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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미국 급식의 충격 비밀들

[리뷰] 웨이브 <비만나라의 아이들>

22.04.17 12:28최종업데이트22.04.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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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나라의 아이들> 포스터 ⓒ HBO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는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선언하고 전 세계를 침공(?)하는 마이클 무어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프랑스를 침공한 그는 미슐랭 3스타급 학교급식이 나오는 이곳의 교육환경을 조명한다. 이는 프렌치 프라이가 급식으로 나오는 미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비만나라의 아이들>은 급식이 가져온 미국 사회의 병폐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총 3부작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1부 '급식실을 바꿔라'는 '리씽크'라는 뉴올리언스 학생 단체의 활약을 조명한다. 태풍으로 다른 도시를 향했던 빅토리아와 루시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의 급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자와 너겟 등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단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건 물론 비만을 유발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이자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는 나라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인 만큼 학교에서의 업무 역시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같은 가격이라면 야채나 과일보다는 배를 채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하게 되어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선호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이유로 샐러드를 식단에서 배제한다. 이에 리씽크는 뉴올리언스 지역 학교 급식의 실태를 조사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비만나라의 아이들> 스틸컷 ⓒ HBO

 
이 운동의 의미는 2부 '커브리야의 샐러드 바'를 통해 강조가 된다. 미국 아이들 중에는 토마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케첩과 햄버거에 들어간 모양으로만 토마토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이 문제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연결된다. 식습관 역시 어렸을 때 형성이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고등학생 커브리야는 본인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과체중 문제를 안고 있다. 커브리야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샐러드 위주로 식단을 개편하는 등 노력을 하지만 가족은 힘든 모습을 보인다. 그들 가족은 아침식사로 맥도날드를 향하는 등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입맛을 지니고 있다. 이들 가족은 성인병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 고정된 식습관으로 인해 문제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가난한 동네의 경우 같은 가격이면 배를 채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하기에 과일과 야채가게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학교에서도 야채를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다. 이를 푸드 데저트(Food Desert) 현상이라 부르는데 가까운 곳에서 신선식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며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식습관을 지니게 된다.
 
미국은 선진국 중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성인의 40%가 비만에 해당한다.(OECD 2018~최근 조사자료)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약 20%가 비만이라고 한다.(OECD 2015년 조사자료) 커브리야는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학교에 샐러드 바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나 쉽지 않다. 학교에는 주어지는 예산이 있고 부유하지 못한 지역인 만큼 예산문제에 시달린다.
  

<비만나라의 아이들> 스틸컷 ⓒ HBO

 
3부 '퀴즈 시간'은 퀴즈를 통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해 알려주는 구성을 취한다. 아이들을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건 식습관과 함께 비만의 주된 요인으로 뽑히는 신체활동기회의 부족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양과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할 기회는 늘어났지만 반대로 신체활동량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칼로리를 소모하지 못한다. 가장 활동적이어야 할 아이들에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온라인 게임이 주된 놀이문화가 되었다는 점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신체의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다. 과체중이 된 아이들은 둔해진 신체로 인해 스포츠 활동에도 잘 끼지 못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를 중심으로 한 렛츠무브 캠페인을 비롯해 저소득층이 야채, 과일, 곡물 등 한정된 품목만 살 수 있는 쿠폰제도인 WIC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비만율은 OECD 회원국 중 일본과 함께 낮은 편에 속한다. 허나 청소년 비만율의 경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부실한 생활체육 시스템과 함께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급식의 맛과 질이다. 프랑스가 미슐랭 3스타급 학교급식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좋은 식재료가 지닌 가치를 알려준 거처럼 건강한 맛의 가치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학교는 지식교육에 한정된 공간이 아니다.
 
한 학교의 교육은 지역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리씽크'의 활동은 지역사회의 학교급식 개선에 도움을 주었고 커브리야의 샐러드 바는 식습관의 중요성은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일깨워주었다. 여든까지 가는 식습관에 대한 올바른 교육은 이후 세대를 위한 웰빙 라이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이 높인 변화의 목소리를 어른들이 받아들여야 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비만나라의 아이들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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