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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 녹조 독이라뇨... '괜찮다'만 반복할 겁니까

[주장]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녹조가 종식된다

등록 2022.09.02 11:55수정 2022.09.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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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수돗물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대구와 경남과 부산의 가정집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다. 부산에서 1곳, 경남에서 3곳, 대구에서 2곳의 가정집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지난 7월 말 대구 정수장의 최종 정수 물에서 녹조 독이 나와서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영남 가정집 수돗물에서까지 녹조 독이 검출된 결과를 얻고 보니 새삼 공포로 다가온다(관련 기사: 수돗물·농작물의 녹조 독, 왜 건강에 치명적이냐면요).

잘 알려진 대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기본적으로 발암물질이며, 사람이 이를 장기간 섭취하게 되면 간과 신장, 뇌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키는 생식독성까지 보고되는 무서운 물질이라고 한다. 이 무서운 독은 아프리카 코끼리 350마리를 몰살시킬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독성물질이 낙동강에서 창궐하고 그것이 일반 가정집의 수돗물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일이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패닉 상태에 빠진 시민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말이다.
  
'괜찮다' 반복하는 정부... 대책은 낙동강 보 수문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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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보이는 건물이 대구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원수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렇게 녹조로 가득하니 정수한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는 게 아니겠는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가가 한 일이라곤 단지 '괜찮다'는 말뿐이었다. 관계자들은 "고도정수처리를 하니 괜찮다. 녹조는 100% 걸러진다. 그러니 안심하라"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는데, 단지 그 말뿐이었다.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오직 그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괜찮다는 그 무책임한 말로 영남인을 몰살시키려 하는가? 수돗물에서 버젓이 녹조 독이 나오는데도 괜찮다는 말만 외칠 뿐, 국가가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이 아프고, 죽고 난 후에야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지금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말 손쉬운 대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여름에 직접 목격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니까 녹조가 낙동강에서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입증됐다.

보의 수문을 너무 늦게 여는 바람에 강에서 흘러간 녹조 독이 바닷가와 해수욕장까지 오염시키는 등의 새로운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수문을 열자 낙동강은 지금 녹조가 거의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녹조가 창궐한 후 수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녹조가 창궐하기 전에 수문을 열어놓는다면 낙동강에서 녹조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똑같이 목격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경구가 있듯이, 흐르는 강은 강 스스로가 강물을 정화시키면서 흘러가게 마련이다.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낙동강이 흘러가게 되면, 천연 수질정화 필터인 모래톱이 돌아올 것이다. 수위가 낮아진 강에서는 각종 수생식물들이 자라나 거대한 습지를 형성할 것이고, 강바닥 청소부 역할을 하는 각종 저서생물들이 돌아와 강바닥을 정화시켜줄 것이다.

이들이 천연 수질정화 필터 역할을 해서 강은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맑고 건강한 강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녹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여는 것만이 낙동강에서 녹조를 종식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수문을 열기 위한 선결조건, 취양수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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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장의 취수구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더라도 강물에 잠겨 있어야 취수가 가능해진다. 이 구조개선사업을 하루빨리 해야 하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문을 열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이전 MB정권이 잘못 만들어놓은 취양수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다. 관리수위에 맞춰진 취양수장의 취수구는 보의 수문을 열면 강물 밖으로 드러나 강물을 공급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다.

수문을 열려면 이 작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시급히 구조를 개선해줘야 하는 취양수장이 낙동강에 132개나 된다. 이걸 위한 예산이 대략 8000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지금 환경부가 시급히 해야 하는 일은 이 예산을 올 연말에 전부 편성하는 일이다. 나아가 국회는 이 예산을 시급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할 수 있게 돼 녹조 걱정 없는 낙동강이 될 수가 있다. 영남인이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비로소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환경부는 무책임한 괜찮다는 만말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공포에 빠진 영남인에게 진심 어린 사죄부터 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낙동강, 강을 강답게

그것은 강을 강답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다. 그 길만이 지난 10년간 되풀이된 녹조라떼 현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이고, 만연한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영남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나아가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낙동강은 인간만이 아닌 그 안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과 공존해야 하는 곳이다. 물고기와 야생동식물들을 비롯하여 이름 모를 뭇 생명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만들어놓는 것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다.
   
수문만 활짝 열게 되면 낙동강은 되살아난다. 되살아난 낙동강은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에서부터 낙동강 물을 먹고 사는 야생동물을 살리고 급기야 우리 인간들도 살리게 된다. 자연과 인간이 비로소 공존하며 더불어 살게 된다.

대구와 경남과 부산의 모든 시민들과 낙동강 뭇 생명들을 대변해서 다시 한번 강력하게 외치고 싶다. '낙동강 보 수문을 즉시 열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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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수위가 떨어지면서 이렇게 모래톱이 돌아와 모래톱이 천연수질정화필터 역활을 함으로써 수질이 맑아지게 되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낙동강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은 지금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 증거가 녹조다. 녹조를 없애는 길만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을 꽤할 수 있다.
#낙동강 녹조 #녹조 독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윤석열 정부 #수문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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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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