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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넷인 우리집... 냉방병 피하는 노하우 공개합니다

[무더위 나는 법] 냉방병은 피하고, 냉방과 제습은 적당하게 유지하는 방법

등록 2022.07.19 05:15수정 2022.07.1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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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침나절에 사우나를 하고 회사에 출근한다. 대략 20분 정도 땀을 쭈~욱 빼는데, 그렇게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할 수 없다는 게 내가 '다니는' 사우나의 맹점이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출근길의 텁텁하고 습한 열기는 습식 사우나와 다름없다.

무사히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을 나서면 어느새 사우나는 온탕으로 변해있다. 마치 물속을 거니는 기분. 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온몸에 맺히기 시작한 땀방울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나를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들어 버린다. 물에 빠져 기운도 빠져 버린 생쥐. 이건 뭐... 찍 소리도 못하게 기운을 빼놓는 날씨다.

그래도 견딜만한 것은 에어컨이라는 대단한 발명품 덕분이다. 한여름의 열기를 헤치고 사무실이나 집에 당도하면 너무나 고맙게도 냉기가 마중 나와 나를 감싸 안는다. 한껏 땀을 흘리고 실내로 들어서며 맞는 시원함은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카타르시스적인 경험이다. 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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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든 여름의 열기 ⓒ Pixabay

 
여섯 가족을 위한 최적의 냉방 시스템

그렇게 반가워 마지않는 에어컨 바람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곳에서의 냉방은 주의를 요한다. 바로 개조차도 걸리지 않는다는 오뉴월 감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괜찮았던 아이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콧물을 달고 기침을 해댄다. 아이들은 냉방병에 취약하다.

몇 번의 여름을 나는 동안 네 아이를 하루가 멀다 하고 릴레이로 병원에 실어 날랐던 경험은 한여름 최적의 실내 환경을 설정하는 노하우를 쌓게 했다. 에어컨 바람에 취약한 우리 가족.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땀을 흘리는 네 아이들에게는 적당한 항습항온이 절실했다.

우선 에어컨을 켜고 파워 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떨어트린다. 한여름의 더위에 이대로 얼어 버리고 싶다는 바람이 한기가 느껴지는 냉기로 한풀 꺾이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27도로 맞춘다. 그리고 바람을 가장 약하게 설정하고 30도쯤 위쪽으로 향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바람을 좌우로 회전시켜 냉기를 흩뿌리면 선선한 집안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방 설정이 끝난다.

다음은 제습이다. 에어컨이 제습 기능까지 제공한다고 해도 촉촉한 냉기에 높아지는 습도를 완전히 잡아 주지는 못 한다. 상시 에어컨을 켜두고 채광과 환기를 자주 하지 않으면 집 안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생기는 이유다. 그래서 제습기를 이용해 선선해진 실내에 축적되는 습기를 걷어낸다. 이로써 시원하면서도 뽀송한 환경이 완성된다.


가능하다면 제습기를 화장실 근처에 두고 거기서 나오는 더운 바람을 환풍기가 돌고 있는 화장실로 넣어주면 좋다. 해가 잘 들지 않아 언제나 젖어 있는 화장실이 빨리 마르고 더운 공기는 환풍기로 빼낼 수 있다. 지나치게 더운 날도 이 정도의 조치면 쾌적함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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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과 제습기의 콜라보레이션 ⓒ 남희한

 
잠자리에서의 냉방도 중요하다. 자면서도 땀을 흘리는 아이들의 몸 위로 떨어지는 에어컨 냉기는 가랑비에 옷 젖는 격으로 아이들 몸을 서서히 얼려 버린다. 다음 날 아침이면 시큰거리는 코를 문지르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방안 에어컨을 돌리면 금방 추워지고 끄면 어느새 더워지는 통에 아내는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예약해 둔 자동 꺼짐/켜짐 기능이 무색하게 에어컨을 수동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아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 정도와 느껴지는 체온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수동 시스템은 어떤 IOT 기기보다 세심하다. 때문에 아내의 수면은 질이 낮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거실의 에어컨을 켜두고 열린 방문 사이로 선풍기 바람을 불어 넣는 것이다. 한 뼘 정도 벌어진 방문 아래쪽으로 에어컨의 냉기를 머금은 선풍기 바람을 불어넣으면 위쪽으로 방안의 더운 공기가 빠져나간다. 마치 무더운 여름 대청마루 그늘에서 숲에서 불어오는 살랑바람을 맞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 방법을 적용한 날부터 더워서 깨는 아이가 없어졌고 아내도 한밤중의 에어컨 운용에서 해방됐다. 모든 가정에 적당한진 알 수 없지만 냉방병이 걱정인 가정이라면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안타깝게도 이런 환경도 모두에게 최적일 순 없다. 유독 땀이 많은 셋째는 언제나 밖에서 뛰놀다 들어온 모습을 하고 있다. 방글방글 웃는 볼에 땀이 주르륵. 안습이다. 여름이면 땀 닦는 전용 수건을 마련해 줄 정도인데, 미안하게도 나머지 다섯 식구는 뽀송뽀송한 탓에 냉방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셋째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여름엔 공리주의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대신에 푹 젖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말려주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나의 번거로움이 더해져도 네 명은 행복하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무더운 날이 지속되면 나가는 것이 두렵다.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마치 그것이 진리라도 되는 냥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집돌이를 자처한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감상하는 영화는 한없이 여유롭고 손에 든 책장의 넘김은 우아하다.

하지만 이런 낙원은 나와 아내만의 것이다. 이 최적의 환경 속에서 네 아이는 심심함을 토로한다. 레고니 미미니 메카드니 하는 장난감도 이들의 원기를 소진시키지 못하고 한 쪽 구석에 처박히고 만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빨래마냥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 사그라지지 않는 그들의 원기는 결국 시무룩함으로 바뀌어 집안의 기운을 빼놓는다. 나가면 부모의 기운이 빠지고 나가지 않으면 아이들의 기운이 빠지는 아이러니. 어른 2명 대 아이 4명. 이때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용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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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만족하는 것은 아무래도 만족스럽지 않다. ⓒ Pixabay

 
무더위와 한바탕 치러야 하는 아이들 샤워를 미리 각오하며, 외출을 감행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아이들의 만면엔 웃음이 가득해진다. 까르르르. 생생했던 풀마저도 풀이 죽게 하는 날씨에 아이들만은 파릇하게 웃음꽃을 피운다. 볼 때마다 미스터리다.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 있는 벤치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늘에서 느끼는 잔잔한 바람은 여름의 또 다른 카타르시스적인 경험이다. 혹자는 이를 '행복'이라 했다.

에어컨이라는 대단한 발명품의 냉기만큼이나 짙은 그늘 아래서 땀을 식혀주는 잔잔한 바람이 감동적인 것은 어쩌면 이런 행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여름 실내에선 조금 덜 시원하고 밖에선 당연하다는 듯 땀을 흘릴 각오만 되어 있다면,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많은 웃음을 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버거운 무더위지만, 그래도 행복을 찾아 지금도 땀 흘리고 있을 많은 분들께 격려를 보냅니다, 부디 올여름도 건강하고 즐겁게! 파이팅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마흔이서글퍼지지않도록 #여름 #무더위 #여름나기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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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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