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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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경제발전연구소의 2015년 연구에서 캐나다의 GCI는 기술 13위, 재능 14위, 포용성 1위로 전 세계 국가 중 종합 4위를 차지했다. (<The Global Creativity Index 2015>, Martin Prosperity Institute, 2015) 하지만 포용성 점수가 높은 것이, 실제로 캐나다의 모든 성소수자들이 존중받는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캐나다는 2005년 모든 주에서의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으나, 여전히 각 주의 정치성향에 따라 성소수자를 대하는 시선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너 게이라며?" 친구의 몸과 마음에 든 시퍼런 멍
내게 자신이 양성애자(바이섹슈얼)임을 커밍아웃한 캐나다인 친구는, 자신이 예전에 살던 지역에서 만약 누군가 성소수자인 것이 밝혀질 경우 '말 그대로(literally)' 차에 몸이 묶여서 끌려갈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곳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보수 지역이었기에, 그 또한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성 지향성을 알리는 건 상상도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1년 가까이 지냈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다른 주보다 개방적인 지역이었다. 특히 학교에서는 성소수자 학생들의 모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학생과 교수 모두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당당하게 밝히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내가 캐나다에서 사귄 친구의 상당수가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등의 성소수자였다.
그러나 2015년 GCI 연구 대상 국가 중 포용성 점수가 가장 높았던 캐나다에도 혐오자는 있었다. 수업에서 만난 친구 한 명이 커밍아웃한 게이였는데, 지인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과 남학생 여러 명에게 얼굴을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사진에서 시퍼렇게 멍든 눈과 잔뜩 부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학교 측은 이 사건을 무시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약속했지만, 몸과 마음 모두에 난 친구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덴 역부족이었다. 이는 당시 캐나다 지역신문에 관련한 기사로도 보도됐다(
기사원문 링크).
가까운 친구의 성소수자 혐오 피해를 목격한 후, 내 나라 한국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앞서 소개한 2015년 GCI 연구 결과에서 한국은 기술 요소 1위를 차지했음에도 재능 50위, 포용성 70위로 종합 31위에 머물렀다. 특히 포용성 면에서 4위 캐나다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낮은 포용성은 다양한 곳에서 드러난다. 한 동성혼 반대 시민단체는 국내 에이즈 감염자 수와 분포 지역으로 동성애자 비율을 추정한다. 지난 1일 치러진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했다가 2위로 낙선한 조전혁 후보는, '성평등 교육을 가장한 극단적 페미니즘 및 동성애 교육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논란을 빚었다.
만약 우리가 알고 지내는 성소수자 지인이 없다면, 그건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 지향성을 숨기고 있을 뿐일 것이다.
동성 결혼이 가능하고 커밍아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혐오자들에게 폭행당하는 나라와, 커밍아웃조차 하지 못해 아예 맞을 일이 없는 나라 중 어느 곳을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포용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번영한 지역'이라는 명제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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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vs 한국, 성소수자 지내기엔 어디가 더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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