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체꽃(구름체꽃)의 미소
박병춘
산솜다리, 연잎꿩의다리, 솔체꽃(구름체꽃), 금마타리, 산꿩의다리, 꿩의다리, 동자꽃, 등대시호, 은분취, 함박꽃나무, 노루오줌, 숙은노루오줌, 병조희풀, 바람꽃, 솔나리 꽃봉오리... 나의 야생화 멘토 친구의 안내에 따라 과분한 야생화를 영접했다. 산 복과 꽃 복이 더해 산행 내내 감탄을 연발했다.
전국 곳곳에 야생화가 산다. 그만큼 지역마다 꽃쟁이들도 많다. 야생화에 빠진 꽃쟁이들은 계절마다 분주하고 꽃 지도를 그려낸다. 낮아서 아름다운 야생화는 들여다볼수록 정교하고 신비하다. 좋은 사진을 촬영하려면 내가 눕거나 엎드려야 한다. 물론 이번 산행처럼 올려다봐야 할 때도 있다. 올려다볼수록 아름다운 노란 돌양지꽃에 렌즈를 집중했다.
공룡 능선을 타던 중, 잠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세상에, 직벽 한가운데 금강초롱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 앞서가던 친구에게 소리쳤다.
"종열아! 여기 청사초롱, 청사초롱!"
앞서가던 친구는 내 아우성에 놀라 소리쳤다.

▲8~9월에 핀다는 금강초롱꽃이 7월 초순에 활짝 피었다. 야생화 전문가들과 공유했는데, 무척 신기해하며 반응이 좋았다.
박병춘
"뭐, 뭐라고?"
이미 두 군데 난코스를 유격 훈련하듯 내려갔던 친구가 화들짝 놀라 되돌아왔다.
"이야, 이건 금강초롱이잖아! 이걸 어떻게 봤어?"
우리는 한마음으로 촬영에 촬영을 거듭했다. 옆으로, 앞으로, 뒤로, 거꾸로 가능한 구도 전체를 동원하여 찍고 또 찍었다. 너무나 귀한 야생화였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내 눈에 노란 돌양지꽃이 들어왔다. 작기도 작지만 저 엄청난 바위틈에서 나를 보며 웃을 줄이야!

▲암반에 핀 '돌양지꽃', 설명이나 표현이 불가하다.
박병춘
그다음부턴 돌양지꽃만 눈에 들어왔다. 올려다 봐야만 촬영이 가능했다. 마크로 100mm 렌즈의 한계가 있었지만 작아서 더욱 아름다웠다.
우리 사는 세상은 크고 웅장한 맛에 빠져 있는 듯하다. 사찰도 교회도, 유명한 카페와 식당도 펜션도 일단 커야 된다고 보는 듯하다. 작아서 아름다운 존재들로 가치 전환을 하면 어떨까. 나는 돌양지꽃을 정성을 다해 촬영했다. 꽃은 작지만 내 마음은 웅장했다. 평생 잊지 못할 공룡 능선 등반.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하산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우리 사는 세상은 크고 웅장한 맛에 빠져 있는 듯하다. 작아서 아름다운 존재들로 가치 전환을 하면 어떨까.
박병춘
친구는 하산해서 마시는 콜라맛을 칭송했다. 소공원 주차장을 50미터 앞두고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궁금했다. 자판기에서 콜라 두 캔을 꺼냈다. 마셨다. 표현 불가능한 쾌감이었다. 차에 오르기 전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서로를 토닥이며 웃음지었다. 우리를 안아준 설악을 뒤로 하고 설악항 횟집으로 향했다. 꿀맛 소주와 바다 내음과 친구의 미소를 마시며 나는 우쭐해졌다.
나를 찾으러 떠난 산행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누구일까?' 설악은 침묵으로 나를 가르쳤다. 덤으로 얻은 자신감, 자존감에 남은 생은 찬란하리라. 그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룡을 타고 날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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