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살구와 체리 등으로 차린 한 상
강윤희
부지런히 먹어도 과일이 남을 때, 그렇다고 청이나 잼을 만들기엔 양도 애매하고 일을 벌이고 싶지도 않을 때라면 과일을 구워 먹어도 좋다. 차갑고 신선한 상태로 즐기는 과일에 열을 가한다고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지만 잼의 전 단계 정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뭉그러지지만 과육은 살아있는 정도의 형태로 만들어 빵이나 디저트 등으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 형태와 색, 향과 이름까지 귀여운 살구,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흔들어 딸깍거리는 소리를 확인하는 그 과정마저 귀여운 살구는 살짝 구워도, 뭉근히 끓여 콩포트나 잼을 만들어도 모두 어울린다. 설탕을 더해 오븐에 그냥 굽기만 해도 요구르트나 토스트의 토핑으로 훌륭하고 크림치즈나 마스카포네치즈, 부라타 치즈처럼 부드러운 치즈에 곁들이면 기분 좋은 와인 친구가 된다.
살구를 구울 때 바닐라나 향이 좋은 술, 타임, 로즈마리 등의 허브 등 한 끝을 더하면 맛과 향이 한층 풍부해지는데 이렇게 구운 살구를 바닐라아이스크림과 함께 내면 그 자체로 아주 호사스러운 디저트가 된다. 체리와 자두 등도 같은 방법으로 구워 샐러드의 토핑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차하면 과일 여러 가지를 같이 구워도 된다. 먹기에도 부족한 과일을 굽다니! 미처 먹지 못해 버려질 과일로 꽤나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일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