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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리 지키려던 여성 앵커의 남모를 아픔

[미리보는 영화] <앵커>

22.04.13 11:30최종업데이트22.04.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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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앵커>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징을 놓고 보면 이 영화의 존재가 우선 반갑다. 여성과 스릴러라는 두 키워드는 분명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조합이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앵커>는 방송국의 상징이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앵커 정세라(천우희)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무너져 가는 과정을 제법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성취욕이라는 욕망, 거기에 비례해 커져가는 불안감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출산과 육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세라는 직장에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냉철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삐걱거리는 결혼생활, 그리고 왠지 모르게 억압적인 엄마. 이 두 설정만으로도 해당 캐릭터가 품고 있을 심리적 불안감을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불안감이 외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엄마의 존재와 불행했던 어린 시절은 내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영화 <앵커>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는 이 두 설정을 축으로 중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쌓아 간다. 출산을 앞둔 결혼한 여성, 게다가 기자 직군이 아닌 아나운서 직군이기에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진 정세라의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나기 쉬운 커리어 우먼의 이면을 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배우 신하균이 연기한 전문의 인호는 세라의 불안증을 치료해 줄 존재인지 혹은 가중시킬 존재인지 모호하게 표현되며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주제 의식과 구성면에서 <앵커>는 3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정지연 감독이 앵커의 생리와 전문직 직군의 심리적 불안함에 대해 많이 공부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후반부에 있을 소소한 반전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앞서 벌어진 일에 대해 플래시백으로 설명을 더하는 친절함도 과한 친절처럼 보인다. 참고로 <앵커>는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다.
 
이처럼 장점도 약점도 분명하지만 상업영화의 틀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 건 꾸준히 박수받을 일이다. 상업영화로써 관객의 취향과 유행도 고려해야 겠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끌어오는 건 용기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응한 배우 천우희, 신하균, 그리고 이혜영의 선택도 반갑다.
 
한줄평: 이어지고 또 이어져야 할 여성의 이야기들
평점: ★★★☆(3.5/5)

 
영화 <앵커>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 정지연
출연: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제공 및 배급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인사이트필름, 어바웃필름
공동제작: 디씨지플러스
러닝타임: 111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4월 20일
 


 

   
앵커 천우희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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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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