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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최다승' 밀러의 파이터 인생은 현재진행형

[UFC] 3일 UFC 276에서 세로니 서브미션으로 꺾고 통산 24승, 세로니는 현역은퇴 선언

22.07.04 09:11최종업데이트22.07.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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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산야와 볼카노프스키가 나란히 타이틀을 방어하며 최강 자리를 사수했다.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아레나에서 열린 UFC276 메인 이벤트 제라드 캐노니어와의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5라운드 판정으로 승리했다. 앞서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페더급 타이틀전에서도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가 도전자 맥스 할러웨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고 4차 방어에 성공했다.

기대를 모았던 2개의 타이틀전이 모두 판정으로 끝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머지 10경기 중 5개 경기에서 피니시(2KO 3서브미션)가 나오면서 격투팬들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특히 언더카드 6번째 경기로 열린 짐 밀러와 도널드 세로니의 웰터급 경기는 UFC 백전노장끼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밀러가 옥타곤에서 24번째 승리를 거두면서 UFC 역사상 최다승 파이터에 등극했다.
 

짐 밀러(상단)는 옥타곤 23승 파이터끼리의 맞대결에서 세로니에게 8년 전 패배를 설욕하며 역대 최다승 파이터에 등극했다. ⓒ UFC

 
타이틀전 한 번 못해본 라이트급 비운의 3인자

지금은 예능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은 9승 1무승부의 전적을 가지고 2008년 UFC에 진출해 햇수로 10년 동안 18번이나 옥타곤에 올라 13승을 따냈다.

김동현이 한국선수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경쟁이 매우 치열한 UFC에서 10년 동안 18번 경기를 치러 13승을 거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타이틀 문턱에서는 번번이 좌절했지만 김동현과 격투팬들이 그의 커리어를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은 이유다.

하지만 옥타곤 10년, 18전 13승이라는 멋진 숫자를 보유한 김동현도 이 선수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라이트급 파이터 짐 밀러는 김동현과 같은 2008년 UFC에 데뷔해 올해 7월까지 무려 40번이나 옥타곤에 올라 24승을 기록했다. UFC를 거쳐 간 수 많은 위대한 파이터들이 있지만 그 어떤 파이터도 밀러보다 옥타곤에서 많은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그만큼 밀러는 UFC의 터줏대감으로 지난 15년 간 꾸준히 옥타곤을 지켜왔다. 

2008년 10월 UFC에 데뷔한 밀러는 2011년 3월까지 2년 5개월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10경기에 출전해 9승1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밀러는 그 시절 라이트급을 양분했던 프랭키 에드가와 그레이 메이나드에 이은 라이트급의 3인자로 불렸다. 지금은 타이틀을 박탈 당했지만 11연승을 거두며 현존하는 라이트급의 최강자로 불리는 전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도 2010년 12월 밀러에게 서브미션으로 패한 바 있다.

사실 밀러는 신장 173cm에 팔길이 180cm로 라이트급 내에서 썩 경쟁력이 있는 체격은 아니다(페더급에서 활약하는 '코리안좀비' 정찬성은 신장 175cm에 팔길이 183cm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종합격투기 35승 중에서 KO승리가 단 6승에 불과한 밀러를 강한 타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밀러는 통산 52전 중에서 피니시로 패한 경기가 단 5번 밖에 없을 정도로 쉽게 지지 않는 파이터로 유명하다.

밀러는 라이트급 4인자로 군림하면서도 에드가와 메이나드의 라이벌 구도가 장기화되고 벤슨 헨더슨 같은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면서 좀처럼 타이틀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뛰어난 실력에 비해 상품성이 다소 부족했던 것도 밀러의 약점이었다. 결국 밀러는 2011년8월 벤슨 헨더슨에게 패하며 7연승 행진을 마감했고 2012년 5월에는 '악동' 네이트 디아즈를 상대로 생애 첫 서브미션 패배를 당하며 타이틀 전선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세로니와의 설욕전 승리하며 역대 최다승 기록

2010년대 중·후반은 밀러에게 떠올리기 싫은 기간이다. 2014년 도널드 세로니에게 데뷔 첫 KO패를 당한 밀러는 2016년 5월까지 5경기에서 4패를 당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고미 타카노리와 조 로존, 티아고 알베스를 차례로 꺾으며 반등하나 싶었지만 이후 다시 4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연패가 쌓여가던 밀러의 은퇴시기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밀러는 전성기가 지난 후에도 꾸준히 옥타곤에 오르며 경기를 치렀고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의 기량을 회복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초반 에릭 곤잘레스와 니콜라스 모타를 나란히 KO로 잡아내면서 오랜만에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밀러는 UFC 276에서 바비 그린과 맞붙을 예정이었지만 그린이 이탈하면서 자신에게 첫 KO패를 안긴 세로니와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1983년생 동갑내기인 밀러와 세로니는 나란히 UFC 무대에서 23승을 거두며 역대 최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UFC 276 대회에서 승리하는 선수가 UFC 역대 최다승 단독 1위에 등극하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밀러에게는 8년 전에 당했던 생애 첫 KO패의 아픔을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언더카드임에도 관중들의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열린 밀러와 세로니전의 승자는 역시 2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밀러였다.

양 선수는 1라운드 타격 공방을 펼치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승부는 2라운드 초반 의외로 간단하게 결정됐다. 밀러는 세로니가 하이킥을 차는 순간 미들킥으로 맞불을 놓았고 세로니는 그 사이 중심을 잃고 옥타곤 바닥에 넘어졌다. 밀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로니에게 길로틴 초크(팔로 상대의 경동맥을 조르는 서브미션 기술)를 걸었고 고개를 흔들며 저항하던 세로니는 점점 더 조여오는 압박에 탭을 칠 수밖에 없었다.

밀러는 경기가 끝난 후 승자인터뷰를 하기 전 은퇴선언을 앞둔 세로니를 위해 인터뷰 순서를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 세로니를 제치고 UFC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선수가 된 밀러는 23승의 세로니가 은퇴하면서 한 동안 역대 최다승 기록을 계속 보유할 확률이 높아졌다. 비록 전성기도 지났고 커리어 내내 타이틀전 한 번 치르지 못했지만 1983년생 노장 밀러의 파이터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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