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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했는데 또 '양당 독식'... 21대 국회 돌아보니

거대양당의 강대강 대치... 21대 전반기 국회,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등록 2022.08.17 18:07수정 2022.08.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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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처리하는 법안들은 한해 수천건에 달하고, 그 하나하나는 모두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어떤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켰는지는 시민이 국회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의정활동을 다각도로 평가하고자 주요 법안들에 대한 정당과 의원들의 표결 분석 보고서를 발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 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에서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디딤돌 법안' 16개와 그 반대인 '걸림돌 법안' 10개로 총 26개의 법안을 선정해, 법안 개요와 처리 과정 및 표결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참여연대가 평가한 21대 국회 전반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요?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링크(https://bit.ly/3JNrFzE)에서 더 보기가 가능합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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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자료사진). ⓒ 박정훈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1만 5784건의 의안이 접수되었고, 역대 국회 전반기 중 최다인 4355건의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법안 처리 수가 많았다고 의정활동 성과가 컸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회는 시대적,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법안에 대해 각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 및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법 제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있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한 수많은 법들 중 불공정과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디딤돌 법안' 16개와 그 반대인 '걸림돌 법안' 10개로 총 26개의 법안을 선정해 법안 개요와 처리 과정 및 표결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참여연대는 각 법안을 들여다보기 전, 21대 전반기 국회의 흐름이 어땠는지 돌아봤습니다.

거대양당이 독식한 21대 국회, 원인 보니... '위성정당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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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21대 전반기 국회가 주목한 디딤돌 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 참여연대


2019년, 당시 20대 후반기 국회 당시 정치지형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거대양당 뿐 아니라 다양한 중소규모(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정의당 등) 정당의 역할이 두드러졌죠.('이 정당은 어디서 왔나?' 열려라국회에서 정당계보도 알아보기)

20대 후반기 국회는 거대양당 뿐 아니라 중소정당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득표율 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온전하게 지키지 못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하긴 했지만요.

그러나 새로운 선거제도로 구성된 21대 국회는 또 다시 거대양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모양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거제 개혁까지 했는데 결과가 왜 그렇게 되었냐고요? 이는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앞장서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자유한국당을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승리를 핑계로 부랴부랴 위성정당을 창당했기 때문입니다.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도합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도합 103석 등 거대 양당은 300석 중 283석(94.3%)을 차지해 실제 두 당의 정당득표율 67.1%에 비해 훨씬 많은 의석을 획득했습니다. 반면 정의당은 정당득표율에 크게 못미치는 6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각 3석 획득에 그치고 말았고요.

당시 참여연대 의석수 계산기에 따르면 21대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위성정당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169석, 미래통합당은 100석, 정의당은 12석, 국민의당은 8석, 열린민주당은 6석, 무소속 의원은 5석을 획득했을 것으로 계산됩니다. 결국, 선거제를 개혁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와 다르게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거대정당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거대양당 체제 속 사라지는 국회의 '합의제 관행'... 반복되는 늑장 원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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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14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원식등 7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한 뒤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또 다시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편중된 21대 국회의 정치지형은 그간 유지되어 왔던 국회의 합의제 관행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 원구성과 법안 상정 및 논의 과정 등은 기본적으로 여야 합의에 기반해왔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거대양당의 강대강 대치로 인한 늑장 합의와, 그마저 합의 번복으로 갈등이 재점화되는 등 협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늑장 원구성이 반복되었고, 중요한 개혁 법안들은 처리가 지연되었습니다.

전체 의석수의 60%에 해당하는 180석의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개원 초기 미래통합당을 제외하고 소수 야당들과 함께 본회의를 열어 17개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했습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상임위 배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국회는 2020년 7월 16일이 되어서야 늑장 개원했습니다.

1년 가량이 지난 지난 2021년 7월 23일에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재분배에 합의했고, 8월 31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재선출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지 1년 2개월 가량이 지나서야 마침내 국회 운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일단락된 것입니다.

거대양당의 강대강 대치와 합의 번복… 패싱되는 소수 정당

법안처리 과정에 있어서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주요 쟁점법안들이 각 정당들 간 토론과 타협 없이 통과되거나, 혹은 일방적 보이콧으로 인해 통과가 지연되는 등의 사례가 반복되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20대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정부 임기 막바지에 진행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들 수 있습니다.

형사사법체계를 개편하는 중요한 내용인 만큼 신중한 검토와 의견수렴이 필요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 법 개정을 위해 단독처리를 강행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반대의사를 표하자 합의를 뒤집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 강행 -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 쪼개기 국회' 등으로 이어지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한 주요 쟁점법안 논의와 표결에 협의 거부나 표결 불참, 퇴장 등으로 보이콧해가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남북관계발전법 처리 과정이 그렇습니다. 세 법안의 본회의 표결 당시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본회의 표결 당시에는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거나 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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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0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하는 모습. ⓒ 유성호

 
쟁점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갈등이 증폭되는 동안 소수정당들의 존재감은 미미할 정도로 약화됐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논의 때 법안의 핵심 쟁점은 거대 양당 만의 합의로 결정되고, 정의당은 국회 밖에서 농성과 기자회견을 통해 요구 사항을 피력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죠.

이렇듯 21대 전반기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배분 또는 주요 쟁점 법안 처리 등에서 의석수를 앞세워 강행처리하고, 국민의힘은 토론이나 정치적 협상 대신 회의 · 표결 보이콧의 남발, 합의안 뒤집기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소수 정당의 의견은 외면 당하는 등 합의제 정치의 기반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국회운영의 기본룰이었던 협치의 관행이 깨지고 승자독식의 선례를 만들면서 국회의 다원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21대 후반기 국회, 지금까지와 다른 정치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5월로 21대 전반기 국회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왜곡된 선거 결과로 구성된 21대 전반기 국회는 파행이 일상인 의정활동을 보여주기 일쑤였습니다. 21대 국회는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인사청문회, 민생 법안 처리 등 제 역할을 수행했어야 하지만, 또 다시 거대정당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늑장 원구성을 반복하고야 말았습니다.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안들은 국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를 가진 교섭단체와 위원회, 국회의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최종적인 결과물입니다.국회에는 여러 의견이 담긴 법안들이 제출되고, 정당 간 조정을 거쳐 상정여부가 결정되며, 심의과정에서 본회의에 부의될 법안과 그렇지 못한 법안의 운명이 갈리게 되니까요. 물론 본회의 표결 전 단계에서 일어난 21대 국회의 다른 활동들도 중요한 의정활동 평가 영역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연대는 본 보고서에 발의부터 위원회 심사 과정, 표결 결과를 간략하게 기록하고 평가를 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21대 국회가 처리한 주요 법안 중 디딤돌 법안에 대해 살펴봅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국회의 의정활동에 대해 중간점검을 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약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국회가 만든 법과 시민의 삶은 1년 365일 내내 계속되니까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덧붙이는 글 참여연대가 주목한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https://bit.ly/3JNrFzE)
#국회 #참여연대 #법안 #위성정당 #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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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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