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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반도프스키-홀란, '괴물'은 리그를 가리지 않는다

[유럽축구] 이번 시즌 라 리가-프리미어 리그 이적 후에도 리그 득점 1위 질주

22.09.09 08:25최종업데이트22.09.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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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신화를 이끌었던 '해버지' 박지성(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은 월드컵이 끝나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리그의 명문 PSV 아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적 첫 시즌 유럽리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했고 PSV의 팬들은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선수 박지성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지난 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토트넘 핫스퍼FC)의 영국 이적 초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그의 바이어04레버쿠젠에서 세 시즌 동안 29골10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2015년 8월 이적료 3000만 유로를 기록하며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전성기를 향해 성장하고 있던 젊은 공격수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 40경기에서 8골6도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홈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이처럼 한 리그를 호령하거나 나라를 대표했던 뛰어난 선수들도 새로운 리그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다 각각 스페인의 라 리가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로 자리를 옮긴 이 선수들에게 적응기간 같은 것은 무의미한 모양이다. FC 바르셀로나의 '득점기계'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맨체스터시티FC의 '괴물공격수' 엘링 홀란이 그 주인공이다.

라 리가 정복에 나선 분데스리가의 지배자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다우승팀(31회)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012-2013 시즌부터 2021-2022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분데스리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독주의 중심에는 2014년 바이에른 뮌헨 입단 후 8시즌 동안 6번의 득점왕을 독식하며 바이에른의 10연패 중 8연속 우승에 크게 기여했던 폴린드산 '득점기계' 레반도프스키가 있었다. 

레반도프스키는 독일프로축구협회가 선정한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에 5번이나 선정되며 '분데스리가의 왕'으로 군림했다. 통산 득점왕 7회의 레반도프스키가 한 번만 더 득점왕에 오르면 독일의 레전드 스트라이커 게르트 뮐러를 제치고 역대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왕 단독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과 동료들의 높은 수준, 5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레반도프스키의 건재한 기량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목표였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7월 이적료 4500만 유로에 라 리가의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레반도프스키의 이적이 확정됐을 때 축구팬들은 커리어 대부분을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에서 보낸 레반도프스키가 아기자기한 패스축구에 능한 라 리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여기에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한 적지 않은 나이 역시 레반도프스키의 불안요소로 꼽혔다.

그렇게 새 시즌이 개막한 지 약 4주의 시간이 지났고 레반도프스키를 걱정하던 시선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레반도프스키는 리그 4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으며 시즌 초반 셀타 비고의 이아고 아스파스와 함께 라 리가 득점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체코의 빅토리아 플젠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레반도프스키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나선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로써 레반도프스키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3개의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해트트릭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레반도프스키는 리그적응과 적지 않은 나이를 걱정했던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대활약으로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FC)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노르웨이산 폭격기', 6경기10골 폭발

맨시티는 2010년대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6번이나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실제로 맨시티는 2017-2018 시즌부터 최근 5번의 시즌 동안 리버풀FC에게 우승을 내줬던 2019-2020 시즌을 제외하고 4번이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PL의 절대강자 맨시티에게도 큰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뒤를 이을 중앙 공격수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난 2016년 맨시티 입단 당시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가브리엘 제주스(아스날 FC)가 7시즌 동안 95골40도움을 기록했지만 제주스는 맨시티의 확실한 주전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이에 맨시티에서는 도르트문트로부터 194cm의 신장을 가진 노르웨이 출신의 대형 스트라이커 홀란을 영입했다. 파리 생제르맹 FC의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2020년대의 메날두'가 될 거라던 최고의 유망주가 드디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것이다.

홀란은 7월 30일 리버풀과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여러 차례 득점기회를 놓치며 1-3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리그 개막 이후 금방 '괴물공격수'의 면모를 되찾았다. 8월8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FC와의 원정개막전부터 멀티골을 넣으며 화끈한 PL리그 데뷔 신고식을 치른 홀란은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FC전과 5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FC전에서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스톤 빌라 FC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6경기 만에 리그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홀란은 7일 라 리가의 세비야FC를 상대로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나섰다. 이날 70분을 소화한 홀란은 전반20분 선제골과 후반22분 세 번째 골을 터트리며 맨시티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리그 개막 후 보여준 홀란의 활약은 맨시티가 지난 수 년간 기다려 왔던 원톱 스트라이커의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다. 

홀란의 조국 노르웨이는 이번에도 유럽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인 홀란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정상문턱에서 좌절했던 맨시티는 홀란이 월드컵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내심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풀충전된 '괴물'이 본격적으로 유럽을 폭격하는 장면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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