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구급차 탄 은행털이범, 지루할 틈 없는 2시간

[리뷰] 영화 <앰뷸런스>

22.04.11 08:25최종업데이트22.04.11 08:25
원고료로 응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앰뷸런스>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용서를 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 나를 아프게 했으면 아프게 한 상대방에게 분노를 먼저 표출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이 왜 자신을 아프게 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용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사과해야 할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해야 할 위치에 서기도 한다. 긴 삶 속에서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은 반복적으로 각자에게 다가온다. 그저 감정이 실린 분노와 복수보다는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영화 <앰뷸런스>는 액션 영화 전문 감독 마이클 베이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은행 전문 털이범인 형 대니(제이크 질렌할)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우연히 은행털이 범죄에 합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은행털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건물에 들어온 앰뷸런스를 타게 되는데, 그 차에는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잘레스)과 윌의 총에 맞은 경찰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가면서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특히나 이 차 안의 윌, 대니 그리고 캠 사이에 생기는 긴장구도가 관람 포인트다.

마이클 베이표 액션 영화 <앰뷸런스>

윌은 우연히 은행털이를 하게 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에게 총을 발포하고 만다. 그렇게 그는 가해자가 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그가 그 정도로 악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대니는 은행털이 전문으로 동생 윌을 끔찍이도 아낀다. 하지만 불같은 성격을 가졌기에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 사이에 있는 구급대원 캠은 대니와 윌을 아주 세밀하게 파악하는 인물이다. 
 

영화 <앰뷸런스>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속에서 대니는 전형적인 범죄 우두머리로 그려지지만 특정 인물 등에게 총을 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모든 범죄를 조정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확실히 가해자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인물인 윌과 캠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오간다.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추격 장면 속에서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어 총을 쏘고,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어 그 총을 맞는다.

그리고 영화가 그 인물들의 복잡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용서다. 길게 이어지는 추격전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응어리를 용서로 풀어낸다.

앰뷸런스 안에 있는 세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의외로 앰뷸런스 밖에 있는 인물들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수많은 경찰들이 등장하고, FBI 요원이나 은행 강도 전문 인력들을 등장시키지만 그들이 맡은 영화 속 역할은 그저 장애물 정도로 인식될 뿐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앰뷸런스 밖에 있었던 인물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없다.

2시간이 넘은 영화의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진다. 이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식은 현란하고 빠른 카메라 워크와 폭발 장면을 통해서다. 조금 지루해질 때쯤 새로운 폭발사고가 생기고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앰뷸런스의 안과 밖을 다룬다. 앰뷸런스 안을 비추며 숨 고르기를 하고 관객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반면, 앰뷸런스 밖을 비추는 카메라는 액션의 박진감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런 카메라의 수고 덕분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지루할 틈 없이 질주하는 2시간
 

영화 <앰뷸런스>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이 영화에 담긴 액션은 과거 마이클 베이의 영화인 <나쁜 녀석들> 시리즈나 <더록>, <아일랜드> 같은 영화에서 선보인 추격 액션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카메라 워크가 돋보인다.

대니를 연기한 배우 제이크 질렌할은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터져버릴 것 같은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동생 윌을 연기한 배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순수하지만 형을 위해서 조금은 바보 같은 일도 벌이는 인물을 잘 표현했다. 전문적인 구급대원 역할을 하는 캠 역의 배우 에이사 곤잘레스는 윌과 대니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앰뷸런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은 과거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단순 액션 스타일이다. 과거의 액션 스타일이 최첨단 카메라 기술을 만나 꽤 긴장감 넘치는 영화로 탈바꿈됐다. 이야기 구성의 완성도나 캐릭터 구도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로서는 손색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앰뷸런스 마이클베이 액션 추격 제이크 질렌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영화와 시리즈가 담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레빗구미 영화이야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봐요.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