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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논란 예상되는 일본 '관함식'... 우리 해군 참가할까

한일 양국의 관함식마다 욱일기는 뜨거운 감자였다

등록 2022.08.22 11:42수정 2022.08.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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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의 출항 모습 ⓒ 해상자위대 유튜브

 
우리 해군이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초청받았다. 정부는 일본의 초청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참가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관함식(觀艦式, Fleet Review)은 '국가적 경사 등에 국가 원수가 해군 함정을 모아놓고 그 위용을 검열하는 의식'이다. 관함식은 해군이 각종 함선을 모아놓고 사열 의식을 벌이는 것이니, 이는 해상에서 펼치는 '군사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관함식은 자국의 해군력과 국력을 과시하고 주력함을 소개하고 신형 함선 공개 등이 이뤄지는데 국제관함식도 더러 있고, 관함식을 벌일 때 이웃 나라의 함선을 초대하기도 한다. 구 일본 제국은 1940년 10월 요코하마 근해에서 일왕의 참관 아래 열린 '미카마루(三笠丸)' 대전함의 진수식 때도 관함식을 벌였다.

당시 <매일신보> 학예부장이었던 문학평론가 백철이 조선 특파 문인으로 여기 참가한 뒤 <삼천리> 12월호에 '천황폐하 어친열(御親閱) 특별 관함식 배관근기(拜觀謹記)'를 기고했다. '천황'이 친히 사열한 이 관함식은 군국주의 일본의 위용을 과시하고자 한 행사로, 그는 이 글에서 신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천황을 찬양했다.
 
마치 백주(白晝)에 직사하는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어리석은 어린애와 같이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그 열광(熱光) 앞에서 시력을 잃고 나중에는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안 뵈는 것과 같이, 나와 같은 미천지신(微賤之身)이 일단(一旦)에 신상(身上)에 남아 넘치는 광영을 힘입어 황공하옵게도 폐하를 이처럼 머지않은 거리에 모시게 될 때에 내 감격은 너무 높고 컸으며, 그 높으신 어능위(御稜威) 앞에 오직 형용할 수 없는 성엄(聖嚴)의 순간을 가질 뿐이요, 그 감격을 분석하는 소이성(小理性)은 이 순간에는 광채를 잃고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 '천황폐하 어친열 특별 관함식 배관근기' 중에서 <친일인명사전>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제주에서 국제관함식을 열었다. 국내외 함정 39척이 참가했는데, 이때 욱일기 게양 문제로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의 참여에 걸림돌이 된 욱일기(旭日旗)는 자위대의 공식기, 구 일본 제국의 군기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욱광(旭光, 솟아오르는 아침 햇빛) 문양이나 해군 군함기로 썼다. 일본군이 아시아 침략 및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까닭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등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4년 주기로 서태평양 지역 등 우방국 함대, 항공기 등을 초청하는 관함식을 여는 일본은 2019년에 한국 해군을 초청하지 않았었다.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우리 해군함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사건이 일어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 열린 일본 관함식에는 우리 해군의 대조영함이 참가했는데, 이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함선에 욱일기가 걸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식민 지배의 과거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욱일기를 단순한 깃발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란은 반복될까. 2018년 제주 국제관함식에서 우리 정부가 해상자위대에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자 이에 반발한 일본이 불참한 이후, 일본은 이듬해 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초청하지 않았다. 욱일기 문제는 어쨌든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 없이 해결방안 찾고 있는 중"이고, "과거사 양보와 이해 통해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 합리적인 방안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협의회에 피해 당사자와 지원단체 등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또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매우 강경한 태도로 보이면서 당장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일본의 관함식 초청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국민감정을 따라 불참하게 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싣습니다.
#일본 관함식 #욱일기 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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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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