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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짜리 은행털이범, 이들이 구급차 훔친 이유

[리뷰] 영화 <앰뷸런스> 고전적인 액션 영화로 돌아가겠다는 마이클 베이의 선언

22.04.25 11:13최종업데이트22.04.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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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앰뷸런스>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지만, 피부색 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아온 배다른 형제 대니(제이크 질렌할 분)와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 참전 용사인 윌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형 대니를 찾았다가 3200만 달러 규모(한화 약 400억 원)의 LA 연방 은행 강도 범죄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고민 끝에 아내를 위해 형과 손을 잡은 윌. 그러나 순조로울 거라 여겼던 강도 계획은 은행에 예상치 못한 경찰 잭(잭슨 화이트 분)이 방문하면서 틀어지게 된다. LA 경찰특공대에 포위당한 대니와 윌은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살레스 분)과 다친 경찰 잭이 탑승한 앰뷸런스를 탈취해 도주하기 시작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오늘날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이다. 그는 강렬한 액션, 시원시원한 폭발, 현란한 시각효과를 앞세워 <나쁜 녀석들>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더 록>(1996), <아마겟돈>(1998), <진주만>(2001), <아일랜드>(2005), <페인 앤 게인>(2013), <13시간>(2016)으로 북미에서 무려 23억 달러(전 세계 수익은 64억 달러를 넘었다!)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이것은 스티븐 스필버그(45억 달러)에 이어 전체 흥행 2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마이클 베이의 신작 <앰뷸런스>의 제작비가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페인 앤 게인> 다음으로 적은 제작비가 들어 소품에 가깝다. 그리고 2005년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에 마이클 베이는 리메이크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영화 <앰뷸런스>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원래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 제작진과 다시 뭉쳐 소니 픽처스가 배급하는 SF 영화 <블랙 5>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촬영이 연기되어 일정이 비게 되자 유니버설 픽처스의 리메이크 제안을 받아 <앰뷸런스>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마이클 베이는 <스피드>(1994)와 <나쁜 녀석들>(1995) 같은 1990년대 아날로그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자신만의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에 덴마크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덴마크 원작 <앰뷸런스>는 형제가 탈취한 구급차를 중심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구급차에 실린 환자를 살릴 것인지를 묻는다. 마치 실내극마냥 제한된 공간과 인원을 중심으로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한 <앰뷸런스>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알아본 각본가 크리스 페닥은 두 명의 은행강도가 앰뷸런스를 탈취한다는 핵심 콘셉트는 유지하되 '이야기'를 크게 확장했다. 러닝타임은 원작(80분)에서 리메이크(136분)으로 1시간 가까이 늘어났다.

형제의 시점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던 원작 <앰뷸런스>와 달리 리메이크 <앰뷸런스>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LA 전역을 휘젓고 다닌다. 원작은 주요 인물이 형제와 별다른 배경 설정이 없는 구급대원에 불과했지만, 리메이크는 형제의 서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구급대원인 캠에게도 별도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LA 경찰 특별수사대 반장, FBI 요원, 범죄 조직 보스 등 새로운 인물을 추가시켰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코미디(이번엔 개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보여준다)와 미국의 건강 보험 문제도 가미시켰다. 원작의 일반 응급 환자를 부상한 경찰로 바꾸어 인질의 중요성(부상한 경찰이 탔기에 동료 경찰들이 함부로 공격할 수 없다)과 위험성(부상한 경찰이 죽는다면 동료 경찰들이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을 높인 똑똑함도 돋보인다.
 

영화 <앰불런스>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원작과 리메이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액션'으로 양과 질에서 모두 풍부해졌다. <앰뷸런스>의 모든 촬영은 LA 안팎의 로케이션으로 이루어졌다. 초반부의 은행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전은 <히트>(1995)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근사하다. LA 도심 전역에서 촬영된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은 질주, 추격, 충돌, 폭발을 거듭하며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상승시킨다.

마이클 베이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는 1초도 정지하는 법이 없이 인물과 자동차, 거리와 건물을 빠른 속도로 담았다. 편집은 3초를 넘지 않는 짧은 쇼트를 계속해서 붙였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최대 시속 약 160km로 비행하는 드론을 활용한 카 체이싱 촬영은 관객들에게 이전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색다른 앵글과 움직임을 담은 <앰뷸런스>의 드론 촬영은 다른 액션 영화들에 시각적 영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앰뷸런스>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엔 마이클 베이의 대표작인 <더 록>과 <나쁜 녀석들>로 농담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두 영화의 언급은 웃음을 주기 위한 소재로 기능한다. 한편으로는 CGI로 점철된 <분노의 질주>류 액션 영화나 난무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와 다른, 고전적인 액션 영화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앰뷸런스>의 모든 액션 장면은 실제로 찍었으며 CGI 사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성도 1990년대 그대로다.

아날로그로 가공된 논스톱 액션 영화 <앰뷸런스>는 깊이는 부족하기에 '마이클 베이의 <역마차>(1939)'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재미는 가득하기에 '마이클 베이의 <스피드>'란 평가는 충분히 줄 만하다. 또한 원작보다 훨씬 크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성공적인 리메이크 사례다. 마이클 베이,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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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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