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4표 차이'로 간신히... '법원조직법 개정' 뒷얘기 아십니까

[주장] 21대국회 법안 중 가장 드라마같았던 그 법... 국회의원들이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등록 2022.09.14 10:35수정 2022.09.14 10:37
0
국회가 처리하는 법안들은 한해 수천건에 달하고, 그 하나하나는 모두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어떤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켰는지는 시민이 국회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의정활동을 다각도로 평가하고자 주요 법안들에 대한 정당과 의원들의 표결 분석 보고서를 발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 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에서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디딤돌 법안' 16개와 그 반대인 '걸림돌 법안' 10개로 총 26개의 법안을 선정해, 법안 개요와 처리 과정 및 표결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참여연대가 평가한 21대 국회 전반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요?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링크(https://bit.ly/3JNrFzE)에서 더 보기가 가능합니다.[기자말]
a

참여연대가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 참여연대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많은 법안들이 처리되었지만, 꼭 환영할 만한 법안들만 통과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평등을 악화시키거나, 사회복지망을 약화시키거나, 개혁을 후퇴시키는 법안들도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21대 전반기 국회가 처리한 법안들 중에서 이렇게 개혁의 걸림돌이 된 법안으로 아래 총 10개를 선정했습니다. 
 
2020. 12. 9 : 경찰법(대안) - '민주적 통제장치 없이 경찰 권한 확대하는법'
2020. 12. 13 : 국가정보원법(대안) - '국정원 개혁 후퇴법'
2021. 8. 31 : 종합부동산세법(대안) - '부자감세법'
2021. 12. 2 : 소득세법(대안) - '똘똘한 한채 현상 심화법'
2021. 12. 9 : 법원조직법(대안) - '법조일원화 완성을 유예하는 법'
2022. 1. 11 : 경찰관 직무집행법(대안) - '인권침해 우려되는 형사책임기피법'
2020. 12. 1 :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2020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1. 12. 2 :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2021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0. 12. 1 :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연장 동의안(2020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2021. 12. 2 :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연장 동의안(2021년 제출) - '위헌적 해외파병 연장안'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례적으로 4표 차이로 부결되었던 법안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안번호 2110825, 법사위원장 대안. 관련 기사: 4표의 반전...'법조개혁 퇴행'법안, 본회의 부결 http://omn.kr/1v1hf)입니다. 통상 본회의에 올라오는 법안들은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올라오는 만큼, 본회의 투표에서 찬성이 모자라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21대 국회는 당시까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여당이 추진했던 법안이었기에 더욱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한 마디로 다른 야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뜻이었죠. 결국은 법안의 내용이 다소 조정되어(의안번호 2113775, 법사위원장 대안) 가을에 다시 통과되기는 했지만요. 

이번 화에서 그 과정을 되돌아볼까 합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한차례 부결되었다가 내용 수정을 거쳐 다시 통과되는 과정은 법원개혁과 직결되는 법 자체의 내용은 물론, 국회 법 논의 구조의 문제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개혁'으로써의 법조일원화

2021년 5월 경부터 홍정민, 정청래, 소병철 등 민주당 의원들 대표발의안 3건과 전주혜 의원 발의안 등 모두 4건이 발의되었다가 법사위원장 대안으로 통합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법조일원화'라고 불리는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법조일원화란, 판사를 새로 임명할 때에 반드시 변호사 경력을 일정기간 이상 쌓은 사람들로 임명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11년, 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원을 원하는 국민적 여론과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국회 사개특위에서 여야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관의 자격을 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으로 제한하되,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에는 3년 경력으로 하고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6년에 최종적으로 10년 경력기간을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무려 13년에 달하는 긴 경과규정을 둔 것입니다. 

그러나 관료적인 내부 문화에 관성적으로 익숙해진 법원은 지난 10여년간 이 제도의 정착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판사 수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 법을 무력화시키려 했습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로클럭의 임기를 늘리고 군법무관과 국선변호사 출신 위주로 임명하면서 최대한 외부 변호사 경험이 없는 사람 중심으로만 판사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경과기간이 지남에 따라 더이상 외부경험 없는 사람을 판사로 뽑기 어려워지자. 법원은 국회에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관련기사: 지난 10년 동안 대체 뭐하다가... 의심받는 법원의 진심 http://omn.kr/1w6aq ). 

국가기관이 해달라고 다 해주면, 국회는 왜 있나요?

수년간 법원은 국민 세금을 이용하여 법조일원화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경력직 법조인들을 잘 유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법조일원화 제도가 이대로 진행되면 법관이 얼마나 줄어들고, 재판이 얼마나 지연될까"만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 보고서들을 들고 여야 법사위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로비'했습니다.

그 내용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차근차근 진행되어왔던 법조일원화를 중도에 중단시켜버리고 현재 상태로 고착화되도록 법을 바꿔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10년 경력의 법조인 임명이라는 목표가, 5년 경력만 있어도 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반토막내는 것이었지요(사실 반토막도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법무관 3년과 로클럭 2년이라는 신종 법관 맞춤형 코스를 밟은 사람들을 뽑으면, 외부 경험이 전혀 없고 기수별로 가지런히 정렬된 법조인들을 뽑아 키워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여당 법사위원들은 법원의 말을 듣고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법원개혁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의 역사적 맥락은 돌아보지 않은 채, 법원이 얼마나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도 따져묻지 않은채,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법원의 호소만 믿은 것입니다. 

