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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홈런왕 도전, 빅뱅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주장] 박병호의 부활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22.05.10 11:15최종업데이트22.05.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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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박병호(KT 위즈)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병호가 올 시즌 KBO리그를 누비고 있는 모든 타자들 중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도달하며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박병호는 5월 10일 현재 팀이 소화한 32경기 중 30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83(106타수 30안타) 10홈런 26타점 장타율 .594, OPS .953을 기록중이다. 홈런은 2위 그룹의 김현수(LG)-한동희(롯데, 이상 7개)를 3개 차이로 따돌리고 전체 1위에 올랐고 타점은 2위, 장타율은 3위다.

3일 연속 홈런포 가동한 박병호
 

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t wiz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1루에서 KT 박병호가 투런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주의 활약은 특히 눈부셨다. 박병호는 지난 5일 롯데전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올린 것을 시작으로 6일 두산전에선 멀티홈런, 7일 두산전에서도 막판 홈런을 추가하며 3일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2012년 히어로즈 시절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기간을 제외하면 10시즌 연속 10홈런이라는 KBO리그 역대 14번째 대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개인 통산 337호 홈런으로 이호준(은퇴, 전 NC)과 KBO 역대 홈런 순위 7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초반 디펜딩챔피언의 이름이 무색하게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KT는 박병호의 활약을 앞세워 15승 16패로 KIA 타이거즈와 공동 7위에 올라 어느덧 5할승률 회복을 눈앞에 뒀다.
 
박병호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거포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프로 초창기 LG 트윈스 시절만해도 만년 유망주-2군 홈런왕을 벗어나지 못했던 박병호는, 히어로즈 이적 이후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2012년 처음 홈런왕 타이틀(31개)을 차지했다. 이후 2015년까지 KBO리그 최초로 4년연속 홈런-타점왕을 휩쓸며 리그 최강의 타자로 군림했다. 특히 2014년(52개)과 2015년(53개)에는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기기도 했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2018년 홈런 2위(43개)에 올라 건재를 과시한 데 이어 2019년엔 다시 한번 홈런왕(33개)에 올랐다. 홈런왕 5회 수상은 이승엽과 함께 역대 최다 공동 1위 기록이다.
 
동시대에 이대호-김태균-최정 등 쟁쟁한 거포들이 즐비했지만, '홈런'이라는 영역에 있어서 2010년대에 박병호보다 더 꾸준하고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준 타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한 공백기만 아니었다면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인 이승엽(467개)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유력한 후보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2020년대들어 슬럼프에 빠졌다. 2020년 타율 .223, 21홈런, 66타점)과 2021년 .227, 20홈런, 7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장타력은 20홈런 이상으로 그럭저럭 체면치레를 했지만 전반적으로 박병호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에이징 커브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박병호가 야구인생의 최전성기를 보냈던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병호를 고심 끝에 잡지 않았다. 히어로즈의 선택에 야구팬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게 확연한 박병호를 잡기 위하여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옹호론도 있었지만, 그래도 팀의 간판스타였던 선수를 이렇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병호에게 손을 내민 것은 KT였다. 장타력과 1루수 보강이 필요했던 KT는 3년 총액 30억에 박병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박병호의 하락세를 우려한 팬들은 오버페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만 놓고보면 KT의 판단은 최상의 가성비 계약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병호는 시즌 개막 4월만 해도 23경기에서 타율 .250, 5홈런, 13타점에 그쳤다. 최근 2년간의 활약에 비하면 다소 나아진 편이었지만 예상을 뒤집을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타격은 5월 들어 물이 올랐다. 이달에 치른 7경기에서 박병호는 타율 .385, 5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KT가 주포 강백호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던 상황에서 박병호가 그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는 활약을 펼쳤기에 더 빛났다. 자연히 중심타선에서 박병호에게 집중견제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흔들림이 없다. 반면 노쇠화를 우려하여 박병호를 떠나보냈던 키움 히어로즈는 최근 KIA 이적 이후 펄펄날고 있는 박동원과 더불어 떠나간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씁쓸해 하고 있다. 
 
현재 박병호의 페이스라면 강백호와 라모스가 복귀한다고 해도 4번타자-주전 1루수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친김에 박병호가 올시즌 다시 한번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현재 '국민타자' 이승엽(1997,1999,2001,2002,2003)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KBO리그 최다 홈런왕 기록(5회)을 '최초 6회 달성'이라는 단독 타이틀로 바꿀 수 있다.
 
동시에 최고령 홈런왕이라는 신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KBO 역사상 최고령 홈런왕은 래리 서튼 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 35홈런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당시 35세였다. 국내 선수의 경우 프로 초창기에 활약했던 김봉연(해태)은 34세이던 1986년 홈런왕에 오른 것이 최고령 기록이지만 당시는 투고타저로 홈런 개수는 불과 21개였다.
 
박병호는 86년생으로 올해 36세다. KBO리그에서 지금가지 '35세 이상 최다 홈런 기록'은 이대호가 36세였던 2018시즌에 기록한 37개였지만 순위는 6위에 그쳤다. 원조 홈런왕 이승엽은 36세였던 2012시즌 21개에 그쳤다. 박병호보다 1살 어린 최정은 35세인 올시즌 부상 등이 겹쳐 홈런이 2개에 불과하다.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거포들도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수치다. 한물 갔다고 여겨지던 박병호의 부활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6월까지 강백호와 라모스가 부상을 털고 돌아온다면 박병호의 홈런쇼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빅뱅'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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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홈런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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