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없는 가치 외교 택한 윤석열 정부 우려

중국 등으로부터 이중잣대라는 지적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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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marslife)등록 2022.07.29 13:22
국제 정세와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슬로건인 '사람 중심의 신남방 정책'과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에 관하여, 정말 정부가 주장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는 아세안 국가중 두 나라가 인권 문제가 크기 때문인데, 로힝야족 인권 탄압과 군부 쿠데타 문제가 있는 미얀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알려진 편이지만 인도네시아가 파푸아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결국 전투기 개발 부담금을 연체한 인도네시아와 전략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임 행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의 신남방 정책'처럼 위선적인 외교 정책을 계승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중국은 위구르족에 대해 민족말살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에 대해, 외국이 이중잣대를 펼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직접 그 사례로 예시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중국이 주장한 '이중잣대'에 가장 들어맞는 사례는 인도네시아의 서파푸아 탄압 문제이다.

뉴기니섬의 서반부에 위치한 서파푸아 지역은, 원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으나 네덜란드 정부가 민족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네덜란드령 동인도(인도네시아)와 다름을 들어 따로 독립하는 것을 추진했다. 이에 인도네시아가 반발하자, 1963년 인도네시아의 친소련화를 우려한 미국의 중재로, 시정권을 인도네시아에 넘긴 뒤 1969년까지 간접 주민투표를 통해 서파푸아의 미래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 간접 주민투표의 내용은 자유롭게 파푸아인 어른들이 독립 여부에 대해 논의한 뒤 대표를 선출하여, 대표가 파푸아인들이 서뉴기니가 독립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른 간접 주민투표는 1969년 실시되어 '자유선택행동'(Act of Free Choice)이라고 불리는데,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 주도로 친인도네시아적인 원로를 선발하였고, 선발된 원로가 독립에 찬성한다고 판단되면 강압을 가하여 이러한 뉴욕협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1천여명의 원로들이 인도네시아로의 통합에 찬성했다며 서파푸아는 인도네시아의 일부로 병합되었다.

2004년 공개된 미국의 외교 문건은, 인도네시아가 공정한 투표에서는 이기지 못했을 것이고 뉴욕 협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이익에 서파푸아가 독립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여 미국이 이를 묵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서파푸아가 인도네시아에 병합된 이후, 서파푸아인들은 자원에 대해 원주민으로서 정당한 가치 배분을 받지 못하고, 난개발과 인종차별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윤석열 정부가 중국은 가치에 맞지 않는 나라라 하여 중국 외의 국가와 외교를 강화하는 '가치 외교'를 펼치는 것이, 전임 행정부 처럼 사실은 기만에 가까운 위선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 범유행 전까지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해지는 추세였다. 국제사회의 지적 또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미 자기편인 나라, 혹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 유리한 나라의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은 자제되는 이중잣대의 성격이 있었지만, 동시에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도 느리지만 꾸준히 강해지고 있었다.

중국은 위구르족 인권 탄압 지적에 대해 미국 등의 서방이 이중잣대를 펼친다는 비판으로 응수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위와의 만찬에서 
"인도네시아 건국 이념인 판차실라에 포함된 통합과 민주주의, 사회정의와 같은 원칙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한다"며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더 긴밀히 협력해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고 국제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진다. 이는 사실상 이미 인도네시아와의 외교가 '가치 외교'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인권 문제가 한국과 서방이 '가치 외교'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면, 이러한 '가치 외교'의 도덕적인 명분은 없어지며, 사실상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와의 외교 관계는, '가치외교'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도박을 거는 대신 안정적인 실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치를 굽힌 외교에 가깝다.

정치인의 덕목은 국민에 대한 정직인데, 외교적인 실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중국과 외교관계를 정립함에 있어, 이중잣대라는 약점을 잡혀 불리하게 될 가능성,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추진했던 위구르 제재처럼, 언젠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제재가 이루어져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히려 반중동맹을 묻지마 구축하라는 미국의 권유에 대해, 이중잣대 반대로 응수하여 가치를 공유하는 호주, 뉴질랜드와는 협력하고,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도 약간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협력하되, 인도네시아 등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협력은 거부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국가와는 협력하고 대중견제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중국에 대한 명분의 우위를 확립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한한령 등을 피하여 진정한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중잣대를 펴고 위선적인 외교 정책을 유지할 경우, 대외관계에서 약점이 잡히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국내 정치에 악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충분하고, 외국정부가 우리정부를 외교관계 구축시 얕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공정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로부터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얻어내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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