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
권우성
- 지난 대선 때 '정치교체'를 아젠다로 제시했고, 이를 매개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지금 경기도지사의 자리까지 왔다.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년 만에 정말 큰 변화를 경험했는데, 소회가 어떤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경제 정책, 교육 정책도 정치판의 변화가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비호감과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을 아젠다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낀다. 경기도지사까지 운 좋게 선출이 돼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그 일에 매진하겠다."
-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교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뭔가?
"정치교체는 정치세력 교체다. 이제까지 정치는 말과 싸움에 익숙한 정치였고, 그런 정치세력이었다. 앞으로의 정치는 실력과 협력으로 가야 한다. 사람 교체가 아니라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가 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와 연대할 때 (공동선언) 5개 조항 중 1번 권력구조의 개편, 2번 정치개혁이 정치교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치교체에 정치개혁이 포함되는 것이다. 기득권 내려놓기, 양당 구조 깨기, 정치세대 다양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도 정치교체에 포함된다.
정치교체는 결국 정치 기득권을 깨는 것이다. 기득권의 반대말은 기회다. 그래서 경기도를 '기회 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 기득권의 토양은 양당제다. 이 승자독식 구조와 기득권 카르텔을 깨지 않고서는 정치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이 정치 시장이다. 정치 신인이 정치판에 들어와서 살아남는 것은 스타트업이 특정 산업에 들어가서 사는 것보다 더 힘들다. 정치보조금 제도를 정치바우처 제도로 바꿔야 한다. 전체 유권자에게 5천 원씩 바우처를 나눠주고 매년 쓸 수 있도록 하면, 그걸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당 보조금 나누는 것을 왜 정부가 결정하나? 유권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 오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결의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결의안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정치교체를 왜 하느냐'이다. 민생을 위해서다. 많은 국민들이 이것을 정치인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갈 거다. 정치교체에 대해 국민의힘에도 일부 지지하는 분들이 있다. 이념 싸움, 정쟁,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양극화,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사회 계층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올바른 경제정책과 민생을 위해서 정치교체가 필요하다."
- 그동안 정치권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내용들인데, 이번에는 정말 실현할 수 있을까.
"결의로만 끝나면 안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초짜 당원인 저에게 정치교체위원회 위원장을 맡긴 것 자체가 실현 의지를 보여준 첫 번째 시도라고 생각한다. 앞서 2월 27일 의원총회에서 결의했고, 3월 1일 저와 이재명 후보가 공동선언을 통해 결의했다. 이번 전당대회 때 제가 결의안을 소개하고 전 당원 투표를 한다. 투표해서 만약 가결되면 전 당원의 중의를 모아서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에서는 이걸 기본으로 해서 정치교체에 나서게 된다.
특히 새로운 당 지도부가 이걸 어떤 식으로 실천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분명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 무엇보다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을 가지고 안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문 걸어 잠그고 안에서 최대한 토론해 당론을 모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이) 다시 국민에게 지지받는 길이 될 것이다."
- 1350만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도지사의 역할과 민주당의 정치교체추진위원장 역할을 동시에 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제 원칙은 분명하다. 저는 도정에 100% 전념할 거다. 다만, 지금 중앙 정치하고 닿아있는 유일한 끈이 정치교체위원장이다. 정치교체는 제가 정치를 한 이유고, 대선 때 민주당 후보와 연대한 이유다. 지금도 대한민국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제 역할을 하겠다."
"9월부터 레드팀 운영... 관성 깨는 공무원 중요"

▲김동연 경기도지사.
권우성
- 경기도정에서도 정치교체를 실현할 방안이 있나?
"우선은 청년과 기업, 도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도의회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침 도의회가 여야 78대 78, 동수로 구성돼 있는데, 우선은 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도의회를 존중하면서 해 나가겠다. 중앙정부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하는데, 협치 못할 게 뭐가 있겠나."
-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레드팀'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9월 초에 구성한다. 레드팀은 도에서 하는 일을 비판적 시각에서 보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팀원은 도청 공무원 중 일정 직급 이하를 대상으로 공모해서 구성하고, 팀장은 외부 자문위원 중 한 명을 모실 계획이다. 정기적으로 모여서 경기도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고 문제점 제기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씩씩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창의적이고 관성을 깨는 공무원이 여기에 더 가까운 모습일거다."
- 본인도 공무원으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은연중에 어떤 관성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특히 관료와 선출직 지자체장의 업무 스타일은 매우 다른데,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좀 건방지게 얘기하자면 저는 이미 약 20년 전부터 관성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 '내가 왜 공무원을 할까?'라는 질문에 답이 있다. 관료 생활 초반부터 15년 동안은 답을 몰랐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출세? 아마 가장 정확한 답은 제가 어렸을 때 당했던 가치박탈에 대한 보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공무원을 하는 이유를 찾았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 나오고 사회적인 지위를 향유한다. 제 마음속에는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분노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정도에 있는 사람, 이건 정치인도 마찬가지인데,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서 그냥 일 열심히 하는 걸로 내 사회적 책무를 다했다? 아니다. 거기에 대해 못마땅함이 있는 거다. 그래서 공무원의 관성을 깨려고 애 많이 썼다. 그리고 직원들한테도 그걸 요구했다.
장관이나 부총리는 거대 담론을 얘기하기 때문에 뿌듯하지만, 어떻게 아웃풋으로 나올까 하는 것에 있어서는 공허하다. 반면 경기도지사는 주민 생활 밀착형 정책을 통해 도민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이 두 개가 합쳐지면 좋을 것 같다. 장관이나 부총리는 지방행정이나 주민 생활에 대해 잘 모를 거고, 지자체장은 거대 담론을 모를 것이다. 저는 운 좋게 경기도지사가 됐고, 또 중앙정부에서 경험도 많이 했다. 그 장점을 잘 조화 시키겠다."
- [인터뷰②] 김동연 "윤석열, 내 문제제기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경각심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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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삶은 기록이다" ...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삶은 없습니다. 누구나의 삶은 기록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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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민주당, 기득권 포기 위해 문 걸어 잠그고 토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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