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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스토랑', 보편성 가장한 '중고 연출'을 답습하다

[주장]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연출에도 신상이 필요해 EP.3

22.06.16 11:00최종업데이트22.06.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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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공간으로 여겨진 '가정 부엌' 속 남성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문 셰프도 아닌 남성이, 그것도 본인의 집 부엌에서 능숙하게 요리하는 모습은 지금껏 재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편스토랑>은 남성의 부엌 영역을 가정까지 가져오는 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 새로운 시도였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여전한 것들 사이에서 느껴진 불편함은 또 다른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성별 분업에서 벗어난 듯해 보이지만, 오히려 가부장적 요소들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24회에 출연한 배우 류수영의 모습 ⓒ KBS2

 
<편스토랑>은 KBS2에서 금요일 저녁 방송된다. 방송사와 방영시간을 볼 때, 가족 및 기성세대가 주 시청 타깃층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성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편스토랑>은 이를 간과했고, 구시대적인 보편성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이는 웃음을 주는 예능 포맷을 통해 무의식중 더욱 정교하게 자리 잡았다. 이제 '보편성'은 더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다. 배제되었던 요소들을 담아낼 새로운 연출이 시도되어야 한다.
 
의도적 서사에서 보여지는 젠더 의식

방송 콘텐츠 속 젠더 감수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편스토랑>은 아나운서 김보민이 살림에 서툴다는 것을 알고, '어남선생'이라 불릴 만큼 요리에 능숙한 배우 류수영을 멘토로 배치했다.

14년 차 워킹맘 김보민은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혼자서 집안일을 다 꾸리고 있는데 아이들 아침밥을 챙겨주려면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늘 고민이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에 류수영은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을 알려주겠다며 각종 레시피와 살림 팁을 전수해주었다. 그의 도움에 김보민은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된듯한 반응을 보인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74회에 출연한 배우 류수영과 아나운서 김보민의 모습 ⓒ KBS2


방송에서는 류수영이 김보민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김보민의 본질적 고민은 다뤄지지도 않았다. 그의 고민은 비단 부족한 요리실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고충이 살림을 배운다고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구조적 문제는 무시한 채 류수영을 통해 김보민의 고민을 해결하는 듯한 구성은 근본적인 원인을 주변화했다. 일하는 여성이 가족에 미안한 이유가 개인의 능력치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말이다. 이는 결국 기존 가부장제에 여성을 재편입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맞는 보편성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흐름에 맞는 가치를 습득해야 한다. 이에 새로운 젠더 의식은 필수적이다.

전통적 젠더관을 뒤집는 새로운 편집

연출에도 신상이 필요하다. 편집은 '죽은 멘트도 살려낼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능 포멧에서는 그 중요성이 상당하다. 특히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데에는 무엇보다 자막의 힘이 크다. 여성 출연자가 나오면 '살림의 여왕', 남성 출연자가 나오면 '스윗한 남편'. 이처럼 예상 가능한 자막의 재사용은 기존의 젠더관을 고착화한다.

이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코미디언 김숙의 '가모장숙' 캐릭터가 사랑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젠더관을 뒤집는 유쾌한 변화는 기존의 젠더 역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넘어, 진부하지 않은 콘텐츠 생산에 도움을 줄 것이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04회에 출연한 배우 박솔미의 손 모습 ⓒ KBS2 제공


성별 구분 없는 패널 활용도 중요하다. <편스토랑>은 배우 박솔미가 주부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장면에 여성 패널의 공감 리액션만을 보여줬다. 주부의 고충은 같은 주부가 가장 잘 이해한다는 듯이 말이다. 이는 '주부=여성'이라는 진부한 고정관념을 강화했다. 기존 패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남성 주부의 공감도 함께 활용했다면, 더욱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류수영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캐릭터다. 그가 보여준 능숙한 '가사노동'은 매력을 위한 도구가 아닌, 일상에서의 노동을 통해 쌓아온 실력이었기에 감탄을 자아낼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은 남성 주부도 보조가 아닌, 주도적으로 가사노동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주체적인 남성 주부 패널의 등장 및 활용을 통해, 성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신상'연출' 편스토랑!

햇수로 4년, <편스토랑>이 반복해 전한 메시지는 '새로운 시도'라 칭찬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진부한 답습'이 되어버렸다. 2022년, 앞으로는 새로운 시도가 재현되어야 한다. 고수했던 성 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가사분담이 선택의 영역임을 강조하는 등 새로운 보편성을 제시함으로써 말이다.

이는 다가올 시대를 맞는 혹은 여는 방법이기도 하다. 남성 주부의 등장은 더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성별 구분 없이, 허심탄회하게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담론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역할을 <편스토랑>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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