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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비트에 담긴, 미혼모의 고뇌

[미리보는 영화] <둠둠>

22.09.13 14:58최종업데이트22.09.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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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둠둠> 공식 포스터. ⓒ 영화사 진진

 
 
강한 박자감을 상징하는 의성어 둠둠, 그 자체가 영화의 제목이 됐다. 음악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리듬을 표현할 때 흔히 쓰는 이 의성어가 한 여성의 박복한 삶과 만난 결과는 어떨까.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둠둠>은 국내에선 흔하지 않은 디제이 관련 영화다. 그것도 EDM이나 힙합 같은 주류 장르가 아닌 테크노 음악이다. 정신이 불안정한 엄마(윤유선), 그리고 한때의 사랑으로 낳게 된 아이 문제로 음악을 포기하고 현생을 살아가는 한 디제이(김용지)가 결국 내면의 소리를 듣고 용기를 내 세상에 한 발 내딛는 과정을 그린다.
 
크게 보면 성장 영화에 음악을 덧댄 결과물 같다.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엄마는 갈수록 딸에게 집착하고, 그런 엄마를 외면할 수 없어 품어보지만 그리 쉽진 않다. 더욱이 엄마에게 미처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있으니, 과거 남자친구와 만날 때 낳게 된 아이를 엄마 말대로 입양 보내지 않고 위탁 가정에서 함께 돌보고 있는 일이었다.
 
테크노 디제이 이나는 음악적으로도 이 사회에서도 비주류다. 흔히 말하는 힙한 클럽엘 가면 강하고 빠른 박자감에 높낮음이 분명한 멜로디 라인의 음악이 가득하다. 그에 비해 음계의 고저가 불분명하고 반복적인 박자가 강약만 달리한 채 이어지는 테크노는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사랑받는 게 현실이다.
 
디제이로서도 남성이 아닌 여성은 여전히 음악보단 보여지는 게 중요한 존재로 치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그전에 외모와 옷차림으로 판단받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잘 이용해 인기를 구가하는 여성 디제이도 있지만, 남성 디제이보다 여성 디제이의 운신 폭이 좁은 건 사실이다.
  

영화 <둠둠>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게다가 영화 속 이나처럼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편견 어린 시선이 가기 십상인 존재기도 하다. 장르적으로나 성별로나 이나의 존재는 한국 주류 영화가 잘 짚지 않았던 소수자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상징한다. 그렇기에 그 완성도는 둘째 치고, <둠둠>의 존재가 반갑게 다가온다.
 
소재를 제외하고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설정만 놓고 보면 <둠둠>은 자칫 뻔한 드라마로 보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극중 인물이 처하는 상황과 주변 사람과 맺는 관계성이 관성적이지 않다. 고집스럽게 테크노 음악과 비주류 음악 공연을 독려하는 클럽 사장(박종환)이나 딸에게 집착하면서도 본인의 병증에 괴로워하는 엄마는 그저 갈등 유발이 아닌 모종의 성장을 한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이 때문에 <둠둠>은 제법 영화적이고, 극적이다. 이야기 흐름이 다소 투박할지언정 등장인물의 진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대중에겐 낯선 테크노 음악을 큰 위화감 없이 잘 녹여냈다는 데에도 점수를 줄 만하다.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의 제제와 하임 등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고, 그 능력을 십분한 결과로 보인다. 모델 출신인 배우 김용지의 영화 데뷔작인데, 이후 행보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 줄 평: 비주류성을 전면에 내세운 감독의 도전을 응원하며
평점: ★★★☆(3.5/5)

 
영화 <둠둠> 관련 정보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김진엽
제공 및 제작: ㈜이스트게이트컴퍼니
공동제작: 레브시네마
공동제공/배급: ㈜영화사 진진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1분
개봉일: 2022년 9월 15일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둠둠 디제잉 김용지 윤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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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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