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 시인의 <너 혼자> 시를 낭독하다 말고 울음이……감성이 아주 여린 분이다.
조상연
너 혼자
너 혼자 내려갈 수 있겠니
너 혼자 눈물 닦을 수 있겠니
너 혼자 이 자욱한 안개 나무의 둘레를 재어볼 수 있겠니
박상순 시인의 <너 혼자>라는 시의 부분이다. 가녀린 여대생이 낭독을 하다 말고 눈물을 훔친다. "아아 뭔가 사연이 있구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가며 겨우 낭송을 마쳤다. 정적이 흐르고 사회자가 어렵게 물었다.
"사실 당황했는데 시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리신 사연을 들을 수 있을까요?"
"함께 문학을 공부하던 친구가……"
"……"
"너 혼자라는 시처럼 혼자라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상실했습니다."
내가 마이크를 쥘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아 위로의 말은 못 전했지만 그에게 이 글을 통해서라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임동확 시인의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라는 시에 '한 개의 조사助詞, 한 구절의 문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신이 지금 흘린 눈물 한 방울이 한 개의 조사助詞가 되고 또 한 방울의 눈물이 한 구절의 문장이 되어 당신의 꿈은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당신의 문학에 대한 꿈은 여럿보다는 혼자 있을 때 이루어지기 쉽습니다. 혼자 있음을 외롭다 여기지 마시고 고독으로 전환시키면 어떨까요? 문학은 철저한 고독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여깁니다만."
당신의 정의 (定義)
(이철경)
그대는 나의 봄이다
우리가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그대는
나에게
다가올 봄이다
추운 흔적 다 지우려
애쓰기 전,
남쪽으로부터
끊임없이 꽃을 피우며
다가오는
그대는 나의 봄이다
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지만 형님 같고 누이 같았다. 낭송 도중 행간 하나를 빼먹어도 흉이 되지 않았고 눈물을 보이면 그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로가 서로에게 시나브로스며들었다.
오늘 시회에서 이철경 시인의 <당신의 정의 定義>라는 시가 단연 돋보였던 이유다. 시회에 모인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봄이였다. 처음 참석한 시회는 감동 그 자체였다. 자리를 마련해준 <책방, 봄>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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