이 법안들은 발의된지 불과 두달여만인 7월 중순,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례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습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뒤늦게 이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법원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이 제도는 국민적 요구와 사회적 토론, 여야 합의를 거쳐 도입된 제도임에도 이제와서 오직 이해당사자인 법원의 입장만 반영하여 폐지할 수는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a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사회는 법조일원화 후퇴를 강력히 반대했지만, 두번째 법안 통과까지 막지는 못했습니다. 2021년 12월 법조일원화 후퇴 법안 법사위 재논의 규탄 기자회견 참석중인 참여연대, 민변 활동가들. ⓒ 참여연대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것일까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그것도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법사위는 아니지만 이탄희 의원 등이 이 법안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고, 법사위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이 지난 시간 동안 법원의 태도를 비판하며 가세했습니다. 최강욱 의원은 8월 2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에 반대하며 회의록에 자신의 반대표를 남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법사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결국 31일,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었지만 찬성표가 절반에 이르지 못해(투표 229인 중 찬성 111표, 반대 72표, 기권 46인) 부결처리되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대와 기권표가 나온 것입니다. 그 중에는 여당의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있었습니다(김종민, 김용민). 가결에 필요한 표에서 불과 4표가 모자란 결과로 인해, 법조일원화 제도의 원칙은 일단 유지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법안 부결 이후, 국회에는 다시 법조일원화 제도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최소 경력기간의 상향을 현행보다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시민사회는 반대입장을 개진했지만, 두 번째 발의안까지 막지는 못했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원안의 5년 연장안을 3년으로 조정한 후 법안을 최종 가결시켰습니다. 사회에서 충분히 검증된 경력의 법조인으로 법관을 임명한다는 제도의 기본원칙은 유지되었지만, 그 완성은 또다시 지연된 것이었습니다. 

'국회'라는 성... 누군가에게 국회의 문턱은 여전히 너무 높다
a

2021년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되고 있다. ⓒ 연합뉴스

 
a

내용 수정 후 2021년 12월 재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정당별 표결현황 더불어민주당(당시 여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 혹은 기권, 불참하였다. (출처: 참여연대가 주목한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 ⓒ 참여연대



국회가 국가기관에 대한 개혁 입법을 하려면, 대상이 되는 기관들로부터는 자연히 좋든싫든 말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국회를 찾아와 의원들에게 자기들의 권한이나 예산 따위를 보존하고자 갖가지 의견을 개진하지요. 그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는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법률을 만드는 곳이니까요. 당연히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를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래야 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국회에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사정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나 노동조합,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국회의 문턱은 높고 불편합니다. 국회 의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의원회관은 국회의원과 사전 연락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2022년 현재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는 '스피드게이트'라는 전혀 '스피드'하지 않은 개찰구가 설치돼 있는데, 이 때문에 복수의 의원실을 방문하려면 그 의원실마다 출입증을 따로 받아야합니다. 마치 거주민 아니면 들어가기도 힘든 초고가 초고층 아파트처럼요. 게다가 생업이 있는 보통의 소시민들이 이를 제쳐두고 의원들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라면 사정이 다르지요. 국가 예산으로 월급받는 기관 공무원들은 국가의 예산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각종 보고서를 만들고, 국회로 손쉽게 들어가 의원들을 만납니다. 시민사회도 끊임없이 국회의 문을 두들기지만, 국회에 대한 접근성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정보력으로 보나 국가기관들에 비해선 더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고, 소속된 공무원들도 국민들을 위해 봉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의와 무관하게, 조직은 자신의 권한을 늘리고 환경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으면 자칫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될 수도 있고, 특정 기관이 과도한 권한을 가져 권력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이런 법 개정 요구들을 의심의 눈치로 살펴보고, 그것이 정말 국민을 위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해 법을 만들거나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관료들이 잘 꾸며낸 보고서를 보고 쉽게 현혹당하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도 만만치 않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그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관료들의 입장 만이 아닌 국민들의 입장을 우선해 고려해야겠죠.

그런 면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은 21대 국회가 통과시켰던 법안들 중 가장 '드라마틱'한 걸림돌 법안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법원개혁 제도를 국회가 개혁 대상이었던 법원의 말만 듣고 무력화시킬 뻔 했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속에 4표차 부결로 간신히 한번 막아냈지만, 끝내 제도의 완성은 3년 더 늦추어졌으니까요. 

참여연대가 발표한 '21대 전반기 디딤돌 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에는 법 제개정의 취지와 그로 인한 국회의 논의 과정 속 정당의 입장, 그 논의를 주도한 의원들의 발언 및 표결을 살피고 기록했습니다. 다른 법안의 논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그 법안의 처리에 찬성하거나 반대한 의원이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아래 참여연대 보고서(바로가기)를 더 읽어주세요. 다음에는 정당별·의원별 표결 분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여연대가 주목한 21대 전반기 국회 디딤돌·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https://bit.ly/3JNrFzE)
#참여연대 #국회 #표결 #국회감시 #법조일원화
댓글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