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인들처럼 손으로 식사를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손
탁재형
한편 탁재형 피디는 '그는 고집이 셌다'고 쓴다. 지팡이는 두 개를 짚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얘길 해도 원래 해 오던 대로 하나만 짚었고, 등에 지는 수통이 편할 텐데 한 번 입을 대 보고는 마다하고 늘 하던 대로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는 조언도 문 전 대통령이 듣지 않은 것 중 하나였다. 히말라야를 가기엔 턱없이 가볍고 단출해 보이는 노란 신발을 신고, '몰아치는 비와 휘감겨 오는 진창 속에서, 뒤꿈치를 긁어 대는 날카로운 자갈과 위태롭게 벌어진 바위 틈새'를 오직 그 노란 신발만 신고 걸었다고 한다.
신발이 품은 이야기를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뜻을 미뤄 놓고 먼저 간 친구. 그리고 여전히 그를 기리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만들고, 전해 준 것이 바로 그 노란 운동화였다는 것을
그때의 난 알지 못했다.
(중략)
그가 친구와 함께 걷고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고사인쿤드 호수로의 여정을 담는다. 해발 4,380m 높이에 있어 하늘 호수로도 불리는 고사인쿤드는 인근에 거주하는 힌두교도와 불교도 모두의 성지이다. 천지를 조각낼 듯한 굉음을 내며 흐르는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바다로 만드는 운해를 건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고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당도하게 되는 그곳. 호숫가 너럭바위에 앉아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상념에 빠졌을까?

▲ 호숫가 너럭바위에 앉아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탁재형
문재인의 책이 아니라 탁재형의 책이기에 독자들은 영원히 그 대답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꼭 글과 말의 형태로 보고 들어야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아주 짧은 침묵 속에서도, 그 사람의 뒷모습에서도 그 마음이 전달되기도 한다.
이쯤 되니 탁재형 피디가 6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왜 이 책을 출간하는지도 이해가 된다. 보수언론들이 물고 뜯고 비난하기 딱 좋을 이 퇴임 시점에 그의 오르막길을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닐까? 그의 다음 히말라야 산행을 기다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