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은 나도 세계적인 BTS가 될 수 있을까?

[서평]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이혁규, 교육공동체벗)를 읽고 쓰는 반성문

등록 2022.04.29 14:03수정 2022.04.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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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 교육'을 받지 않았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으나 역량을 갖추는 데 이르지 못했고 80년대를 살아서 목소리는 높았다. 기준을 넘기는 학점을 받아서 교직을 이수했을 테고 교과 교육론은 한두 강좌 들은 것이 전부다.

'좋은 수업'을 일러 준 교수님은 없었고 학생이 수업을 흉내 내면 동료 학생들의 평가가 전부였다.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학생이 어떤 대상인지 가르쳐 주지 않아서 몰랐고 교사가 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서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어쩌다가 선생이 된 셈이다.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이혁규 씀, 교육공동체벗)' 1장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만다. 나는 자기 주도성이 없는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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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 ⓒ 교육공동체 벗

 
"자기 주도적 교사는 교과서를 따라서 수업하는 교사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능동적인 실행자이며, 관행화되고 고착화된 방식으로 수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수업 실천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개선하는 성찰적 안목을 가진 존재이며……"(29쪽)
 
이 책의 저자는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교사'란 데서 시작하여, 미국의 교사 교육, 우리나라의 제도와 현상, 다른 여러 나라의 교사 교육 제도나 법적 지위, 교사에 대한 사회적 통념, 교육과정, 교사 양성 과정 등을 모두 소개하면서 교육의 본질과 그것의 실행자인 교사 교육을 살핀다. 저자는 겸손하여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하나 공부가 전혀 없는 나는 처음 보는 이야기가 많다.

교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란 것을 알았고, 우리의 헌법이 왜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게 된 것인지 배경도 알았다. 우리나라의 교사 양성 과정, 특히 중등 교사 교육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도 자세히 공부했다. 그러나 벗님이 이 책을 읽을 때는 조심하시라. 그런 내용의 가운데 불쑥불쑥 송곳이 벗의 가슴을 찌를 수도 있으니.
 
"교육열은 높으나 공교육 교사의 자질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은 역설!" (66쪽)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정년을 맞고 싶은가?" (109쪽)

"근무 성적 평정과 가산점 경쟁이 별로 교육적이지 못하며, 교장으로서 리더십을 기르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116쪽)

"교장의 역할과 전문성 문제에 관한 치열한 고민보다는 교장을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129쪽)


"교원 자격증은 없으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한시적으로 단독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찬반을 묻는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51.5%가 찬성, 37.2%가 반대하였다."

"만약 정부가 '의사 면허증은 없으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한시적으로 단독 진료를 하는 것'에 대해 찬반을 설문을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발상을 했다는 것만으로 의료계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다." (139쪽)
 
벗님의 가슴은 무사한가. 만약 그렇다면 벗은 나와는 달리 '교육과정의 능동적 실행자'일 것이고, '수업을 끊임없이 개선해온 성찰적 안목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나의 글을 읽지 마시고 이 책도 보지 마시라. 흔들리지 않으면 새로운 자리를 찾을 까닭도 없을 테니. 혹여, 내 심정을 헤아리고 싶거든 읽으시라.

저자도 이것이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교사 교육의 체계를 세우지 않은 국가, 사회적 통념, 가르치는 능력과 거리가 먼 승진 제도 등 교사들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함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발성이 없는 학생들을 배움에 임하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가 갖출 전문성이 어떤 것이고 어떤 태도로 준비할 것인지는 이 책을 속속들이 읽으면서 스스로 찾으시라. 나는 읽었으니 나의 문제를 찾고 나의 숙제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무릎을 꿇은 데를 보면 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내가 아프게 느낀 부분이 궁금하지 않은가. 그다지 긴 내용이 아니니 읽어보시라. 나는 이 문장으로 밤늦도록 뒤척였다.
 
"21세기 교사의 존재론적 본질은 가르침의 탁월성이 아니라 배움의 진정성과 지속성에 있다." (165쪽)

"교실에서는 교사가 지식이 많아서 학생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앎의 한계를 자각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배우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열정이 있어야 비로소 교사는 스승이 된다. 이렇게 더불어 성장하는 학습공동체가 21세기 교실의 모습이 된다." (33쪽)

어떤가. 내가 무릎을 꿇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겠는가. 나는 두 가지가 부끄럽다. 나는 젊은 날에 책을 읽지 않았다. 누구보다 많이 읽은 것으로 자위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 본성을 탐구한 고전 읽기에 게을렀고,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 잘 몰랐다. 잘 모르면 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할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 '배움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니 교사의 본질을 갖추지 못한 셈이지.

또 하나는 학생들이 찾고 싶은 스승이 되지 못한 일이다. 답을 쓸 것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 나를 찾아왔다가 그냥 물러간 이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모른다. 그들이 나를 찾지 않은 것은 오로지 나의 탓이다. 그 알량한 재주로 자기소개서 첨삭해 주고 어깨에 힘을 주던 내가 부끄럽다. 어느 날 지나가던 학생이 멈췄는데 '상담하려고?' 하였더니, '저 같은 학생도 상담해줘요?'라고 묻던 학생의 눈빛이 나를 찔렀다. 나를 흔들었다. 부끄러웠다.

어찌할 것이냐고? 나도 잘 모른다. 자신도 없다. 그러나 더는 교육을 아는 척하지 않겠다. 그래도 배우는 일을 멈추지는 않겠다. 그리고 비자발적인 학생이 자발성을 갖게 하는 방법을 찾는 일도 멈추지 않겠다. 벗들과 논의하고 합의하는 태도도 갖추겠다. 강수돌 선생의 말처럼 '나부터 교육 혁명'이다.

더 읽어보면 저자가 제안하는 교사 양성 체계나 개혁 방향에 관한 내용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감히 말할 역량이 되지 않아서 더할 말이 없다. 벗이 읽게 되면 나를 좀 가르쳐 주시라.

어쨌든, 저자 이혁규 총장님은 잠자려던 나를 깨우쳐 주신 고마운 분이다.
벗님아, 50이 넘은 나이에도 BTS(The best teacher and student)가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yes24.com의 리뷰나 개인 블로그에 실을 예정입니다.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 - 우리의 교사와 학생들이 세계의 BTS(The best teacher and student)가 되기를 꿈꾸며

이혁규 (지은이),
교육공동체벗, 2021


#교사 교육 #교육 과정 #한국의 교사 #교육 실습 #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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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책을 읽는 일을 버릇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돕도록 애써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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