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간 꾸미는 이들, '동네선배' 밀착 과외를 받다

서울시 마을기업 멘토-멘티 프로그램 현장... "맨땅에 헤딩하며 쌓은 노하우 전할게요"

등록 2022.08.10 10:15수정 2022.08.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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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성북신나'와 '수상한협동조합'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성북신나'와 '수상한협동조합'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의 마을기업은 총 100여개다. 이중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긴밀히 협업하는 마을기업은 40~50군데. 센터는 2022년 처음으로 마을기업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을기업 선후배가 모여 서로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자리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다소 정례화되고 규격화된 기업 컨설팅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마을기업은 지정 이후 정부 지원 관련 각종 규정, 조직 관리,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 등에서 통상 크고 작은 시행 착오를 겪게 된다. 이렇게 초기 마을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같은 지역의 우수한 선배 마을기업의 멘토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멘토-멘티 프로그램이다. 

​즉 함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서로간의 협업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기 위한 네트워킹이다. 올해 2022년 신규 마을기업 11개, 예비마을기업 4개로 총 15개의 마을기업이 멘티로 참여했다. 멘토가 되어줄 기존 마을기업은 9개다. 매칭된 멘토-멘티 기업은 총 5회 이상 만남을 갖고 마을기업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7월 말 어느 무더운 여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여는 장소를 찾았다. 성북신나(멘토)와 수상한협동조합(멘티) 마을기업의 첫 만남 자리다. 

'공유 공간' 운영하는 두 마을기업이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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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협동조합 내부 전경 수상한협동조합 내부 전경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 ​금천구 한 골목에 위치한 수상한협동조합의 문을 여니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MZ세대로 이루어진 구성원답게, 딱딱한 문서 형식의 피드백이 아니라 워크숍 형태로 멘토링이 이뤄졌다. 멘토 기업인 성북신나 이혜미 대표가 준비한 키워드를 가지고 공간 운영에 필요한 요소를 체크해보는 방식이었다. 나머지 4명 수상한협동조합 운영진들은 공간 운영의 애로사항을 이 대표에게 앞다퉈 질문했다.

이날 멘토 기업으로 참여한 '성북신나'는 9년 차의 관록을 가진 마을기업이다. 지역 재생과 마을 생태계 만들기를 미션으로 2014년 창립한 협동조합으로, 서울 성북구 정릉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청년공간인 무중력지대 성북을 운영 중이며, 성북신나 공유 주방(신나네 주방), 공유 홈시어터(신나네 씨네), 라운지(신나네 아지트) 등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 성북구 내 아리랑시장 등과 연계하여 지역밀착형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특히 '공간 운영'이라는 접점을 가진 두 마을기업이 모였다. 멘티 기업인 수상한협동조합은 2021년 8월에 만들어진 신생 마을기업이다. 두 마을기업은 성북구와 금천구로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지역을 거점으로 청년들이 문화콘텐츠 기획·공간 운영 사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간을 열었지만, 어떻게 관리하면 좋겠다는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진 않은 상태였어요. 코로나 때문에 축소해서 운영해왔거든요. 이제 코로나 이후 전환을 준비하며 효율적인 운영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수상한협동조합 김명환 대표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멘티 기업이 멘토 기업을 직접 선택해 매칭된다. 이전부터 '성북신나'의 활동을 인상 깊게 보고 있었다는 김 대표는, 그 활동의 궤적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수상한협동조합 운영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멘토의 '밀착 과외'로 성장... "소모임 운영으로 '관계자본'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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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위주로 진행 중인 워크숍 현장. 키워드 위주로 진행 중인 워크숍 현장.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동네 선배에게 과외를 받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선배' 마을기업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김남인 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은 마을기업 현장을 방문하여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면한 애로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재정적 지원이나 전문가 컨설팅은 기업의 경영상의 어려운 점을 개선하거나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팀장은 예를 들어 상황을 설명했다. 멘티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마치 피부병이라는 진단은 받았으나 정작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시원한 맛은 없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마치 동네 과외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 것처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고 도움이 되는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나를 배려해주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한 선배 마을기업의 임직원만 한 사람이 없는 거죠.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 멘토 개별 기업 간의 협력, 나아가 멘토 그룹 간, 멘티 그룹 간, 서울시 마을기업 간 협업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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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진행 중인 성북신나 이혜미 대표(좌)와 수상한협동조합 김명환 대표(우). 멘토링 진행 중인 성북신나 이혜미 대표(좌)와 수상한협동조합 김명환 대표(우).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그래서인지 이날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구체적 조언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현재 수상한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공연, 악기 배움 소모임 스케줄을 플랫폼 앱에 올려볼 것을 조언했다. 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남의집'이나 지역에 여행 온 이들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 트립' 운영을 통해, 고객경험을 확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해볼 수 있다.

특히 두 마을기업 다 로컬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업인 만큼, 지역 주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대표는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조언했다. 다음은 성북신나 이혜미 대표의 말이다.
  
"악기 배우기와 같은 소모임 운영의 경우 꾸준히 하는 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지역 내 관계자본이 생기죠. 주변 상인과 주민들과의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함께 '일을 벌이는' 거죠. 그러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큰 힘이 되더라고요."

두 대표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가해야겠다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말했다. 성북신나는 멘토 기업으로 참여하며 지난 9년의 기업 히스토리를 정리하고, 또 기존의 운영 노하우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두 번째로, 새로운 '동료'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다 보니, 성북신나와 비슷한 시기에 협동조합이 된 기업 외에 다른 기업과 교류하기가 어려웠다고. 이렇게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동료 청년단체를 만나는 게 큰 힘이 된다는 얘기였다. 
  
수상한협동조합 김명환 대표도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공간을 2년간 운영해왔지만, 오늘 멘토링을 들으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건 아닌가 반성이 됐다는 거였다. 하지만 멘토-멘티 프로그램에 힘입어 재정비하고 방향을 새롭게 다져 나가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김 대표의 말을 듣던 이 대표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긍정적인 분들과 공동의 일을 벌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성북신나도 맨 땅에 헤딩하던 시기가 분명 있었어요. 그동안 저희가 쌓은 노하우를 후배 마을기업에 잘 전달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콘텐츠 제작 : 딴짓 출판사
본 콘텐츠는 서울 사회적경제 뉴스레터 [SE:LETTER]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뉴스레터는 8월 10일 발행됩니다.
#사회적경제 #마을기업 #멘토멘티 #성북신나 #수상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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