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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회용컵 시대, 인천·부산 이어 대전서도 시작됐다

[주장] 대전 선화보틀 프로젝트... 중요한 건 '지역 재활용 시스템', 공공이 나서야

등록 2022.07.19 13:23수정 2022.07.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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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선화동 소재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때 다회용 공용컵을 이용하는 '선화보틀 프로젝트' 포스터. ⓒ 대전사회혁신센터

  
지난 5월 31일, 학교로 일터로 나설 준비가 한창이던 오전 7시 30분에 대전평생학습진흥원 대강당에서는 '리유즈 대전(Reuse Daejeon)' 업무제휴 협약식이 열렸다. 바로 대전 선화동 소재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때 다회용 공용컵을 이용하는 '선화보틀 프로젝트'가 시작된 날이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대전 지역의 단체와 기관들이 함께 참여해 다회용 공용컵을 이용하는 제로웨이스트 시범프로젝트로, 오는 7월까지 일명 선리단길(선화동, 구 충남도청 뒤쪽 카페거리)에서 카페 이용시 공용컵을 만날 수 있다(관련 기사: 담배꽁초 한 가득... 우리가 줍깅을 하는 이유 http://omn.kr/1zreq ).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총 9개 카페와 11곳의 기관들이 힘을 합쳤다.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과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맞춰 대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선언이 아닌 구체적 행동을 하겠다며 아침 7시 30분에 기관 대표들이 협약에 나선 점도 고무적이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또 있다. 바로 '지역의 컵 재사용 시스템'을 실행해본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선언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자활센터와 손잡고 수거와 세척 후 다시 카페로 갈 방법을 고민했고 위생을 무엇보다 고려했다.

실행 초기에 나타난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딛고, 지금은 한달 넘게 카페들에 공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점심시간 선리단길에는 공용컵으로 테이크아웃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를 오는 7월까지 약 두 달간 시범운영하고, 대전 전역으로 프로젝트를 확산할 계획이다.

2년이나 준비해온 보증금제, 정작 시행은 유예 됐지만

안타까운 점은 6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유예되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3주를 앞둔 5월 20일, 준비 미흡을 이유로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일을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보증금제 대상 사업자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증금 라벨구입과 반환 등을 소상공인에게 떠넘기면서, 소상공인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고, 1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년이나 준비해왔음에도 말이다. 관련해 녹색연합은 지난 1일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미룬 것이 타당했는지 확인·감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사 이익을 이유로 1회용컵 사용에 대한 환경적 책임을 저버렸고, 이에 따르는 의무를 가맹업체에 전가하는 몰염치함을 이번 제도유예를 통해 보여줬다고 본다. 환경부는 기업에 편의가 아닌 사회적 책임과 규제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시행을 유예한 환경부는, 기업의 1회용컵 사용에 대한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가 무색하게 '1회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 축소'와 타매장으로 교차반납이 되던 현행제도를 자사 브랜드만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오히려 소비자 편의를 저버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불과 한달 사이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이 기업의 편의에 맞춰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지라, 지역 소상공 카페들과 다회용 공용컵 이용을 고민하고 진행하는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지역 소상공 카페들은 공용컵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역카페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시민들이 느끼는 기후문제를 공감하며, 일회용컵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과 부산 등지에서 청사 내 공공컵 활용 중... 우리 지역은 어떤가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역의 컵 재사용 시스템'이었다. '선화'라는 지명이 갖는 특별함과 공공컵을 들었을 때 실천에 동참했다는 기쁨을 넘어, 단순 캠페인이 아닌 '일회용컵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견인한 것이다. 공공컵 활용으로 지역의 세척, 수거 관련 일자리의 창출 가능성을 보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소상공 카페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지역이 보완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인천광역시는 이음컵, 부산광역시는 e컵을 만들어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 지역 공공컵을 활용해 지자체가 자원순환 문화확산에 먼저 앞장서고 있다. 대전광역시도 대전만의 공공컵을 만들고 시청사 1층 카페부터 공공컵 활용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책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출판사 책담)>에서, 그레타 툰베리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기후와 생태계의 위험을 말하며 간절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는 지금, 사회(규범)를 변화시킬 움직임을 다함께 일으켜야 한다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이다.

선언과 실천을 넘어 이제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와 우리 지역의 환경을 위해 애쓰는 시민들의 편에 서기 위해, 공공영역의 적극적 대안마련은 이제 필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필진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의 기고글입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선화보틀 #자원순환 #공적영역 #공공컵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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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인권연대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기본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1948.12.10)의 정신에 따라 대전충남지역의 인권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권상담과 교육,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 피해자 구제활동 등을 펼치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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