐츠 제작에 힘을 합치면 국내 OTT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일종의 협력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OTT 및 콘텐츠 업계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OTT 업체 관계자 A씨는 "국내 시장이 협소하니까 해외로 나가 글로벌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국내 업체들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건 당위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 이걸 강제하거나 강요할 방법은 없다.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지원에 한정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협력이든 합병이든) 사업자들이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다. 인위적 통합은 맞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OTT 관계자 B씨도 "통합 OTT를 정부가 주도하려는 게 사실이라면 탁상공론처럼 느껴지긴 한다. 솔직히 통합 플랫폼을 두고 어떤 구조나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민간 주도의 통합 OTT도 시장에서 실패한 사례가 많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훌루(Hulu, 넷플릭스에 대항해 디즈니와 타임 워너, 21세기 폭스 등의 공동 출자로 이뤄진 민간 기업 통합 플랫폼)도 거기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 C씨는 "통합 OTT는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콘텐츠 제작 펀드를 조성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해 OTT 업체들의 제작비로 같이 쓰게 하는 건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며 "OTT 플랫폼 통합도 말이 안 되지만 콘텐츠 사업도 협력해서 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IP(지적 재산권)가 누구 소유인지 불분명해지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오히려 돈을 넣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방통위 입장에 반론을 제시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히려 업계에선 무조건적인 통합이나 협력을 강조하기보다는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정해서 처리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공통적으로 OTT 업계는 자율등급심의제 도입과 세제 지원, 그리고 현실성 있는 관련법 마련을 강조해왔다.
 
OTT 업계 관계자 A씨는 "자율등급심의제와 세제 지원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어 왔는데 현 정부에선 해결된 게 없다"며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미지불 문제도 결국 공정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 매출액 일부도 해외로 돌려서 일종의 세금 회피를 하는데 이걸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 말했다.
 
관계자 B씨는 "시급함을 따지자면 자율등급제가 가장 급한 게 맞다. 영화처럼 지금은 사전심의등급제를 받고 있는데 OTT가 영화와 달리 라이브 공연도 있고, 영상 클립도 있고 드라마도 있는데 이걸 사전등급제로 규제하면 아예 만들어질 수 없는 콘텐츠가 생긴다"면서 "OTT 관련법이 논의 중이라지만 부처마다 자기 관할로 하려다 보니 혼란이 생기는 것 같다. 별도 법을 만들거나 별도 부처를 두기보다는 전기통신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두고 그 안에서 제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업계와 정부 간 온도차가 느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그 과정이 빠진 것 같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향후 들어설 새정부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 OTT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