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코니의 여자와 아이(Woman and child on a balcony) 캔버스에 오일, 61x50cm, 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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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누락된 여성들 다시 보기
베르트 모리조가 다루는 작품의 공간과 다른 남성 작가들이 다루는 공간을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남성 화가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술집, 사창가 같은 유흥업소부터 기차역, 주식거래소, 바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면 여성 화가들의 작품에는 상대적으로 그의 집이 자주 등장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와 함께 누워있는 침대 위, 아이를 목욕시키는 욕실, 오도카니 서 있는 부엌,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테라스, 빨래가 널려있는 뒷마당, 가끔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거나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는 순간에도 옆에는 아이가 있을 때가 많다.
그의 인상주의는 생활 속에 있었다. 당시 상류층 여성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발코니의 여자와 아이(Woman and child on a balcony)'(1872)는 집 발코니에 서서 집 밖을 바라보는 한 모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던 어머니가 잠시 발코니에 서서 바깥 구경을 하는 모습이다. 바로 베르트 모리조의 언니 에드마 모리조(Edma Morisot)와 그 딸이다.
베르트는 두 명의 언니와 함께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랐다. 첫째 언니 이브 모리조는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그림 '테오도르 고비야르 부인의 초상'(1869)의 모델이다. 둘째 언니 에드마 모리조는 베르트와 특히 가까웠다. 두 사람은 풍경화로 유명한 화가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 Baptiste Camille Corot)에게 교습을 받았다. 코로는 모리조 자매에게 야외의 빛을 화폭에 담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가르쳐주었고 다른 화가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자매들(The Sisters) 캔버스에 오일, 52.1x81.3cm, 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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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어도 편지를 나누며 교류하고 평생 가까이 지냈던 자매의 관계는 서로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베르트는 언니 에드마와 조카들을 여러 작품에 남겼다. '자매'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열쇳말이다. 베르트의 '자매들(The Sisters)'은 에드마가 결혼하던 1869년의 작품이다. 그림 속 자매는 똑같은 머리 모양에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마치 서로의 거울상처럼 보일 정도로 닮았다.
또한 에드마가 그린 '화가의 자매, 베르트의 초상'(1863)에서는 젊은 시절 베르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20대 초반 베르트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살롱에 출품하며 화가로 경력을 쌓던 에드마는 안타깝게도 결혼과 동시에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대신 동생인 베르트가 화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항상 지지하며 동생의 그림에 모델이 되어 주었다.
여성을 누락시키는 역사 속에서 가장 쉽게 여성을 찾는 방법은 우선 남성 작가들의 아내, 연인 혹은 모델로 알려진 여성을 '다시 보기' 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그 여성과 가까웠던 친구나 자매로 시선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 공식은 나를 실망시킨 적 없다.
여성 작가 주변에는 반드시 또 다른 여성이 있다. 역사에서 여성의 누락은 단지 한 개인을 누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의 관계를 누락시켜 남성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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